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통도사 인근에서 ‘신정희요’를 운영하는 신한균 사기장의 도예전 <신의 그릇>이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에서 열립니다. 조선사발을 최초로 재현한 故 신정희 선생의 장남으로 태어난 신한균은 장작으로 불을 떼는 전통가마를 고수하며 한국 전통 도자의 맥을 잇기 위해 평생을 바쳐왔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그의 작업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도자기의 역사적, 미학적 의미를 탐구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풀어냅니다.
신한균은 1989년 일본에서 ‘오고려(奧高麗)’라는 이름의 도자기를 발견한 이후, 함경도 회령 지방의 도자기에 대한 연구를 수년간 지속해왔습니다. 마침내 1996년, 그는 회령 도자기를 국내 최초로 재현하는데 성공하며 우리 도자의 잊혀진 전통을 되살립니다. 이러한 연구와 실천은 일본 NHK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 소개되었으며, 그의 저서 『우리사발 이야기』(2005), 『신의 그릇』(2008), 『고려다완』(2009), 『로산진 평전』(2015) 등은 일본에서도 번역·출판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신의 그릇』은 올해 합본으로 재출간 되었습니다.
이번 <신의 그릇>전시는 신한균이 특히 애정을 쏟아온 달항아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법과 유약을 활용한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그의 달항아리는 유려한 곡선미와 단순함 속에 과시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담고 있으며, 장작가마 속 불길의 세기와 움직임에 따라 유약이 만들어내는 색의 변화는 작품마다 독창적인 색감과 질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깨끗하고 순수한 빛을 내는 순백의 달항아리와 자연스러운 요변이 돋보이는 동유달항아리는 그가 쌓아온 예술적 깊이를 보여줍니다. 또한 차사발, 화병 등 실용적인 생활자기들도 전시에 함께 출품되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그의 도예 세계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신한균은 그릇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사람의 손길과 그릇이 사용되는 시간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철학이 담긴 작품들을 통해 조선 도자의 정수를 만나고, 우리의 일상 속에서 전통의 가치를 되새길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현대 도예의 흐름 속에서도 변함없이 우리의 뿌리를 지키며 빛을 발하는 신한균의 작품들을 통해, 천년을 이어온 전통기법의 멋을 다시 한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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