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신세계미술제는 광주·전남의 작가를 발굴·지원하여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하고자 1996년부터 이어져 온 공모전입니다. 수상 작가에게는 개인전 기회를 제공하여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후원해 왔습니다. 이번 《간극의 공간Ⅱ》전은 2018년 제19회 광주신세계미술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김용안 작가의 작품 세계를 선보입니다.
김용안 작가는 안개로 둘러싸인 푸른 숲의 이미지를 통해,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탐구해 왔습니다. 나무들은 청록색을 넘어 청색으로 물들고 그 위를 덮은 안개는 경계를 흐립니다. 사실적으로 묘사된 듯 보였던 숲은 어느새 이상향을 그린 관념산수화처럼,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 너머에 존재하는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김용안 작가의 초현실적 풍경은 캔버스 위에 유화물감으로 그려졌지만, 유화의 질감을 강조하기보다는 종이에 스며드는 수묵화처럼 표현함으로써 완성됩니다. 이로써 작품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안개가 더욱 몽환적으로 피어오르고, 푸른 숲은 채색되지 않은 백색 화면 너머로 이어집니다.
주목할 점은,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는 김용안 작가의 숲이 단순히 일상을 벗어난 이상 세계가 아니라, 일상의 위협이 도사리는 세계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는 사실입니다. 작가는 “작품에 나타나는 안개의 양가성(兩價性)은 아름답고 신비롭지만 무섭고 두려운 권력의 상징이며, 현실의 삶을 한 화면 안에서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하는 장치”라며 작품의 형태를 규정하는 안개가 상징하는 상반된 의미에 대해 말한 바 있습니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던 안개는, 삶을 압박하는 권력이나 사회적 불안의 상징으로 변모해 우리 곁으로 다가옵니다.
《간극의 공간Ⅱ》는 2020년 개최했던 김용안 작가의 박사학위 청구전 《간극의 공간》의 주제 의식을 심화·확장합니다. 지난 미술제 심사평에서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보이지 않는 힘을 미려한 풍경의 역설적 공간으로 승화한 그의 작업은 초월적 혹은 초현실적 이미지로 다가온다.”라고 평하며 우수상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이미지 안에 사회적 불안을 담은 《간극의 공간Ⅱ》 전시가 현실과 이상, 그리고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작가의 탐구를 함께 사유하는 장이 되고, 동시대 풍경화에 새로운 감각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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