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신세계갤러리는 새 봄의 길목에서 <Spring·Feeling> 전시를 개최합니다. ‘봄기운이 비로소 일어선다’는 입춘(立春)에 들어서면, 처음 5일 간은 동풍으로 언 땅을 녹이고, 다음 5일인 중후엔 동면하던 벌레가 깨어나고, 마지막 5일인 말후는 빙판 밑 물고기가 헤엄치며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계절의 변화가 찾아옵니다. 이 시기 조금은 차가운 바람에 고개만 빠끔히 내밀던 꽃망울들은, 두 번째 절기인 우수(雨水)가 지나면 향기와 소리, 그리고 빛깔의 변화를 보이며 서서히 피어나 우리 주변을 봄으로 물들입니다. 전시는 올해도 어김없이 피어날 만화방창(萬化方暢)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참여작가 7인의 작품세계를 통해 봄의 생동, 그 다양한 면모들을 탐구합니다.
권봄이 작가는 약한 물성인 종이를 말아 단단한 원기둥으로 만들어, 순환의 움직임을 조형적으로 표현합니다. 반복적 행위를 통한 종이 말기가 모여 완성된 작가의 작업은 계절, 자연의 회귀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김리현 작가는 자연과 꽃을 모티브로 영원성과 욕망을 조각합니다. 작가의 조각들은 마치 꽃이 피어나는 듯한 모습으로 욕망의 단면들을 은유하며, 생명의 무한함을 갈구하는 현대인의 바람을 드러냅니다. 자연의 본성을 추구하는 김상열 작가는 바람의 궤적을 따라 자연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작가의 <Wind Garden> 연작은 마치 바람결에 흔들리는 듯한 빛과 자연의 모호한 경계를 드러내어 관람객을 사유의 공간으로 안내합니다.
남지형 작가는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의 움직임을 재해석한 <춤추는 꽃잎> 연작을 선보입니다. 작가는 꽃이 떨어진 낙화(落花)의 개념을 순환하는 자연으로 이야기하며, 인간의 삶 또한 생성과 소멸이라는 순환 내에서 존재하는 것으로 꽃잎이 축척 된 모양을 마치 춤추는 듯한 인체의 행위로 드러냅니다. 재료의 질감이 도드라지는 문준호 작가의 거대한 숲 이미지에서는 만개한 자연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관람객의 시선과 맞닿은 작가의 풍경 너머에는 봄을 맞이하는 옅은 설렘이 깔려있습니다. 하드보드지를 겹겹이 쌓아 레이어를 연출한 선미 작가와 꽃이 만개한 화병의 이미지를 부조로 나타낸 소윤아 작가의 작업은 그야말로 꽃의 형상에 주관적 시선을 개입시켜 재해석한 봄의 이미지들입니다. 캔버스 화면에 중첩된 추상형상들은 다양한 색채가 영글어 꽃이 만개한 찰나의 순간을 드러냅니다.
본 전시를 통해 싹이 트고, 꽃이 피는 계절의 시작점에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생동감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대지가 품고있던 완연한 봄의 에너지들이 움츠렸던 관람객들의 마음에 따스한 햇살 같은 활력소로 자리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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