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귀한 식재료 이야기
눈앞에 진수성찬이 차려지기까지 요리를 이루는 식재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미식의 핵심, 세계적인 진미에 담긴 흥미로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고급 식재료에 대하여.
식재료계의 흑진주, 캐비아
대체 불가능한 맛과 식감, 캐비아
캐비아는 전채 요리나 고명으로 쓰인다. 러시아에서는 보드카와 캐
비아를 번갈아 먹는 것을 권하는데 캐비아의 섬세한 맛과 알코올의
풍미가 어우러져 개운한 느낌을 준다.
땅속의 다이아몬드, 트러플
트러플은 특유의 강렬하고 독특한 향이 있어 소량만으로도 요리 전체의 맛과 향을 좌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송로松露버섯이라 불리는데, 실제로는 소나무와 전혀 상관없는 떡갈나무 군락 아래 30cm 정도 깊이에서 자란다. 야생에서 운 좋게 트러플을 발견한다고 해도 돌멩이인지 흙덩이인지 육안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워 고도로 훈련받은 돼지나 개를 이용해 채집한다. 트러플은 진귀한 향과 독특한 식감으로 로마 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미식가들을 매혹시켜왔다. 이와 관련해 <세비야의 이발사>로 유명한 이탈리아 작곡가 조아치노 안토니오 로시니의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그는 평생 딱 세 번 눈물을 흘렸는데, 그중 한 번이 뱃놀이를 하던 중 좋아하던 트러플 요리를 물에 빠뜨렸을 때였다는 것. 심지어 트러플을 채집하는 암퇘지를 사육하느라 작곡을 그만두었다니, 트러플에 푹 빠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트러플 활용법
트러플은 얇게 슬라이스해 먹는
것이 일반적이며, 향을 보존하기 위해 조리 시 오래 가열하지 않는 것이 특징. 오일이나 꿀에
첨가하기도 하고 초콜릿으로 가공하기도 한다.
기름진 고소함의 절정, 푸아그라
음식은 기름진 것이 맛있는 법이다. 소고기도 마블링이 다양한 것이 맛있고, 돼지고기도 기름진 삼겹살이 인기 높듯 통통하게 살이 오른 거위의 간이 맛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살 오른 거위의 지방간이 식재료로 매우 유용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고대 이집트인들은 야생 거위를 잡아다가 먹이를 과하게 공급하는 가바주gavage 기법으로 사육하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스트레스받은 거위 의 간이 부풀어 올라 비대해지면서 풍미 깊은 맛을 내는 푸아그라의 시작이다. 푸아그라의 이러한 전통은 프랑스 남·서부 일대에 정착한 유대인들에 의해 프랑스로 전해졌고, 왕궁에서 셰프들이 요리에 활용하면서 고급 식재료 이미지로 널리 퍼졌다. 사치스러움과 호화로움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랑스 왕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처형되기 직전 마지막으로 먹고 싶어 했던 것도 푸아그라 요리였다고 하니 궁금하다면 그 맛을 꼭 경험해보자.
전채 요리의 백미, 푸아그라
푸아그라는 갓 구운 빵에 스프레드처럼 발라 전채 요리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혹은 스테이크처럼 둥글게 잘라 팬에 구워 메인 요리로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열량과 지방,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기
때문에 소량씩 먹는 것이 좋다.
이토록 귀한 향신료, 사프란
멕시코가 원산지인 사프란은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되는 붓꽃과의 여러해살이식물이다. 향신료로 쓰이는 부분은 꽃잎 속에 숨어 있는 붉은빛 암술이다. 꽃 한 송이당 3개씩 달린 암꽃술을 수백 개 말려야 겨우 사프란 1g을 얻을 수 있다. 일일이 손수 따내는 작업을 거쳐야 해서 예부터 금보다 귀하게 여겨졌다. 현재 사프란의 90%를 이란에서 생산하는데, 그중 이란 북동부 호라산 지역 사프란의 품질이 가장 뛰어나다. 사프란의 매혹적인 색과 향은 예부터 아무나 누릴 수 없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사프란을 왕실에서만 쓸 수 있도록 엄격히 관리했으며, 중세 들어 위조품을 팔다 들키면 극형에 처했다고 한다. 네로 황제는 전쟁에서 승리한 뒤 로마로 행진할 때 거리에 사프란 꽃을 뿌렸다고 전해진다. 당시 궁정에서도 사프란을 원료로 한 향수를 뿌렸다는데, 찬란한 과거의 영광 때문인지 사프란의 꽃말은 ‘환희’, ‘지나간 행복’이다.
사프란의 다채로운 맛과 향을 즐기는 방법
사프란의 독특한 향은 해산물 요리와 좋은 궁합을 이룬다. 해산물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주고, 음식에 풍미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요리를 마무리할 때 넣으면 향이 사라지지 않아 더욱 효과적이다. 이 밖에도 영국에서는 베이킹이나 리큐어에도 사용한다.
editorLim Jimin
참고 도서 〈식탁 위의 외교〉 인물과사상사, 〈홍익희 교수의 단짠단짠 세계사〉 세종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