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신은 물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와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극소수에게 허락된 향과 맛의 컬트 와인, ‘신의 물방울’이라 불리는 컬트 와인의 모든 것.
경제공황이 한창이던 1920년대 미국의 금주령이 끝난 이후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와인 산업에 뛰어든 캘리포니아는 유럽에서 유서 깊은 양조 공부를 마친 와인 전문가를 영입했다.
이때 특히 UC 데이비스대학교에서는 포도나무 DNA와 와인 양조 기술을 더한 연구를 거듭해 얻은 고급 정보를 와인 생산자들에게 전파함으로써 단기간에 캘리포니아 와인의 품질을 높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당시 미국 와인법은 각기 다른 품종의 블렌딩이나 품질 및 원산지 제약이 없었기에 싸구려 와인이 대량생산됐는데, 1976년 와인계를 변화시킨 역사적 블라인드 테이스팅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을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파리의 심판이란 프랑스 와인과 캘리포니아 와인을 두고 펼친 피 튀기는 공방전을 일컫는다. 당시 캘리포니아 와인은 프랑스 와인에 비해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며, 파리에서 미국 와인이라고 하면 대용량으로 포장한 저가 와인 몇 가지만 판매하는 정도였으므로 아무도 캘리포니아 와인이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마침 현장에 있던 <타임>지 기자 덕분에 미국 와인의 훌륭한 맛이 세상에 알려졌고, 이 시음회가 캘리포니아 와인 역사의 분수령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계기로 캘리포니아에서 생산하던 기존의 값싸고 편히 즐기는 와인이 아닌, 오로지 ‘전문성’과 ‘품질’이라는 목표를 좇는 생산자가 모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우수한 포도 알맹이를 선별해 와인을 만들고 애초 씨알이 작은 포도송이는 제거하는 등 포도나무의 양분까지신경 써 컬트 와인을 제작한 것.
이렇게 탄생한 컬트 와인은 뛰어난 실력을 갖춘 와인 메이커들이 자신만의 철학과 장인 정신으로 소신껏 만든 작품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미국 와인 품질의 상향 평준화를 이루어냈으며 현재까지 미국 와인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데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컬트 와인’은 매우 문화적이고 주관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다.
저명한 와인 비평가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에게 1백 점의 와인 점수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하면서 컬트 와인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사실 ‘컬트cult’는 광신도 집단이나 일반적이지 않은
종교 단체를 뜻하는 부정적 단어인데, 누가 먼저 이 용어를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와인을 칭하기에는 적합한 단어임이 틀림없다.
제한적인 생산량 탓에 실제로 와인을 마셔본 사람은 적지만
높은 수요 때문에 빠르게 소진된다.
물론 적은 생산량은 럭셔리 상품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필수다.
스크리밍 이글 18
Screaming Eagle 18
미국 나파 밸리의 가장 작은 와이너리에서 탄생하는 스크리밍 이글은 1992년 빈티지를 시작으로 매년 가격이 20~50% 이상 오르는 것이 특징이며, 치솟는 인기와 명성에도 매년 4백~7백50 케이스만 소량 생산한다.
6백만원
당도 ●○○○○ 산도 ●●●●○
보디 ●●●●● 타닌 ●●●●●
신세계에서 만나보는 컬트 와인
신세계백화점과 와인 전문 소믈리에가 엄선한 컬트 와인 리스트. 공식 기준은 없지만 맛과 희소성을 고려해 선별했다. 세계적인 와인 비평가 로버트 파커의 와인 평가 점수와도 비교해보길.
높은 가격만큼이나
희소가치가 높은 컬트 와인
정제되지 않은 자연스러움
마카신 피노 누아 12
Marcassin Pinot Noir 12
마카신에서는 자연 효모만 사용해 발효하며 효모 찌꺼기를 그대로 둔 채 숙성하는 것을 선호한다. 정제나 여과를 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온도를 맞춰 안정화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 묵직한 느낌이 드는 여느 컬트 와인과 달리 우아하고 섬세한 맛을 자랑한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희소가치
스크리밍 이글 소비뇽 블랑 18
Screaming Eagle Sauvignon Blanc 18
극소량임에도 소비뇽 블랑 품종의 화이트 와인을 만든다. 프랑스 오브리옹 블랑과 견줄 만큼 높은 품질을 유지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진한 바닐라 향과 크리스피한 산도는 스크리밍 이글 화이트 와인의 가장 큰 매력이다.
나파 밸리 와인의 품질을 향상시킨 선구자
할란 이스테이트 17
Harlan Estate 17
화폐를 제작하는 종이로 레이블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할란은 나파 밸리 와인의 품질을 드높인 선구자로 불린다. 모카, 커런트, 블랙베리 등의 과실 향도 훌륭하지만 입안에서 씹히는 듯한 걸쭉하고 묵직한 질감이 특징. 1990년 첫 빈티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잰시스 로빈슨과 로버트 파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최고의 와이너리 중 하나다.
고령의 포도나무에서만 얻는 신의 선물
슈레이더 RBS 까베르네 소비뇽 17
Schrader RBS Cabernet Sauvignon 17
슈레이더 와이너리는 나파 밸리에서도 전설적인 포도밭인 투 칼론 빈야드에서 생산하는 포도로만 와인을 양조하는 것으로 이름을 알렸다. 평균 수령이 40~60년인 고목에서만 포도를 수확해 생산량이 현저히 낮은 것이 특징. 약간의 스파이시함과 응축된 과실 향은 컬트 와인 중에서도 가히 독보적이다.
신생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컬트 와인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향과 맛
헌드레드 에이커 아크 까베르네 소비뇽 18
Hundred Acre Ark Cabernet Sauvignon 18
아크 빈야드는 고도가 높은 하웰 마운틴에 위치한 포도밭으로, 독특한 화산재 토양으로 이루어져 나파 밸리에서도 최고급 와인 산지로 알려졌다. 벨벳 같은 텍스처와 풍부한 향, 부드러운 타닌이 특징이며 구조감이 훌륭해 와인을 오픈한 뒤 3주가 지나도 와인의 향과 맛이 살아 있다. 매년 단 1천 케이스만 생산하며, 현재 5천 명이 넘는 대기자가 있을 정도다.
수많은 와인 애호가에게 열렬한 호응을 얻는
다나 에스테이트
로터스 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 16
Dana Estates Lotus Vineyards Cabernet Sauvignon 16
다나 에스테이트는 한국 기업이 설립한 나파 밸리 최고의 와이너리로 독특한 와인 양조법을 자랑한다. 아주 큰 오크 통, 콘크리트 발효조, 작은 배럴을 이용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양조하는 것이 특징. 2005년 첫 빈티지를 시작으로 와인 비평가 로버트 파커에게 여섯 차례나 1백 점을 받을 정도로 품질이 높고, 매년 1천 케이스 미만으로 소량 생산해 많은 와인 애호가의 수집 와인으로 꼽힌다.
오직 소수를 위한
콜긴 캐리아드 16
Colgin Cariad 16
대량생산하지만
맛은 결코 뒤지지 않는 컬트 와인
언덕에서 탄생하는 최고의 맛
쉐이퍼 힐사이드 셀렉트 까베르네 소비뇽 17
Shafer Hillside Select Cabernet Sauvignon 17
힐사이드 셀렉트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나파 밸리에서도 손꼽히는 산지 ‘힐사이드 빈야드’에서 생산된다. 언덕에 위치한 덕분에 일조량이 풍부하고 배수가 잘되는 덕에 양질의 포도를 생산할 수 있다. 와인이 숙성되는 데 최적의 환경이라 좋은 산도를 보여준다.
보르도 품종을 블렌딩한 프리미엄 와인
조셉 펠프스 인시그니아
Joseph Phelps Insignia
인시그니아는 1978년 미국에서 최초로 선보인 보르도풍 블렌딩 와인으로 현재는 미국을 대표하는 유명 와인과 어깨를 견준다. 까베르네 소비뇽을 베이스로 보르도 품종을 블렌딩해서 만드는데, 삼나무 향과 블랙베리 향이 특징이며 장기 보관에 적합한 와인으로 평가된다. 1991년, 1997년, 2022년 빈티지가 로버트 파커 1백 점을 받았으며, 이 외에도 평균 95점 이상의 평가를 받는 프리미엄 와인이다.
미국 포도와 프랑스 양조 기술의 합작
오퍼스 원 17
Opus One 17
미국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 와이너리와 프랑스 보르도 1등급 레드 와인을 생산하는 회사 샤또 무통 로칠드Chˆateau Mouton Rothschild의 양조 기술이 만나 탄생시킨 와인이다. 10년 정도의 숙성을 거친 뒤 블라인드 테이스팅했을 때 보르도 1등급 와인으로 착각한 전문가가 있을 정도다.
구세계와 신세계의 결합으로 태어난
도미누스 에스테이트 도미누스 18
Dominus Estates Dominus 18
도미누스는 프랑스 샤또 페트뤼스Chˆateau Petrus의 소유자 크리스티앙 무엑스Christian Moueix와 나파 밸리의 전설적 와이너리 잉글누크Inglenook의 딸이 합작해 설립한 와이너리다. 오퍼스 원보다 3년 앞서 생겨났으며,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을 이용해 우아하고 섬세한 와인을 만든다.
미국에서 최초로 생산된 싱글 빈야드 와인
하이츠 셀라
마르타스 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 14
Heitz Cellar Marthaʼs Vineyard Cabernet Sauvignon 14
1966년 미국에서 최초로 생산된 싱글 빈야드 와인으로, 단일 포도밭에서 나는 포도만 사용해 이미 품질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약간의 민트나 허브 뉘앙스가 느껴지고 부드러운 타닌과 풍부한 블랙베리, 스파이시한 풍미가 인상적이다. 매년 로버트 파커 93점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2021년 〈와인 스펙테이터〉 1백 대 와인에서 3위를 차지했다.
파리의 심판에서 승리를 거둔
스택스 립 와인 셀라 캐스크 23
까베르네 소비뇽 18
Stagʼs Leap Wine Cellars CASK 23 Cabernet Sauvignon 18
1976년 미국과 프랑스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한 파리의 심판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바로 그 와인이다. 당시 기록을 살펴보면 1973년 빈티지였는데, 현재 이 와인은 캘리포니아 와인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진한 루비색을 띠며 베리와 코코아 풍미가 잘 어우러지고 기분 좋은 미감이 길게 이어져 여운이 남는다.
editor Lim Jimin photographer Jung Wonyoung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