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신세계가 개점이래, 지역문화의 독자성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진행해오고 있는 뜻 깊은 행사입니다. 남도문화를 이해하고 재조명하기 위해 지난 1998년부터 <남도문화의 원류를 찾아서>라는 시리즈 전시를 다년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그간 남도지역의 음식문화, 섬, 영산강, 지리산, 강진, 진도 등을 테마로 남도의 곳곳을 작가들과 함께 답사하고, 이 과정에서 느낀 영감을 표현한 작품과 답사기를 도록으로 제작하여 남도 문화를 체험한 예술가들의 생생한 느낌을 전달하였습니다. 열 여섯 번째 테마는 ‘순천’으로 전국의 미술가, 문인, 음악, 문화전문가 등 20여 명이 순천을 답사하며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확인, 공감, 교류하고, 예술적으로 재해석해 낸 작품을 선보입니다. ‘순천만’이라는 생명의 터가 중심이 된 예술로 승화된 순천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시인들은 와온(臥溫) 바다에서 시를 캔다.
‘붉디붉은 와온의 노을은 어둠보다 먼저 깔리고 어둠보다 더디게 스러진다’(나종영, <와온>), ‘달은 이곳에 와 첫 치마폭을 푼다’(곽재구, <와온바다>) ‘눈먼 늙은 쪽물쟁이가 우두커니 서 있던 갯벌을 따라 걸어가면 비단으로 가리워진 호수가 나온다’(곽재구, <와온 가는 길>) ‘와온. 누울 와(臥), 따뜻할 온(溫). 따뜻하게 눕는 바다. 따뜻하게 눕다? 언젠가는 긴가민가 싶지 않은,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 없는, 따뜻함이 나를 찾아올지 모른다. 따뜻하게 눕고 싶다’(조병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넓이의 갯벌과 혜량할 수 없는 세월이 질퍽질퍽하게 녹아든 와온에서 얕은 숨을 쉬는 갯생물들과 가늘게 떨리는 6월 저물녘의 소금기 섞인 바람 앞에서 아직은 캘 것이 없었다. 산전수전 다 겪어버린 듯한 와온의 질퍽함과 갯벌을 따라 걸어가기조차 두려운 어두움 앞에서 그만 할 말을 잃었기에. 지명이 무척 시적이구나. 기억할게. 와온. 순천 답사기中, 이화경<소설가>
#삶과 터, 그리고 예술 인걸은 지령이라 하고, 곳간에 인심 난다고 했던가. 순천은 풍성한 삶의 터전이다. 아낌없이 베푸는 자연이 있고, 그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순천지심(順天之心)이 있다. 지금도 눈 감으면 아른거리는 아름다운 순천의 풍경 안에는 기실 치열한 노동의 몸짓과 시지근한 땀내가 배어있다. 평생 갯일로 자식새끼들을 거둬온 갯마을 엄니들의 몸공을 생각하면 뻘배의 즐거움 뒤끝이 뭉클해진다. 옛 정취 그대로를 지켜온 초가살이는 또 얼마나 지난한 일일까. 전통과 민속을 오로지하는 일은 그만큼 불편과 손해를 요구할 터이다. 웬만한 심지가 아니어선 어려운 일이다. 작가들의 인생도 매한가지가 아니겠는가. 자연의 선물에 피땀이 더해진 순천은 풍성하고 다양하고 여유롭다. 무릇 문화와 예술은 마음이든 물질이든 여유의 소산이려니, 순천의 품에 안겼다 돌아가 저마다 무얼 토렴해낼까. 또르륵 눈알을 굴리던 짱뚱어 한 마리 마음속에 드리워진 갯벌 위를 펄쩍 뛰어 날아간다. 순천 답사기中, 황풍년<전라도닷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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