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에서 찾는 역사 이야기
산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는 산성에는 오래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조금만 걸으면 멀지 않은 곳에서 역사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산성으로 올라가보자.
2021/06 • ISSUE 37
editor Wang Minah writer Seong Soontaek
대개 산성은 아름다운 산천 주변에 자리한다. 산성은 기본적으로 외침에 대비한 방어 시설이기에 적의 침입이나 이동을 빨리 감지할 수 있어야 하므로 주변보다 높은 곳에 있다. 또 산성은 적이 공격하기 어려워야 하므로 자연 하천이나 험준한 절벽 같은 지형지물을 활용할 수 있는 곳에 세운다. 이런 이유로 산성이 위치한 곳은 대부분 아름다운 산과 하천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전망도 좋은, 힐링 여행지가 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다. 또 산성은 질적·양적 측면 모두 우리나라의 어떤 관광자원보다 큰 잠재력을 지닌 역사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 산성 중에는 해외 유명 역사 여행지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좋은 조건을 갖춘 곳도 많다. 우리는 산성 여행을 통해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볼 수 있고, 그 흔적에서 역사가 남긴 교훈을 되새기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건강한 몸과 마음은 덤으로 받는 선물일 것이다.
"산성 여행을 통해 역사가 남긴 교훈을
되새기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건강한 몸과 마음은 덤으로 받는 선물일 것이다."
죽령을 넘은 신라의 진출
단양 적성산성
문헌에도 없는 신라 역사의 기록이 담긴 산성.
충북 단양의 남한강 변에는 성곽보다는 비석으로 더 잘 알려진 적성산성이 있다. 전체 길이가 922m 정도인데 이곳에 오르면 아름다운 남한강 물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삼국시대에 단양은 고구려의 적성현이었으며, 신라가 점령한 뒤에도 적성으로 불린 지역이다.
적성산성이 역사적인 의미가 더욱 큰 이유는 이곳에서 신라 진흥왕 때 세운 단양 적성비(국보 제198호)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단양 적성비에는 고구려 영토였던 적성 지역을 신라가 차지한 것을 입증하는 내용 등 문헌 으로 전해지지 않는 중요한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ADD 충북 단양군 단성면 하방리 산3-1
TRANSPORTATION 중앙고속도로 단양휴게소(춘천 방향)에서 하차
멀지 않은 곳에서 단양을 둘러보는 코스
고수동굴, 천동동굴
단양은 국내 최고의 동굴 여행지로 알려진 곳으로 2곳의 동굴 모두 적성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 이내에 있다.
단양 온달산성과 온달관광지
온달의 전설이 전해지는 온달산성은 적성에서 자동차로 50분 거리에 있으며, 신라와 고구려가 치열한 접전을 펼친 곳으로 알려졌다.
몽골 침략과 동학운동의
슬픔을 담은 담양 금성산성
백성의 슬픈 이야기가 녹아 있는 호남의 대표 산성.
동학농민운동 전투 장면 ©Jblee1 / Getty Images Korea
금성산성의 총길이는 7.3km 정도로 외성과 내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산성 내부에 넓은 공간이 있다. 이곳은 고려 때 몽골군이 침입하자 인근 백성들이 피란지로 삼았으며, 조선 말기에는 동학농민운동의 주요 거점이 되기도 했다. 금성산성 내부에는 관청과 민가, 무기고, 식량 창고 등이 들어서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1894년 동학농민운동 때 치열한 전투 끝에 모두 불타버린 것으로 전해진다.
ADD 전남 담양군 금성면 대성리 일대
TRANSPORTATION 담양군 금성면 금성산성1길 75에 있는 금성산성 주차장에 주차 후 산행
자연과 함께하는 담양의 휴식 코스
담양호 국민관광단지
1976년에 완공한 거대한 인공 호수인 담양호는 추월산 관광단지와 가마골 청소년야영장, 금성산성 등으로 둘러싸인 담양의 명소다.
담양 죽녹원
담양군 향교리에 조성한 죽녹원은 약 16만㎡의 울창한 대나무 숲이 펼쳐져 있다. 전망대에서는 담양천을 비롯해 담양 관방제림과 담양의 명물인 메타세쿼이아 길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견훤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상주 견훤산성
후백제 견훤의 위용을 확인할 수 있는 산성.
견훤은 후백제를 세운 인물로 신라 수도를 함락시키기도 했고, 한때 고려 왕건을 사지로 몰아넣기도 한 인물이다. 당시 후백제 영토 대부분은 한반도 서쪽에 치우쳐 있었는데, 경북 상주에도 후백제 견훤이 세웠다고 전해지는 산성이 있다. 견훤의 이름이 붙은 이 산성은 둘레가 1km 정도로 해발 400m인 장바위산에 조성되어 있으며, 출발 지점의 표고가 높아 산성까지 넉넉히 30분 정도 걸린다. 산성을 오르면 성문 입구에서 만나는 육중한 성벽에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정상에서는 속리산의 웅장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문장대 일대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이렇듯 아름다운 백두대간을 이어주는 길목 곳곳에 견훤산성 같은 고대 산성이 보물처럼 숨어 있다.
ADD 경북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 산42
TRANSPORTATION 속리산 화북분소 방향의 견훤산성 안내 팻말이 있는 주차장에 주차 후 산행
속리산 줄기를 따라 역사를 만나는 코스
속리산국립공원(문장대)
속리산국립공원 화북분소를 지나면 속리산 문장대 방향으로 오를 수 있다. 문장대로 오르는 길 도중에는 성불사라는 아담한 사찰이 자리한다.
오송폭포
견훤산성에서 가까운 화북탐방지원센터 인근의 성불사 방향에서 만날 수 있는 폭포다. 바위 절벽 사이로 높이 15m 폭포가 5단을 이루며 떨어지고, 그 옆에 오송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고려 말 몽골군을 물리친
안성 죽주산성
가볍게 돌아볼 수 있는 안성의 철옹성.
죽주산성에는 고려 말 몽골군이 침입했을 때 산성 방호별감을 맡고 있던 송문주 장군이 백성들과 합세해 몽골군을 물리친 역사가 전해진다. 산성 내에 이를 기리기 위한 사당이 있다. 세월이 흘러 죽주산성은 임진왜란 때도 역사에 등장한다. 왜란 초반에 왜군에게 내준 죽주산성을 조방장 황진 장군이 기습 작전을 감행해 탈환에 성공했다. 당시 왜군은 죽주산성을 잃은 뒤 더 이상 산성 북쪽을 넘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 무렵 죽주산성은 한음 이덕형이 ‘단 한 명의 군사로도 적을 막을 수 있는 곳’이라고 국왕에게 보고할 만큼 철옹성으로 여겨졌다. 이런 이유로 죽주산성은 답사하기 어려운 곳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백두대간 험지라는 입지에 비하면 오르기 험한 편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보기에 적격이다.
ADD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매산리 산105-1
TRANSPORTATION 죽주산성 휴게소 하차 또는 휴게소 옆 도로와 연결된 죽주산성 서문 아래 성은사 입구에 주차
푸른 숲과 산이 함께하는 자연 코스
한택식물원
비봉산 서쪽에 위치한 한택식물원은 국내 최대 사립 식물원으로 전체 면적이 약 66만1,000m²에 이른다. ‘야생 식물의 보고’라고 할 만큼 희귀 식물이 많은 식물원으로 알려져 있다.
음성 망이산성
죽주산성과 망이산성은 경기도 남동부와 충청도 북부 지역을 연결하는 요충지에 세워진 산성이다. 미호천의 발원지이기도 한 망이산성은 죽주산성에서 7km 정도 떨어진 망이산에 있다.
정유재란 때 6만 왜군을 막아낸
창녕 화왕산성
왜군의 침략을 막은 화산 분지에 세워진 산성.
곽재우 유허비 망우정
왜군은 화왕산성을 점령하기 위해 처음에는 가파른 창녕 쪽으로 공격했지만 실패하자 나중에는 완만한 밀양 쪽으로 돌아서 공격했다. 하지만 화왕산성을 함락시키지 못한 채 전력을 상실하고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이 전투에서 승리한 덕에 왜군의 북상로에 있던 고을들이 모두 무사했다고 전해진다.
ADD 경남 창녕군 창녕읍 옥천리 산322
TRANSPORTATION 창녕 화왕산군립공원 주차장에 주차한 후 산행
역사와 자연으로 창녕을 만나는 코스
가야 고분군과 창녕박물관
창녕에는 가야 고분인 송현동고분군, 교동고분군이 위치하며,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은 교동고분군 맞은편 창녕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창녕 우포늪
창녕에는 천연기념물이자 국제습지조약으로 지정된 우포늪이 있다. 잘 조성된 탐방로와 우포늪 생태관을 갖춘 이곳은 창녕을 대표하는 여행 명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