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를 더해주는 술 한잔
술의 온도가 높아지니 몸과 마음의 온도도 높아진다.
추운 겨울에 즐기기 좋은 따뜻한 술.
쌀의 예술, 사케
“찬 바람 불 때 핫초코○○.” 어느 TV 광고의 유명 카피가 다시 고개를 내미는 때다. 마음까지 시리게 만드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닥칠 때면 생각나는 게 비단 핫초코뿐일까. 진득한 달콤함 너머 우리에게 더욱 많은 선택지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사케다. 호호 불어 먹는 맛은 없지만 사케의 은근한 온기는 몸을 데워주기에 충분하고, 미각과 후각을 뜨겁게 사로잡는다. 온도에 따라 사케의 풍미가 달라지지만, 곧바로 삼키지 못할 온도의 뜨거운 사케는 잘못된 방식이다. 구운 복어 지느러미를 넣고 끓이는 히레사케라는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한다면, 맛의 균형을 위해 55℃를 넘기지 않고 보통 40~50℃가 가장 즐기기 좋은 온도다. 30~40℃ 정도로 따뜻하게 즐기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체내 흡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몸의 온도와 유사하게 맞춘 온도다. 사케를 데울 때는 열에 직접 가열하기보다 중탕기 또는 냄비에 넣어 중탕하는 것이 사케의 향을 보존하기에도, 적당한 온도로 끌어올리기에도 좋다.
따뜻한 사케를 만들 때는 온도만큼 종류도 중요하다. 와인에도 등급이 있듯이 사케의 경우도 정미율(쌀을 깎아내고 남은 비율)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 정미율이 70% 이하라면 준마이, 60% 이하라면 준마이긴조, 50% 이하는 준마이다이긴조로 구분한다. 이때 준마이긴조나 준마이다이긴조보다는 70% 이하의 준마이를 추천한다. 정미율이 낮아 쌀의 감칠맛을 진하게 품고 있기 때문에 온도를 올리면 그 풍미가 훨씬 배가되기 때문이다. 정미율이 70%이면서 양조용 알코올을 첨가한 혼죠조 역시 따뜻하게 마시기에 제격이다. 취향에 정답은 없다지만 발효 후 가열 처리를 하지 않는 나마자케(생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 특유의 신선함은 신선함대로 즐겨주는 것이 애주가의 주도랄까.
따뜻한 우리 술, 자주와 모주
같은 미주米酒 문화권인 한국에도 뜨끈하게 즐기는 술이 있다. 17세기 말 하생원이 작성한 조리서 <주방문>을 보면 청주에 후추, 황납(꿀)을 넣고 중탕으로 녹여 만든 술을 두고 자주라 칭한다. 같은 시기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차게 식혀 여름에 마시기 좋은 술로 소개되었지만, 태어나기를 뜨겁게 태어난 술. 향신료의 독특한 매콤함과 쌀로 빚은 술의 은은한 달콤함은 온도를 높여 데워도 그 매력을 유지한다.
자주와 닮은 구석이 있지만 훨씬 대중적인 술, 모주도 있다. 사전적으로는 술을 거르고 남은 지게미에 물을 타서 걸러낸 술. 조선시대 야사집 <대동야승>에 따르면 광해군 때 인목대비의 어머니 노씨 부인이 제주도로 귀양 가서 막걸리에 물을 타 값싸게 팔았는데, 왕비의 어머니가 만든 술이라고 ‘대비 모주’라 불린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구한말의 서울 모주집에서는 뜨끈한 모주로 새벽 노동자들이 아침 식사와 함께 해장 겸 마시기도 했다. 술이라고 불리지만 보통 알코올 도수가 1% 미만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현대에는 전주의 한 콩나물국밥집에서 막걸리에 생강·대추·계피·설탕 등을 넣고 3~4시간가량 달인 형태로 모주를 내며 같은 듯 다르게 명맥을 이었고, 페트병에 담긴 소박한 모양새로 상품화되면서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술이자 음료가 됐다. 높은 도수로 몸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기보다는 은근한 온도와 따뜻한 성질의 재료로 몸을 데워주는 것이 모주의 매력. 막걸리에 칡·생강·대추·계피 등을 넣고 약재 성분이 우러나도록 3~4시간가량 달이다 보니 건강주로 여겨지기도 한다. 재료로 사용되는 약재들이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특히 따뜻하게 데운 모주는 감기 예방, 차갑게 마시는 모주는 갈증과 숙취 해소에 이로운 것으로 알려진다.
이름의 ‘무우(無有)’는 무농약으로 재배한 것을 뜻한다. 산소에 노출시키지 않은 상태로 10℃ 온도에서 천천히 숙성해 부드러운 맛의 숙성주를 완성했다.
750ml, 14만2천원
프리미엄 그리고 유기농 사케로 저명한 키노. 사람과 자연 모두에 이로운 방식으로 쌀의 감칠맛을 극대화해 에너제틱한 활력이 깃든 맛을 선사한다.
750ml, 11만4천원
2022 니혼슈 어워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일반 소비자와 전문가 모두에게 인정받았다. 삿나이강 수계의 중경수를 사용해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한껏 강조한 제품이다.
750ml, 13만원
조선 3대 명주로 꼽히는 술. 계피·정향·지초 등 일곱 가지 약재를 넣고 침출 후 숙성해 향이 독특하다. 증류된 술이 소줏고리에 맺히는 모습이 이슬과도 같다 하여 ‘감홍로’라 불린다.
750ml, 8만3천원
가장 특별한 따뜻함, 칵테일
온도는 온도대로, 술 자체의 풍미는 풍미대로 즐기고 싶을 땐 스피릿이 최고의 선택지가 되어줄 것이다. 웬만한 온도에서도 풍미를 잃지 않는 단단한 도수를 지녔을 뿐 아니라 적절한 온도와 만나 더욱 폭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코냑과 물을 섞어 데우거나 브랜디와 리큐어 베네딕틴을 혼합해 중탕한 B&B는 간편하게 그리고 향기롭게 겨울 추위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다.
재료 버번 44ml, 레몬즙 1큰술, 메이플 시럽 1큰술, 레몬 웨지 껍질 1조각, 정향 3알, 말린 레몬 슬라이스 1개, 세이지잎 6~7장, 시나몬 스틱 2개, 뜨거운 물 250ml
1 뜨거운 물에 세이지잎 5~6장을 넣고 약 5분 뒤 잎을 제거한다.
2 레몬 웨지 껍질에 정향을 박아둔다.
3 따뜻하게 데운 잔에 버번, 레몬즙, 메이플 시럽과 ①을 넣고 섞는다.
44 잔에 ②와 시나몬 스틱을 넣고 세이지잎 1장과 말린 레몬을 꽂아 장식한다.
에반 윌리엄스 싱글 배럴 빈티지 8만9천원
재료 베네딕틴 44ml, 브랜디 44ml, 뜨거운 물 140ml, 오렌지 껍질· 타임 적당량씩
1 잔에 뜨거운 물과 오렌지 껍질, 타임을 넣는다.
2 베네딕틴과 브랜디를 부은 잔을 ① 위에 올려 따뜻하게 데워 마신다.
테세롱 꼬냑 컴포지시옹 11만원
재료 다크 럼 44ml, 황설탕 1작은술, 뜨거운 물 150ml, 버터 1조각, 휘핑 크림·시나몬 파우더 적당량씩
1 따뜻하게 데운 잔에 다크 럼, 황설탕, 뜨거운 물을 붓고 가볍게 젓는다.
2 2 설탕이 녹으면 버터를 띄운다.
3 버터가 녹으면 휘핑 크림을 얹고, 시나몬 파우더를 뿌려 완성한다.
플랜테이션 파인애플 럼 8만3천원
겨울 밤을 위한 뱅쇼
온한국에 모주가 있다면 서양에는 뱅쇼가 있다. 와인을 뜻하는 뱅vin과 따뜻하다는 뜻의 쇼chaud가 합쳐진 프랑스어로, 독일의 글뤼바인Glu¨hwein, 영어권의 멀드 와인mulled wine과 같다. 시나몬 스틱·정향·팔각 등의 향신료와 오렌지 등의 과일을 넣고 가열해 알코올을 증발시킨 음료로 베이스가 되는 술이 달라질 뿐 모주의 원리와 같다.
재료 레드 와인 1/2병, 딸기 8알, 크랜베리 1/4컵, 시나몬 스틱 1개, 정향 5알, 통후추 1/2작은술, 꿀 적당량 *2~3잔 분량 기준
1 딸기는 꼭지를 떼고 반으로 썬다.
2 냄비에 와인과 딸기, 크랜베리, 시나몬 스틱, 정향, 통후추를 넣고 15~20분 이상 약한 불에서 뭉근히 뜨겁게 데운다.
3 와인에 과일과 향신료 향이 배어들면 취향에 따라 꿀을 넣어 단맛을 더한다.
얄룸바 Y 시리즈 쉬라즈 비오니에 4만원
재료 화이트 와인 1/2병, 오렌지 1/2개, 미니 사과 2개, 석류알 2큰술, 시나몬 스틱 1개, 팔각 1개, 정향 5알, 꿀 적당량
1 오렌지와 미니 사과는 껍질째 반달 모양으로 슬라이스한다.
2 냄비에 ①과 와인, 석류알, 시나몬 스틱, 팔각, 정향을 넣고 15~20분 이상 약한 불에서 뭉근히 뜨겁게 데운다.
3 와인에 과일과 향신료 향이 배어들면 취향에 따라 꿀을 넣어 단맛을 더한다.
벨 꼴레 랑게 파보리따 4만2천원
writer Jang Saebyeol F&B 콘텐츠 디렉터
editor Kim Minhyung
photographer Jung Wonyoung
stylistStudio Ro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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