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YING
CLASSIFICATION
2021/04 • ISSUE 35
editorLee Jiyeon
©Rick Owens by Danielle Levitt
릭 오웬스의 룩은 옷을 짓는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정도로 건축적인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패션보다 건축에서 레퍼런스와 영감을 얻는다고. 릭 오웬스는 현재 패션뿐 아니라 가구까지 다방면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이번에 새롭게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스토어도 그의 손길을 거쳐 브랜드만의 미적 감각과 구조적 형태가 돋보이는 공간으로 탄생했다. 상징적인 블랙과 화이트 색상으로 통일한 매장 내부는 가공하지 않은 마감으로 특유의 자연스러운 멋을 표현했다.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은 남성 컬렉션에는 작품 속 지옥으로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불의 강 플레게톤Phlegethon을 주제로 위험에 맞서 싸우는 인간의 저항적인 모습을 담았다. 강조된 어깨 실루엣에 소매가 뜯긴 형태의 코트와 재킷, 하얀 실을 그대로 노출한 채 디자인을 마무리한 룩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여성 컬렉션 또한 소매가 뜯긴 원피스와 어깨가 과장된 새틴 소재 봄버 재킷, 케이프와 로브를 결합한 외투 등을 선보였다. 무채색을 주로 사용했지만 풍선껌을 연상시키는 핑크와 강렬한 레드 컬러로 포인트를 줘 특색을 드러냈다.
©OWENSCORP
RICK OWENS’S TASTE
안정감을 주는 공간
드넓은 바다. 그 바다에서 평온하게 수영하는 데서 안정감을 느낀다.
영향을 준 공간
미국 캘리포니아 포터빌에 위치한 어릴 때 살던 집, 아버지의 서재. 서재에 다 채우지 못할 정도로 책이 많아 지하실에 보관하기도 했는데, 그곳에 들어서면 항상 축축한 진흙 냄새가 났던 기억이 있다. 위 칸에는 신학과 철학에 관한 책들이 꽂혀 있었는데 이 책들은 훗날 여러 디자인에 영향을 주었다. 이번 2021 S/S 컬렉션은 남녀 각각 다른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F/W 시즌 컬렉션 또한 신학에서 발견한,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날 밤 기도를 드린 겟세마네Gethsemane 동산의 불안정함과 혼돈이 서린 장소에서 영감을 받았다.
영감을 주는 활동
은연중에 알아볼 수 있는 참고 자료의 우아한 조합을 찾는 것과 새롭고 시적인 결합을 찾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하이쿠(짧은 일본 시)나 이케바나(일본의 전통 꽃꽂이 예술)와도 같다.
좋아하는 뮤지션
최근에는 리코 내스티Rico Nasty와 고스트메인Ghostemane(6)에 빠져 있다.
좋아하는 가구
대부분 직접 디자인한 가구를 가지고 있다. 그중 상당수는 사슴뿔로 장식한 가구(2)다. 극단적인 모양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수집하는 물건
두개골 모티프(3). 르네상스 작품부터 죽음에 대한 반항을 표현한 컨템퍼러리 아트까지 고전적인 모티프의 레퍼런스로 파리와 이탈리아에 있는 오피스 책상 위에 두었다. 이는 모든 것은 무의미하니 매사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자는 다짐을 상기시킨다.
영감을 주는 건축가 또는 건축물
르 코르뷔지에, 카를로 스카르파(1), 루이지 모레티 그리고 아일린 그레이의 논리와 브루탈리즘을 중점적으로 참고한다. 가장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들 작품의 지속성과 영속성이 나의 다음 스텝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감명 깊게 읽은 책
케네스 앵거의 〈할리우드 바빌론〉,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몬크리프 번역본), 조리카를 위스망스의 〈거꾸로〉(5),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의 책 몇 권.
좋아하는 영화감독과 영화
영화감독 세실 B. 드밀의 성경을 활용한 서사를 좋아한다. 러시아 영화배우 알라 나지모바가 출연하고 감독한, 오스카 와일드 원작의 〈샬로메〉(1923)(4).
©OWENSCORP 릭 오웬스와 그의 아내이자 뮤즈,미쉘 라미의 모습
©Alessandra Pezzotta, LMPC / Getty Images ©<Against Nature>, <Ghostem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