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암 이응노 선생은 한국 현대미술 1세대로서 한국적 추상미술의 뚜렷한 족적을 남긴 작가입니다. 불행한 현대사로 인하여 고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작가로서 완성기를 가지고 생을 마쳤으나 예술적 열정 속에 한국미술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꿋꿋이 지켜냈습니다. 전통 묵화와 수묵채색서화와 사생을 탐색하던 고암은 답습의 고루함을 벗어나고 예술적 만행을 마음껏 펼치고자1958년 프랑스로 건너갑니다. 앵포르멜, 추상표현주의 등 2차대전 이후 서양미술의 자유로운 조형정신에 자극 받은 고암은 동서양 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의성 풍부한 ‘문자추상’, ‘군상’등을 통해 독창적인 화풍을 선보였습니다. 유럽의 미술계는 동양적 주체성이 뚜렷하면서 전후 현대미술이 담보해야 할 맥락을 유연하게 읽는 고암의 작업에 주목했으며 한국인 작가로는 드물게 세계각지에서 많은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1964년 프랑스 파리 세르뉘 시미술관에 파리동양미술학교를 설립하고3천 여 후학에게 서예와한국화의 기본과 정신을전파했습니다. 파격적이고 다양하며 참신한 재료와 형식, 기법을 시도한 이응노는 1988년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을 “형태상으로는 변화되고 있지만 독창성을 찾다보니 그리 된 것뿐 내용은 같아요”라고 했습니다. 다양한 변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인간’ 이라는 한 주제만을 탐구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서예적 추상 회화, 인간군상 등 시리즈로 회화, 꼴라주,오브제 등 대표작품들이 선보입니다. 다수의 작품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공개됩니다. 신세계로선 고암의 도불 이후 첫번째 국내 개인전이었던 1976년 신세계갤러리 전시에 이은 41년만의 인연이라 더 뜻깊게 준비하였습니다. 작고 후 햇수로 28년이 지났으나 올해 프랑스 퐁피두센터와 세르뉘시 미술관에서 연속 회고전이 열리는 등 아직도 현역인 작가입니다. 우리 작가임에도 해외에서 더 주목하는 것은 아닌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이번 전시가 지속적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장해 나갔던 고암의 면모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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