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 강남점에서는 시(詩)를 통해 해석한 현대 사회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가 야기하는 감정을 그리는 작가 진민욱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산책과 시(詩) 필사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직접 걸으며 수집한 풍경의 조각과 채집물들을 화면 속에 재구성한 ‘이동시점 풍경화(Stroll and See)’를 그려왔습니다. 작가는 이처럼 도심 속 자연에서 벌어지는 작은 움직임들의 관찰, 고요히 느껴지는 내면의 변화, 자연과의 은밀한 교감에서 얻는 즐거움과 깊은 사유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산책 중 어떤 특별한 끌림에 의해 화폭에 담기게 된 나뭇가지와 돌, 새와 곤충과 같은 소자연의 풍경은 시 속 상상의 이미지들과 결합되어 하나의 화면을 구성합니다. 서로 특별한 관계가 없는 대상들 사이에서 전개되는 서사적 전개보다는 그 이미지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기묘한 긴장감 또는 마음 속의 시정(詩情)을 표현하고, 그것이 이끄는 상상에 작가는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작가는 최근 시경(詩經)과 같은 고전 시 또는 판소리의 노래 구절에서 모티브를 얻고 그 구절들이 유발하는 상상의 이미지와 일상에서 채집한 이미지를 작가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여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을 합니다. 중국 북송시대의 소동파 (소식(蘇軾) 1037년~1101년)가 8세기 왕유 (王維, 699년 ~ 759년)의 그림을 평하면서 이야기한 ‘시중유화 화중유시(詩中有畵 畵中有詩,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에서 말하듯 작가는 텍스트와 이미지의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텍스트와 이미지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은 오랜 역사를 가진 동양화가 다양성을 추구하는 현대미술에서 어떠한 새로운 조형미를 제시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나 대상에 접근하는 방법은 여전히 고전 회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는 있지만 자신이 그리는 그림이 세상을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창으로서의 역할에 가능성을 두고 계속해서 이러한 실험적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도시 안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며 걷는지, 자신과 세상의 연결고리를 찾고자 도심 속 자연과의 교감을 시도하는 진민욱 작가처럼 캔버스의 자유로운 화면구성에서 오는 즐거움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틋함이 느껴지는 그림 속 산책을 함께 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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