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채소,
식탁의 주연이 되다
식생활이 다양해지고 맛집 열풍으로 미식 문화가 확산되면서 접하기 어려웠던 특수 채소가 식탁에 종종 오르고 있다.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어떻게 요리하면 좋을지 막막한 특수 채소에 대하여.
소수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채식이 피부로 와닿는 요즘이다. 서점 베스트셀러 섹션에는 채소 요리책이 자리하고, 채식 전문 레스토랑이 곳곳에 생겨났으며, 마트 한편에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전용 코너가 따로 마련될 정도니 말이다. 2021년부터 서울의 모든 학교에서 월 2회 채식 급식을 제공한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겠다. 채식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채식을 실천하는 인구수가 2008년 약 15만 명에서 2021년 2백만 명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동물성 식재료를 일절 거부하는 비건부터 유제품만 허용하는 락토, 달걀까지 허용하는 락토오보, 생선까지 허용하는 페스코, 가금류까지 허용하는 폴로, 상황에 따라 모든 육식을 허용하는 플렉시테리언까지 모두 포함한 숫자다. 이러한 성장 배경에는 ‘유연성’이 자리한다. 엄격하지 않아도 누구나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채식 생활. 건강, 환경, 신념 등 채식을 실천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맛있게 즐기고 싶다는 욕망은 동일하지 않을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맛있는 채식을 즐기기 위해서는 먼저 채소를 알아야 한다. 요즘 채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에는 접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특수 채소를 시중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게 됐지만, 요리법을 잘 몰라 익숙한 채소만 집어 들곤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채소의 스펙트럼이 넓어질수록 우리의 식탁은 한결 풍요로워지리라는 점이다. 다채로운 맛과 향으로 우리의 오감을 즐겁게 해줄 뿐 아니라 식탁 위의 주연으로도 손색없는 특수 채소의 세계로 당신을 안내한다.
알아두면 좋은 채소 상식
작지만 단맛이 강한
샬롯
양파 크기의 1/4 정도로 매우 작지만 훨씬 강한 단맛을 지닌 채소. 주로 프랑스와 인도 등지에서 자라며 길쭉한 모양의 바나나 샬롯도 함께 유통된다. 잘게 썰어 샐러드, 튀김으로 즐기거나 그릴에 구워 생선과 고기 요리에 곁들이기 좋다. 게다가 피클이나 장아찌 등 절임용 채소로도 활용하기 좋다.
셀러리·파슬리의 풍미 그대로
셀러리액
뿌리 셀러리, 덩이 셀러리라고도 불리는 이 채소는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에서 주로 자란다. 셀러리와 파슬리를 섞어놓은 듯한 풍미가 특징. 게다가 뿌리가 작을수록 맛이 순하다. 껍질을 벗기면 상앗빛의 단단한 속살이 나오며 얇게 채 썰어 샐러드로 먹거나 익혀서 크로켓, 매시로 만들어 먹는다. 유럽에서는 피클 재료로도 사용된다.
생선 요리에 제격
펜넬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펜넬은 프로방스 지방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주로 재배한다. 예부터 생선 비린내를 제거하거나 육류의 기름기를 중화하는 데 사용했다. 딜을 닮은 잎은 잘게 다져 생선 요리에 감칠맛을 더하는 허브로 쓰며, 굵은 뿌리는 얇게 썰어 샐러드를 만들거나 볶아 먹는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서양 대파
리크
서양 대파의 일종이지만 대파에 비해 훨씬 굵고 달콤한 맛이 난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즐겨 먹었던 채소로 알려지며, 오늘날에는 영국의 국민 채소 중 하나다. 진한 녹색 부분은 질기기 때문에 흰 부분이 많은 리크를 고르는 것이 좋다. 단맛이 강해 버터나 크림소스와 잘 어울리며 수프, 타르트, 튀김 등 다양한 레시피로 활용 가능하다.
칼륨이 풍부한
아티초크
지중해의 온화한 기후에서 재배되는 아티초크는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 부분을 잘라 식재료로 사용한다. 칼륨이 풍부해 이뇨 작용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큰 사이즈의 아티초크는 살짝 찌거나 오븐에 구워 꽃받침 안쪽의 연한 속살을 긁어 먹는다. 어린 아티초크는 그라탱, 오믈렛, 튀김 등에 활용하기 좋다.
설탕처럼 달콤한 당근
파스닙
당근과 모양이 비슷한 파스닙은 달콤한 맛으로 ‘설탕 당근’이라 불리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인이 재배하기 시작해 영국과 북아메리카로 전해졌다. 파스닙은 당근과 달리 생으로 먹지 않고 삶아서 수프나 퓌레로 만들어 매시드 포테이토 대용으로 먹는다. 얇게 썰어 오븐에 구우면 과자 대용으로 손색없다.
몸속 노폐물 제거에 탁월한
엔다이브
벨기에 대표 치커리과 채소로 배추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시중에는 보라색 레드 엔다이브도 함께 유통된다. 섬유질이 풍부해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며 주로 카나페나 샐러드로 활용한다. 특히 치즈, 호두, 사과와 궁합이 좋고 버터와 허브를 넣어 그라탱으로 즐겨도 좋다.
단백질과 비타민이 가득
브뤼셀 스프라우트
방울 양배추라고도 불리는 브뤼셀 스프라우트는 벨기에 브뤼셀 지역이 원산지다. 보통 지름이 3~5cm 정도이고 단백질과 비타민 A, 비타민 C가 풍부하다. 양배추와 케일, 브로콜리를 섞은 듯 복합적인 풍미를 지녔으며, 찌거나 볶아서 익히면 달콤한 맛이 배가된다. 일반적으로 발사믹 식초나 파르메산 치즈, 크림소스 등을 함께 곁들여 먹는다.
특수 채소로 완성한 풍요로운 식탁
1. 샬롯 피클
샬롯 400g은 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씻어 준비한다. 물 3컵에 소금 2큰술, 설탕 1/2컵을 넣고 끓인 뒤 사과식초 1/2컵, 화이트 발사믹 식초 1/3컵을 붓고 월계수잎 1장과 타임, 피클링 스파이스를 넣어 피클물을 만든다. 열탕 소독한 병에 샬롯을 담고 한 김 식혀 살짝 따뜻한 피클물을 부은 다음 뚜껑을 닫고 잘 밀봉해서 숙성한다.
2. 셀러리액 퓌레를 곁들인 프렌치랙
냄비에 껍질 벗긴 셀러리액과 감자를 썰어 넣고 익혀 매셔로 으깬다. 체에 내려 질감을 부드럽게 만든 뒤 버터와 크림을 넣어 농도를 조절하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해서 퓌레를 만든다. 양갈비는 갈빗대째로 겉면에 올리브유를 바르고 스테이크 럽(오레가노와 바질 등의 허브 믹스)을 골고루 발라 30분 이상 마리네이드한다.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10분간 구운 뒤 겉면이 바삭해지면 오븐에서 꺼내 잠시 래스팅한 후 먹기 좋게 썬다.
3. 로메스코 소스 리크 구이
파프리카는 겉면을 태우듯이 골고루 구운 뒤 찬물에 식혀가며 껍질을 벗기고 꼭지와 심지를 제거한다. 여기에 노릇하게 구운 아몬드 슬라이스 1컵, 올리브유 1컵, 파르메산 치즈 가루 1/2컵, 튀긴 마늘 3알, 바삭한 빵가루, 훈제 파프리카 파우더, 소금, 후춧가루를 더해 블렌더에 갈아 로메스코 소스를 만든다. 리크는 질긴 겉면을 제거하고 길게 잘라 오븐 트레이에 담은 뒤, 올리브유를 겉면에 골고루 뿌려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굽는다. 구운 리크를 접시에 담고 로메스코 소스를 듬뿍 올린 뒤 바삭하게 구워 다진 헤이즐넛과 이탤리언 파슬리 가루를 뿌려 완성한다.
4. 크리미 브뤼셀 스프라우트
먹기 좋게 자른 베이컨을 팬에 볶다가 기름이 나오면 슬라이스한 마늘을 넣어 향을 낸다. 여기에 브뤼셀 스프라우트를 넣어 겉면이 바삭해지도록 뒤집어가면서 굽는다. 우유와 크림을 더해 자작하게 끓이다가 그뤼에르 치즈,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듬뿍 갈아 넣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모차렐라 치즈를 윗면에 뿌려 오븐에 넣고 치즈가 녹으면 꺼낸다. 다시 한번 그라나 파다노 치즈 가루를 듬뿍 뿌려 완성한다.
freelance editor Kim Min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