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패션을 만나다
알쓸신잡, NFT
세계 최대의 예술품 경매소 중 하나인 크리스티에서 속속 NFT 작품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제 NFT 작품은 제도권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 됐고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으로도 여겨지고 있다. 패션계에도 비슷한소식이 들려온다. 가상 세계의 의상을 선보이는 암스테르담의 디지털 패션 하우스 ‘더 패브리컨트The Fabricant’가 2019년 선보인 은색 드레스 NFT(작품명 ‘이래데선스Iridescence’)는 최초가가 54이더리움ETH(약 9천5백 달러)이었는데, 현재는 약 20만 달러로 훌쩍 뛰었다는…! 만지지도 입지도 못할 옷을 누가 20만 달러에 구매하는 것인가?
NFT는 ‘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의 약자로 특정 자산에 대한 소유권과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기록하는 디지털 파일이다. 그림이나 동영상 등 디지털 파일에 고유 일련번호를 부여해 원본을 지정하기 때문에 희소성이 있고, 한번 생성되면 삭제나 위조가 불가능하며, 재판매도 가능하다. 일대일로 맞교환이 가능한 대체 가능 토큰(Fungible,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암호 화폐)과의 차이점은 NFT가 각각 고윳값을 지닌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우연히 BTS 멤버를 만나서 입고 있던 나이키 티셔츠에 친필 사인을 받았다면? 그것은 다른 나이키 티셔츠와는 맞바꿀 수 없는 대체 불가한 것이 되며, 이를 NFT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NFT로 발행(이를 ‘드롭drop’이라고도 표현함)할 수 있다. 출처 : 〈NFT 레볼루션〉(더퀘스트)
따라서 NFT는 가상 세계, 즉 메타버스 세상에서 금융 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 무한 ‘복붙’을 통해 위변조가 용이한 디지털 세계에 NFT라는 일종의 ‘개런티 카드’가 도입되면서 많은 브랜드가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 지난 2021년 글로벌 NFT 시장의 규모는 4백억 달러(47조 9천억 원)에 달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명품 NFT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5백60억 달러(66조 8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NFT라는 희열
패션계의 NFT 열풍은 메타버스 매장 론칭으로 시작됐다. 구찌, 디올, 랄프 로렌, 나이키, 자라 등이 메타버스 세계인 ‘제페토’에 가상 매장을 열었다. 3만 명에 달하는 제페토 이용자들이 가상 매장에서 아바타에 입힐 옷을 구매하고 있다. 현실에서 몇 백만 원에 달하는 구찌 가방은 제페토에서 77~88젬Zem에 판매된다(1젬은 85원 정도다). 랄프 로렌 제페토 매장에서는 디지털 의류가 단 몇 주 만에 10만 점 이상 판매됐다. 이후 랄프 로렌은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에도 가상 체험 매장을 내고 겨울 의상을 약 3~5달러에 판매했다. 혹자는 이처럼 디지털 세계의 상품에 가치가 형성되는 것이 MZ 세대를 중심으로 한정판 스니커즈에 웃돈을 얹어 파는 ‘리셀’ 열풍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도 말한다. 스니커즈를 구입해 착용하지 않더라도 소장 가치와 투자가치를 보고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현상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실제 명품 제품에 비하면 가상 패션은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하지만 그 가치가 향후 어느 선까지 상승할지 아무도예측할 수 없기에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Z 세대에게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구찌는 2021년 8월에 창사 1백 주년을 기념해 로블록스에서 한정판 퀸 디오니소스 백을 475로벅스Robux, 약 5.5달러에 판매했는데, 이게 NFT 거래소에서 4천1백15달러에 재판매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실물 퀸 디오니소스 백보다 약 1천 달러나 비싼 가격이다.
많은 패션 브랜드가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담은 NFT를 발행하면서 열기는 더해가고 있다. 구찌는 2021년 5월, 4분 5초의 패션 동영상을 NFT로 발행해 크리스티 경매에 올렸고 이는 2만 5천 달러(약 3천만 원)에 낙찰됐다. 버버리는 2021년 8월, 블록체인 게임 ‘블랑코스 블록 파티’에 버버리 패션으로 꾸민 게임 캐릭터 ‘샤키 B’를 NFT로 출시했다. 버버리 모노그램을 온몸에 새긴 상어 캐릭터 샤키 B는 총 7백50개 에디션으로 출시해 30초 만에 완판됐다. 버버리는 이로써 39만 5천 달러, 약 4억 6천만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고, 샤키 B의 판매가는 최초 3백 달러에서 리셀가 1천1백 달러로 폭등했다. 루이 비통은 2021년 8월, 브랜드 탄생 2백 주년을 기념해 창립자의 이야기를 담은 NFT 어드벤처 비디오 게임 <루이 : 더 게임>을 내놓고, 게임을 플레이해서 정해진 목표를 달성한 이들에게 NFT 작품을 선물했다. 이는 크리스티 경매에서 신기록을 세웠던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과 협업해서 만든 작품이다.
브랜드는 계속해서 NFT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발망은 2022년 1월, 바비 인형을 만드는 마텔Mattel과 협력해 총 3개의 NFT를 발행했고, ‘민트NFT’에서 경매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발망이 2018년에 컴퓨터로 제작한 3명의 가상 모델 ‘마고’, ‘슈두’, ‘지’를 광고 캠페인에 출연시킨 이후 약 2년 동안 준비해온 것이다.
지난 1월에는 프라다가 최근 메타버스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 협업해 ‘Adidas for Prada : Re-Source’라는 NFT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총 3천 명의 참가자가 프라다의 ‘리나일론’ 컬렉션에서 영감받은 사진을 제공했고 이를 디지털 아티스트 잭 리버만Zach Lieberman이 NFT 콘텐츠로 제작했다. 경매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의 마켓인 ‘슈퍼레어Suprerare’에서 붙여졌다. 한편 펜디는 암호 화폐 지갑 제작 업체인 레저Ledger와 협업해 디지털 지갑 ‘레저 나노 X’를 선보였다. 펜디 바게트 백의 직사각형 형태를 닮은 알루미늄 소재의 액세서리로 안쪽을 열면 암호 화폐 하드웨어 월렛인 레저 나노 X를 수납할 수 있다. 펜디는 오는 6월부터 이를 홈페이지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실제 제품과 연계한 NFT 사례도 등장했다. 돌체앤가바나는 2021년 9월 명품 마켓 UNXD와 손잡고 첫 NFT 컬렉션 ‘콜레치오네 제네시’를 선보였다. 총 9개의 NFT 작품 중 5개는 실제로 존재하는 의상과 액세서리를 디지털 상품화한 것이고, 나머지 4개는 온전히 디지털로만 디자인한 것이었다. 이는 경매를 통해 총 1,885이더리움ETH, 약 5백60만 달러에 판매됐다. 지방시는 지난 11월, 2022 크루즈 컬렉션에서 사용했던 치토Chito 디지털 일러스트 15개를 ‘오픈시OpenSea’에서 NFT로 드롭했다.
넥스트 레벨을 위한 선택
NFT 현상을 모든 사람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쉽게 발행할 수 있고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저작권 분쟁도 많다. NFT에 대한 근본적 질문인 ‘무한 복붙이 가능한 디지털 파일을 왜 돈을 주고 사야 하나’도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최대 규모의 NFT 거래소로 기업 가치가 1백33억 달러(약 16조 원)에 이르는 오픈시는 2022년 초 자사 플랫폼에서 공짜로 만들어진 NFT의 80%는 표절이거나 위조, 사기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NFT는 일시적 관심을 받다가 사라질 유행 또는 일부 암호 화폐 투자가들의 단순한 투기 대상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넥스트 빅 싱Next Big Thing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현재 우리가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힘들듯 몇 년 후에는 NFT가 없는 일상을 생각하기 힘들어질 것이기에 결코 무심하게 놓쳐서는 안 되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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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Myung Sujin패션 칼럼니스트
editor Jeong Pyeongh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