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적인 양심의 소리, 즉 로고스가 그 고뇌를 받아들일 것을 바라고, 그리고 그런 확신을 얻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용기를 내어 그 힘든 길을 택합니다. 그것은 장기적으로 반드시 행복의 땅으로 이끌 게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2021년 새해가 밝았다. 더더욱 밝은 미래를 꿈꾸어야 하는 신축년辛丑年이 우리 앞에 당도했다. 어디 코로나만 걱정일까. 우리 앞에 펼쳐질 모든 삶이,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기에 늘 두렵고 떨릴 수밖에 없다. 그 두려움은 결국 홀로 존재하는 인간이라는 깨달음, 그 깨달음을 가지고 공동체로 나아갈 때만 극복할 수 있다. 이달에 소개하는 에세이들은 자기만의 삶의 방식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들이다. 새해를 여는 맑은 소리에 다 함께 귀 기울여보자.
정신과 의사 이시형과 심리상담가 박상미의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인 빅터 프랭클이 창시한 의미치료(로고테라피)를 통해 지친 마음을 일으키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지난해 창궐한 코로나바이러스는 모든 사람들의 일상을 무너뜨렸다. 안 그런 척할 뿐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에 빠졌다. 사람들의 바람처럼 백신이 나오고 치료제가 시판된다고 해도, 그리하여 당장 공포에서 벗어난다 해도 깊이 파인 상처는 오래 남을 수밖에 없다. 이시형·박상미, 두 저자는 이런 시대일수록 빅터 프랭클의 의미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의미치료의 전제 조건은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긍정하는 일이다. 생명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족시켜야 할 의미, 실현해야 할 사명이 있다는 사실이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을 다시금 일으켜 세우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육체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본질은 ‘생사를 초월한 정신’에 있기 때문에 그 단단한 정신, 즉 자신의 내면에 잠든 힘을 자각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하나, 우리가 겪은 고통이 미래 내 삶에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1장을 집필한 이시형은 한국전쟁 중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처음 만났다. 죽음이 넘실거리는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자의 깨달음은 진중했다. 그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의미치료를 공부하기에 이르렀고,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번역하기도 했다. 저자는 1990년대 초 오스트리아 빈의 학회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까지 세세하게 기록하며, 삶의 고통을 이겨내는 인간의 의지에 대한 희망을 피력한다. 이시형이 번역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으며 공부한 박상미는 2장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몰고 간 우울증을 극복한 사연을 고백한다. 이후 심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로 떠났고, 마음이 상한 사람들을 위한 치유법인 의미치료를 상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담은 3장은 의미치료의 이론과 임상, 치유에 관련된 실제적인 대화로 채웠다. 두 사람은 내적인 양심의 소리, 즉 로고스에 귀 기울일 것과 그것이 줄 수 있는 용기를 늘 신뢰할 것을 권한다. 행복은 다른 무언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확신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가 ‘행복할 가치가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에 깊이 공감하는 것, 거기서부터 인생은 새롭게 시작된다고 두 사람은 힘주어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