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적인 삶에서 프레이리의 언어가 주는 힘을 토대로 자신의 경험을 성찰하고 자신을 둘러싼 억압적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부단한, 끈질긴 싸움을 그려 보여줄 뿐이다. 이들은 아직도 자신의 문제를 붙들고 싸우고 있다. ”
인간은 스스로 존엄하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결국 교육이다. 하지만 현대의 교육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본의 시장 속에 편입되었다. 승자만 살아남는 무한경쟁 시스템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병들어가고 있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그릇된 현실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한국의 교육 현실을 돌아보며 희망의 교육과 실천적 교육 등으로 명명된 여러 교육학자들의 사상을 돌아본다. 학생 중심의 교육, 현실과 유리되지 않은 교육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몇 권의 책을 통해 살펴본다.
교육 불평등을 뛰어넘는 희망과 사랑, 〈사랑의 교육학〉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학교 교육 리더십 전공 교수인 안토니아 다더의 <사랑의 교육학>은 교육 사상가 파울로 프레이리의 ‘교육학’을 실천적 관점에서 정리한 책이다. 저자 안토니아 다더는 ‘프레이리 학자’라고 불릴 만큼 프레이리의 사상에 해박하며, 교육학자로 30년 넘게 교육 불평등과 이민자의 교육 문제, 언어적 차별을 연구했다. 저자는 프레이리가 “억압받는 사람들이 직면한 교육 불평등과 불의의 조건에 도전”했다면서 그 바탕에 “사랑의 교육학”이 내재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사실 프레이리의 교육학은 선언적 의미가 강해 교육 현장에서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한편 신자유주의 사상의 팽배와 그에 따른 무한경쟁 시스템이 교육 현장에까지 엄습하면서 학생 하나하나를 진정한 한 사람의 ‘인간’으로 키우는 교육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안토니아 다더는 이럴 때일수록 프레이리의 교육철학을 이상론으로 남겨두지 말고 현장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프레이리가 ‘교실의 문제’는 교실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 큰 맥락에서 학생들을 이해하는 것, 즉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면서 세계화와 인종차별, 신자유주의 문제 등에 대한 적극적인 토론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교사들의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하는데, 예를 들면 소외된 지역 출신 학생들의 교육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교사가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는 공적 존재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저자는 프레이리가 주장하듯 교실이 민주주의가 발현하는 최초의 공간이며, 거기서 자란 학생들이 결국 시민사회의 주역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를 프레이리는 프락시스praxis, 즉 ‘실천하는 삶’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학생 스스로 의지와 의식을 모아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모든 교육과정에서 시도해보는 것, 궁극에는 ‘실천적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자녀로 미국 사회에서 성장기를 보내며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프레이리의 교육철학이 현실 교육에 반드시 적용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랑의 교육학>은 우리 시대의 교육이 잃어버린 여러 가지 측면을 지적하면서, 그 해결책으로 프레이리의 사랑과 희망의 교육을 다시금 회복하자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