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빨간 망토 Little Red Riding Hood>는 수백 년간 구전된 유럽 민담에서 비롯되었기에 전개와 결말이 상이한 다양한 버전들이 전해져 온다. 어떤 빨간 망토는 유아이고 또 다른 빨간 망토는 사춘기의 숙녀이다. 어떤 버전에서는 소녀가 커스터드를 들고 아픈 할머니의 병문안을 가지만 다른 버전에서는 무도회에 가기 위해 화려하게 치장하고 집을 나선다. 어떤 늑대는 늑대 인간이거나, 식인종이거나, 오거ogre이다. 어떤 소녀는 기지를 발휘하여 늑대에게서 스스로 탈출하고, 어떤 늑대는 사냥꾼과 나무꾼에게 실컷 두들겨 맞은 뒤 반성하여 소녀와 친구가 된다. 하지만 모든 판본과 버전들은 한결같은 교훈을 담고 있다. “착한 아이들아, 세상은 매혹적인 위험으로 가득하니, 현혹되지 말고 목적지를 향해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이 전시는 그 단호한 교훈에 의문을 던진다. 낯선 숲에서의 모험은 과연 위험 그 이상의 의미는 아니었던 걸까? 엄마의 경고를 까맣게 잊게 할 정도로 숲에서의 시간이 멋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전시는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과 디자이너들의 상상력 가득한 재해석을 통해 빨간 망토 소녀가 걸었던 숲이, 그리고 소녀의 눈에 비친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흥미로웠는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세상의 아름다움에 심취하기 위해 우회한 “한눈팔았던” 시간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귀한 순간들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 전시가 모두가 힘겨운 팬데믹의 시기에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시공간이 되어 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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