해변을 거닐다 보면 한두 개씩 조개, 소라껍데기를 줍곤 한다. 이를 ‘줍줍’이라고 한다.
[*’줍다’의 첫 음절을 2번 반복하여 만든 '줍줍'은 해당 물건을 얻는데 우연이나 행운이 관련되었음을 의미함]
인터넷 게임에서 탄생했다는 이 표현은 그냥 ‘줍다’보다 조금 더 특별하고 ‘수집’보다는 말랑한 귀여움이 있어 상징적인 단어로 와 닿는다. 우리는 순간의 분위기에 이끌려 무언가를 줍기도 하고, 자신만의 특정한 이유로 줍기도 한다. 이렇게 주운 것들은 때로 주머니 속에 방치되었다가 해를 지나 발견되고, 그럴 때 우리는 다시 그 해 줍줍의 순간을 소환한다. “’줍줍’은 또 다른 ‘줍줍’을 부른다. 산기슭에 납작한 돌 하나를 올리면 그 위에 다른 돌멩이가 올려지고 다시금 산사를 찾을 땐 작은 돌탑이 가득하다. 두 개의 소라껍데기가 선반에 놓이면, 어느샌가 나는 소라껍데기를 찾아 헤메는 수집가가 되기도 한다.” -이미주 작가노트 중-
이번 전시는 그러한 ‘줍줍’의 기록이다. 사적인 채집으로 시작되는 수집의 대상은 낮 동안의 일상, 그리고 비정형의 꿈의 세상이다. 멍하니 바라보는 장면에서 서사를 덜어내어 이미지로만 남기기도 하고, 어떤 것은 문장에서 시작하여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어떤 것은 실제 같기도 하지만 그림 안에 머무르고, 어떤 것은 존재할 수 없지만 그림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저 발에 채이는 작은 돌멩이도 귀하게 선반에 놓여있으면 어떤 콜렉션이 되는 것처럼 수집과 진열은 마치 연금술처럼 물건과 기억의 성질을 변하게 하는 주술과도 같다. 끊임없는 수집과 선택, 배치를 통해 쌓는 무언가는 곧 개인의 역사가 된다. 이번 전시는 주워 온 기억들과 사물을 통해 거대한 의미에 묻혀 사라져가는 개인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주최 대구신세계갤러리, 주관 아트미츠라이프(AML)
문의: 053-661-1508, info@artmeetslif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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