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RKLING CELEBRATION
입안을 기분 좋게 간질이는 버블, 우아한 아로마와 향긋한 풍미. 연인의 기념일을 더욱 반짝이게 만드는 샴페인과 샴페인 칵테일.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은 소설가 아멜리 노통브에게 양보하기로 한다. “샴페인에 취하는 건 다른 술에 취하는 것과 전혀 다르니까. 샴페인은 천박한 메타포를 불러오지 않는 몇 안 되는 술이다. 사람을 우아하고 가벼운 동시에 깊게, 그리고 사심 없게 만들어준다. 샴페인은 사랑을 부채질하고….” 그의 자전 소설 <샴페인 친구>에 나오는 구절은 ‘낮샴(낮에 샴페인)’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이유를 가늠케 한다. 샴페인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낮술에 대한 온갖 경고 문구를 단숨에 낭만과 여유로 바꿔 놓았다. 유려한 곡선의 샴페인 글라스, 그 안을 채우는 버블, 버블을 더욱 반짝이게 하는 한낮의 햇빛. 생각만 해도 기분 좋지 않은가. 인스타그램이나 웹사이트에서 ‘낮샴’을 검색해보면 확실히 이 트렌드에 시동이 걸렸음을 알 수 있다. 특급 호텔 라운지들은 일찍이 이 흐름을 읽고 낮부터 합리적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샴페인 프로모션을 선보이거나, 애프터눈 티 세트에 가볍게 곁들일 수 있는 글라스 샴페인 옵션을 마련하기도 했다.
즐기는 시간대가 다양해진 덕일까. 샴페인은 식전주로서의 이미지도 벗었다. 특히 생선 중심의 스시 오마카세에서 샴페인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셰프들은 사케 등 일본 술만큼이나 신경 쓰는 리스트가 샴페인이라고 말한다. 리스트의 상당수는 브뤼Brut. 브뤼는 샴페인의 당도 등급 중 하나로, 잔당이 리터당 12g 이하인 비교적 드라이한 샴페인을 뜻한다. 한마디로 식중주 역할을 하기 좋은 샴페인이라는 것. 식사에 샴페인을 곁들이는 문화가 성장하면서 최근 생산자들은 잔당을 리터당 6~8g으로 유지하는 추세다. 살아 있는 산도, 은은한 단 ‘향’이 잡아주는 밸런스로 퀴진 타입을 가리지 않고 애피타이저부터 메인 요리까지 두루 어울리는, 성격 좋은 친구 같은 존재로 우리 곁에 자리하기 시작했다.
샴페인 소비 방식은 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변의 진리는 있다. 밸런타인데이나 웨딩처럼 로맨틱한 기념일이나 축하 자리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다는 것. 쉼없이 피어오르는 버블만으로도 행복의 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하지만,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 싶을 땐 빈티지 샴페인을 추천한다.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하는 샴페인은 여러 해의 빈티지를 배합하는 논 빈티지(NV)다. 물론 논 빈티지 샴페인도 최소 15개월 숙성해야 하고, 대부분의 샴페인 하우스가 3년가량 숙성한 뒤 출시하고 있다. 반면 빈티지 샴페인은 특정 해에 수확한 포도로만 양조해 최소 4~10년 또는 그 이상 장기 숙성한 뒤 출시한다. 해당 연도를 레이블에 기입하는 만큼 의미 있는 해의 빈티지 샴페인을 고른다면 술잔을 나누는 것 이상의 마음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로제 와인도 좋은 선택이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이 만나 빚어내는 사랑스러운 장밋빛 컬러만으로도 로제는 기념일의 샴페인이 될 이유가 충분하다. 당도 선택에만 유의하자. 음식과 함께 즐기고 싶다면 브뤼, 엑스트라 브뤼, 브뤼 네이처 등의 드라이한 로제를, 달콤함에 흠뻑 취하고 싶다면 드미 섹을 고르면 된다.
TIP바로 세우지 말고 기울여서샴페인 오픈 시 45도 정도 기울인 상태에서 엄지손가락으로 코르크 윗부분을 누르고, 나머지 손가락으로 병목을 감싼 뒤 병 아래쪽을 천천히 돌리면 코르크가 올라온다. 이때 엄지손가락으로 코르크 압력을 조절해 천천히 오픈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픈한 샴페인을 곧바로 테이블 위에 수직으로 놓으면 압력 때문에 거품이 넘칠 수 있으니 잠시 기울인 상태를 유지하자. 맥주처럼 따라도 괜찮다샴페인을 서빙할 때 파인 다이닝의 소믈리에로 빙의하지 않아도 괜찮다. 잔을 테이블에 두고 병 끝을 잡아 거품이 풍성하게 올라오도록 하는 방식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 맥주를 따를 때처럼 잔을 기울인 뒤 잔 벽을 따라 천천히 부으면서 수직으로 세우면 된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 방법이 샴페인의 기포를 잃지 않고 마실 수 있는 더욱 좋은 방법이다. 적정 온도는 8~10℃샴페인마다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보통 샴페인을 음용하기에 적정한 온도는 8~10℃다. 상온의 샴페인을 기준으로 얼음과 물을 채운 버킷에 20분가량 담가두면 얻을 수 있는 온도다. 마시는 중간에 아로마와 풍미가 희미해지고 평범한 음료수처럼 느껴진다면 버킷에서 꺼내 온도를 조금 높인 뒤 마실 것을 추천한다. |
과일과 식물 향이 돋보이는
돔 페리뇽 빈티지 2012
Dom Pérignon Vintage2012
애피타이저 메뉴와 샐러드, 수프 등에 곁들여 식전주로 즐기면 좋은 샴페인. 과일과 식물이 공존하듯 다채롭고 풍성한 향을 자랑한다. 흰 살 생선, 닭 가슴살 요리에 곁들이면 좋다. 과즙이 느껴지는 향에 비해 맛은 강렬해 반전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화려하게 터지는 산미와 쓴맛, 개봉 후 폭발하듯 올라오는 거품이 매혹적이다.
가격 39만원
샹파뉴와 윈스턴 처칠의 우정
폴 로저뀌베 써 윈스턴 처칠2013
Pol RogerCuvée Sir WinstonChurchill 2013
옅은 골드 컬러의 와인 속 섬세한 기포와 탄탄한 보디감이 특징이다. 배, 타르트, 미라벨 자두가 섞인향, 버블과 산도가 어우러져 복합적인 미감을 완성한다. 1908년 윈스턴 처칠이 폴로저 샹파뉴에 반해 매일 즐겨마셨던 제품으로 전해진다.이후 윈스턴 처칠이 세상을 떠나자 폴 로저는 샹파뉴에 검은 띠의 레이블을 부착해 조의를 표했다. 샹파뉴와 처칠 수상의 돈독한 관계를 상징하는 제품이다.
가격 71만8천원
레지 카뮈의 마스터 피스
파이퍼 하이직 레어2008
Piper Heidsieck Rare2008
이름처럼 ‘레어’한 샴페인으로 세계 최고 셀러 마스터로 손꼽히는 레지 카뮈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파이퍼 하이직의 프레스티지 퀴베를 장기 숙성한 샴페인으로 2008 빈티지는 아몬드, 코코넛, 오렌지 꽃 등의 부케가 단숨에 후각을 사로잡는다. 시트러스 풍미가 조화롭고 입안에서 감칠맛이 우아하게 퍼진다.
가격 65만원
건강한 포도밭의 테루아를 담다
로베르 패브르 로르 드 패브르 2015
R.FaivreL’Or de Faivre 2015
1953년 설립된 비교적 젊은 샴페인 하우스다. 10년간 제초제나 화학 비료 없이 땅심을 기른 포도밭에서 수확한 뫼니에로 양조한 뒤 15개월간 숙성한 엑스트라 브뤼다. 선명한 산미, 풍부한 과실 향, 섬세한 기포를 경험할 수 있다.
가격 22만5천원
샴페인의 꽃
페리에 주에 벨 에포크 로제 2013
Perrier-Jouët Belle Époque Rosé 2013
육류 또는 붉은 살 생선과 페어링하면 좋은 샴페인으로 라이트한 자몽 향과 장미 향, 섬세한 버블, 부드러운 산미가 조화를 이룬다. 페리에 주에 벨 에포크 샴페인의 우아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샴페인으로 10~12℃ 정도에서 마시면 그 맛을 더 살릴 수 있다.
가격 72만원
〈신의 물방울〉 속 그 와인
떼땅져 꽁뜨 드 샹파뉴 로제2007
Taittinger Comtes de Champagne Rosé 2007
신선한 야생 베리, 장미 향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샴페인으로 피노 누아로 만든 레드 와인을 12% 비율로 블렌딩했다.와인을 주제로 한 만화책〈신의 물방울〉에서 ‘샹파뉴 로제의 최고봉’으로 묘사됐다.육류 요리와 매칭해도 조화를 이룰 만큼 파워풀한 보디감과 뛰어난 구조감이 돋보인다.
가격 93만1천원
로제의 품격을 보여주는
아르망 드 브리냑 로제
Armand de Brignac Rosé
사랑스러운 핑크빛 보틀은 테이블에 올려두기만 해도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피노 누아, 피노 뫼니에,샤르도네 등 세 품종을 배합했으며, 최상위 5개 빈티지를 블렌딩한다. 포도와 딸기 중심의 달콤한 과일 향,옅게 퍼지는 스모키한 향이 매력적이다.
가격 1백54만원
샴페인계의 오트 쿠튀르
크룩 로제
Krug Rosé
헤밍웨이, 코코 샤넬 등 시대의 아이콘들이 즐겨 찾은 샴페인으로 알려져 있다. 크룩이 첫 로제 샴페인을 선보인 것은 1983년. 오랜 샴페인 하우스의 역사로 볼 때 꽤 늦은 출시다. 하지만 기품 있는 크룩 로제 맛을 본다면 1백40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고 여길 것. 크룩 로제의 옅은 핑크와 금빛이 섞인 컬러, 우아한 부케는 신선하면서도 이국적이다. 자몽, 오디 등 시트러스 과일의 풍미도 느낄 수 있다.
가격 72만6천원
‘섬세한 기포, 적당한 산도, 우아한 풍미. 샴페인의 클래식한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브뤼 샴페인은 스시와 멋진 조화를 이룬다. 붉은 살과 흰 살 생선에 상관없이 곁들이기 좋아, 코스로 제공하는 오마카세에서 역량을 발휘한다. 초로 간을 하는 샤리와는 설명이 필요 없는 궁합. 튀김 오마카세를 즐길 때는 브뤼 중에서도 샤르도네 100%로 만드는 ‘블랑 드 블랑’을 함께 마셔볼 것을 추천한다.
1 CHARLES HEIDSIECK BLANC DES MILLÉNAIRES 2007
찰스 하이직 블랑 데 밀레네르 2007 • 78만원
2 EGLY-OURIET BLANC DE NOIRS GRAND CRU
크에글리 우리에 블랑 드 누아 그랑 크뤼 • 55만원
드라이한 로제 와인을 기념일의 샴페인으로 선택했다면 과감하게 육류 요리와 매칭해도 좋다. 지방 함량이 적고 담백한 맛의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는 로제가 지닌 레드 와인의 캐릭터와 만나 시너지를 일으킨다. 딸기와 모차렐라 치즈로 만든 카프레제도 좋은 선택. 단맛이 있는 드미 섹 로제라면 망설일 필요 없이 디저트와 함께할 것.
1 PERRIER-JOUËT BELLE EPOQUE ROSÉ
페리에 주에 벨 에포크 로제 • 72만원
2 DOM PÉRIGNON ROSÉ 2008 LADY GAGA LIMITED EDITION
돔 페리뇽 로제 빈티지 2008 레이디 가가 리미티드 에디션 • 69만원
‘파이퍼 하이직 레어 1988’처럼 파워풀함과 구조감을 보여주는 장기 숙성 빈티지 샴페인은 메인 요리와 잘 어우러진다. 숯불에 구워 스모키한 향을 입힌 생선 구이, 랍스터 구이 등과 즐겨볼 것. 오크통에서 묻어난 은은한 토스티함은 버섯처럼 흙 향을 품은 식재료와 궁합이 좋다. 소고기를 버섯 셀과 파이로 감싸 구운 비프 웰링턴과 함께라면 이보다 더 풍족한 테이블이 있을까.
1 PIPER HEIDSIECK RARE 1988
파이퍼 하이직 레어 1988 • 1백26만원
2 KRUG COLLECTION 1988
크룩 콜렉시옹 1988 • 3백86만원
WHITE VALENTINE
거품마저 맛있는 칵테일. 솜사탕처럼 몽글몽글 차오른 거품은 달걀 흰자와 우유, 생크림, 레몬, 샴페인, 엘더플라워 리큐르까지 칵테일에 사용한 모든 재료의 풍미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달콤하면서 새콤하고, 부드러우면서 청량한, 누구나 즐기기 좋은 한 잔이다.
APEROL SPRITZ
식전주를 즐기는 ‘아페리티보 타임’은 서로의 하루를 나누며 긴장을 푸는 소중한 시간을 의미한다. 이때 마시면 좋을 메뉴는 바로 ‘아페롤 스프리츠’. 보통 프로세코를 사용하지만 샴페인으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달콤한 아페롤과 샴페인, 소다수의 조합은 기분까지 청량하게 해준다.
TINTORETTO
이탈리아어로 ‘작은 염색공’이라는 뜻으로 이탈리아 예술가 틴토레토의 이름을 그대로 차용했다. 화려하면서도 배경 색은 절제한 그의 화풍처럼, 화려한 산미를 드라이한 샴페인이 균형 있게 잡아준다. 무알코올 샴페인으로 대체해 임신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즐겨도 좋다.
APPLE CIDER MIMOSA
평소보다 좀 더 좋은 음식과 술을 마시고 싶은 날. 모두에게 기념일이란 그런 날이 아닐까. 샴페인이나 주스 글라스에 1:1로 따르기만 하면 끝. 쉽게 만들 수 있는 만큼 결혼식처럼 여러 사람이 모이는 파티, 기내 서비스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칵테일이기도 하다.
AIR MAIL
특별한 기념일엔 짧게나마 편지로 마음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 칵테일 ‘에어 메일’과 함께라면 금상첨화다. 1930년 세계 각국에서 항공 우편이 시도되던 당시, 성공을 기념하며 만들었다. 트로피컬한 풍미가 휴양지로 여행 온 듯한 느낌을 선물한다.
BLACK VELVET
블랙 벨벳
흑맥주와 샴페인, 성질이 다른 두 액체가 하나의 잔에서 만났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사랑이란 감정으로 함께하듯이. 흑맥주의 쌉싸름함과 샴페인의 산미가 춤추듯 밀려오는, 그야말로 ‘블랙 벨벳’ 같은 한 잔이다. 묵직한 검은빛을 띠지만 목 넘김이 부드러운 외강내유 스타일이다.
writer Jang Saebyul 푸드 칼럼니스트 editorKim Minhyung
photographer Jung WonyoungadviceChoi Jongchun 바 임바이브 오너
stylistKim Jin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