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솥밥
보글보글 밥물 끓는 소리와 함께 구수한 솥밥 짓는 향이 풍겨오면 배 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든든하고 건강한 균형 잡힌 식사로 안성맞춤이자 손님에게 내놓아도 근사한 한 끼로 손색없는 솥밥에 대하여.
입맛이 없을 때 취향에 따라 제철 식재료를 넣어 차려내는 솥밥은 으뜸중의 으뜸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솥밥 한술은 노곤했던 하루의 갈무리가 되어준다. 솥밥은 몸이 나른하고 기력이 떨어질 때 원기 회복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요리 한 그릇을 만들었다는 성취감마저 안겨준다. 한국인에게 솥밥이 각별한 이유는 별다른 찬을 갖추지 않고도 근사한 식사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간단하게 차려 먹는 ‘혼밥’ 열풍으로 높은 인기를 모으던 솥밥은 이제 근사한 손님 대접 메뉴로도 각광받고 있다. 고명으로 트러플, 청어 알 같은 고급 식재료를 올리거나 싱싱한 제철 채소, 해산물, 소고기나 닭고기 같은 육·해·공 식재료를 총망라하는 등 레시피를 응용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화려한 토핑은 솥밥의화룡점정. 집에서 만드는 솥밥은 냉장고 상황에 따라 다양한 재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간편함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저 좋아하는 재료를 듬뿍올려 밥을 완성하면 된다. 뭐니 뭐니 해도 솥밥의 매력은 누룽지다. 솥에 눌어붙은 밥을 긁어 먹거나 뜨끈한 물을 부어 뚜껑을 덮고 기다렸다가 먹는 누룽지는 그 자체로 훌륭한 식사의 마무리가 된다. 숭늉은 구수한 맛에 속까지 편안히 달래주니 이만한 별미가 또 없다. 오롯이 그 하나만으로 존재감 있는 한 끼 뚝딱 솥밥, 오늘 저녁에는 맛도 좋고 영양도 만점인 솥밥에 도전해보자.솥밥에 최적화된 솥의 종류 및 특징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지만 어떤 솥을 사용하느냐가 솥밥 맛을 좌우한다. 솥의 종류와 이에 관련된 유용한 정보에 대해 알아보자.
음이온 방출과 열 보전력이 뛰어난 돌솥 자연석을 깎아 만든 우리나라 장수지역의 돌솥을 추천한다. 열 보전력이 탁월한 곱돌로 만들어 금속 재질 솥으로지은 밥보다 깊은 맛을 낸다. 다만 무게가 무겁고, 잘못 관리하면 깨질 수 있어늘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물이 끓어오르는 동시에 넘칠 수 있어 불 세기와 시간 조절에 유의해야 한다.
음식의 살균, 부패 방지에 탁월한 유기솥(놋솥) 구리와 주석으로 제작하는 유기솥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한식기. 음식을 담았을 때 빨리 상하지 않고, 유해 물질이 닿을 경우 색이 쉽게 변질돼 조선 왕실에서 널리 쓰였다. 사용할수록 기품을 더하는 유기솥에 밥을 지으면 유난히 찰기가 돌며 쫀득쫀득한데, 주의할 점은 열전도율이 높은 솥이라 아주 약한 불에서 뜸을 들여야 한다.
가장 보편화된 코팅 무쇠솥 최근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은 솥밥 열풍에 힘입어 다채로운 색감과 디자인에 견고한 기능까지 더한 무쇠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무쇠 주물에 에나멜 코팅을 더해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든 제품으로 대표적 브랜드는 ‘스타우브’, ‘르크루제’ 등이 있다. 무쇠솥의 장점은 단연 보온력이 뛰어나고 열이 사방으로 고루 퍼진다는 점. 고슬고슬한 밥을 지을 때 알맞다.
맛있는 솥밥의 기본, 쌀
맛있는 밥맛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쌀이다. 쌀의 생산 연도나 품종보다는 도정일에 따라 밥맛이 확연히 달라진다. 밥맛이 가장 좋은기간은 도정일로부터 보름 정도다. 평소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 쌀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솥밥에 주로 사용하는 쌀은 대표적인 일본 품종 고시히카리. 일반 쌀과 찹쌀을 섞어 개량한 품종으로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도 재배하는데, 일반 쌀보다 찰기가 많이 돌아 솥밥용으로 제격이다.
1 쌀은 흐르는 물에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씻는다.
2 씻은 쌀은 체에 밭쳐두고 약 20분간 물기를 뺀다. 그래야 쌀알이 부서지지않고 잡내가 섞이지 않는다.
3 쌀과 물은 1:1 비율로 하는 것이 좋다. 간이 밴 육수를 활용할 때는 밥물을쌀의 1.3배 정도로 넉넉히 잡는다.
4 뚜껑을 열고 강한 불에서 5분, 뚜껑을 닫고 가장 약한 불에서 10분, 불을 끄고15분 뜸을 들인다.
5 밥을 저을 때는 밥알이 공기에 닿는다는 느낌으로 주걱을 세워 열십자방향으로 자르듯 섞어야 한다. 그래야 밥알이 뭉개지지 않고 고슬고슬하다.
정수한 물이나 채수, 육수를 사용해도 좋지만 깔끔한 맛을 원한다면 다시마를 2~3장 정도 쌀 위에 올려 밥을 지으면 감칠맛이 돈다.
굴톳 솥밥
굴은 소금을 풀어 깨끗이 씻은 뒤 불순물을 제거하고 헹궈낸 다음 체에 밭쳐둔다. 무는 도톰하게 2CM 정도 길이로 채 썬다. 밥물은 재료의 수분도에 따라 달리 잡아주어야 하는데, 무처럼 수분이 많은 재료를 넣을 때는 물 양을 조금 줄이는 것이 좋다. 솥에 쌀을 붓고, 마른 톳과 무를 넣은 뒤 쌀 용량과 같은 비율의 다시마 멸치 국물을 붓고, 뚜껑을 닫고 불에 올려 센 불로 끓인다. 밥물이 끓어오르면 약한 불로 줄이고 15분간 끓인 다음 불을 끄고 굴을 밥 위에 듬뿍 올린다. 다시 15분간 뜸을 들여 잘 섞어준다.
TIP. 톳은 생물보다는 건조한 톳을 넣어야 비린내 없이 특유의 감칠맛과 고소함이 살아난다. 질긴 줄기를 제거하고, 쌀알과 비슷한 크기로 잘라 나오는 솥밥용 마른 톳을 사용하면 부드럽고 먹기 간편하다.
문어 솥밥과 봄동 겉절이
흑미, 귀리, 기장 등의 잡곡은 쌀보다 조금 더 오래 불려두는 것이 좋다. 데친 문어는 다리에 칼집을 내고 미나리는 줄기 부분만 잘게 썬다. 솥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페페론치노와 슬라이스한 마늘을 넣고 향을 낸 뒤 쌀을 넣고 충분히 볶은 다음, 해물 국물을 부어 뚜껑을 닫고 센불로 끓인다. 밥물이 끓으면 약한 불로 줄이고 문어와 새우 살, 미나리를 밥 위에 듬뿍 올려 15분간 뜸 들인 다음 문어를 먹기 좋게 잘라 골고루 섞는다.
곁들임 메뉴 봄동은 깨끗하게 씻어 한 잎 한 잎 떼어놓는다. 양파는 채 썰고 쪽파는 5cm 길이로 썬다. 볼에 봄동과 채 썬 양파, 쪽파와 양념(고춧가루·멸치 액젓·다진 마늘·간장·참기름·통깨·매실액·설탕 1티스푼씩)을 넣고 잘 버무려 겉절이를 완성한다.
1. 우엉 솥밥과 모시조개 된장국
우엉은 껍질을 벗기고 가늘게 채 썬 뒤 식초 물에 살짝 데쳐 물기를 뺀다. 소고기 양념(간장·쓰유·다진 마늘·다진 파·후춧가루·생강가루·통깨·설탕·올리고당·참기름 1티스푼씩)을 넣어 볶다가 우엉을 넣고 함께 볶아 모두 건져낸다. 양념이 남은 솥에 불려둔 쌀을 그대로 넣고, 사골 육수를 부어 센 불로 끓인다. 밥물이 끓어오르면 약한 불로 줄이고 15분간 더 끓인 뒤, 불을 끄고 소고기와 볶은 우엉을 넣고 다시 15분간 뜸 들인다. 완성된 밥에 탱글한 달걀노른자와 송송 썬 실파를 올려 마무리한다.
곁들임 메뉴 잘 해감한 모시조개를 준비한다. 청주와 대파를 송송 썰어 넣고 끓인 뒤 된장을 풀어 넣어 입맛에 따라 간을 조절해가며 완성한다.
2. 도미 솥밥과 더덕구이
도미 살은 칼로 필레를 떠 손질한 뒤 청주·소금·후춧가루로 간하고 불린 다시마에 감싸 숙성한다.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칼집 넣은 도미 살을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솥에 불린 쌀을 넣고, 쌀과 같은 용량의 다시마 조개 국물을 부은 뒤 센 불에 끓인다. 밥물이 끓어오르면 약한 불로 줄이고 15분 더 끓여 미니 아스파라거스, 꽃송이버섯을 얹는다. 뜸을 들인 다음 구워둔 도미와 송송 썬 실파, 채 썬 달걀지단을 올려 완성한다.
곁들임 메뉴 더덕은 소금물에 담가 아릿한 맛을 제거한 뒤 물기를 완전히 뺀다. 더덕을 방망이로 두드려 간장·참기름을 섞은 유장을 발라 한번 구운 뒤, 고추장 양념을 발라 석쇠나 팬에 타지 않도록 구워낸다.
트러플 한우 스테이크 솥밥과 차돌 된장찌개&한라봉 피클
채끝 스테이크는 소금과 후춧가루, 허브를 뿌리고 올리브유를 발라 매리네이트한 뒤 그릴 팬에 앞뒤로 굽는다.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에 소금·후춧가루를 뿌려 노릇하게 굽는다. 솥에 쌀을 넣고 사골과 양지를 우려낸 국물을 부어 센 불로 끓인다. 밥물이 끓어오르면 약한 불로 줄이고 15분간 끓인 뒤 슬라이스한 송이버섯을 올려 15분간 뜸 들인다. 밥 위에 채끝 스테이크와 구운 마늘을 올린 다음 트러플 슬라이스와 버터를 올려 완성한다.
곁들임 메뉴 차돌 된장찌개는 쌀뜨물과 멸치 국물을 반반 섞고 애호박과 양파, 두부를 넣어 끓이다가 된장을 푼다. 여기에 차돌박이를 넣고 고춧가루와 청양고추를 넣어 자작하게 졸인다. 한라봉 피클은 연근을 얇게 썰어 식초 물에 데친 다음 열탕 소독한 유리병에 담고, 식초·한라봉청·소금·설탕·물을 넣어 한소끔 끓인 피클 물을 넣은 후 식혀 완성한다. 하루 이상 숙성해서 먹는 것이 좋다.
전복 강황 솥밥과 바지락 미역국
전복은 솔로 깨끗이 씻어 내장과 이를 제거한 뒤 반은 슬라이스하고 반은 통으로 잘게 칼집을 넣는다. 단호박과 버섯은 잘게 썰어둔다. 솥에 참기름을 두르고 쌀과 전복 내장, 강황가루를 넣어 쌀알이 코팅되게 볶는다. 여기에 쌀과 동일한 용량의 해물 국물을 붓고 뚜껑을 닫아 센불로 끓인다. 밥물이 끓어오르면 불을 약하게 줄여 15분간 끓인 뒤 전복과 단호박, 버섯을 올려 뚜껑을 덮고 15분간 뜸 들인다.
곁들임 메뉴 해감한 바지락은 깨끗이 씻어 국물을 내고 바지락 살을 걸러둔다. 냄비에 참기름을 살짝 두르고 불린 미역을 넣어 충분히 볶은 뒤 바지락 국물을 붓고 다진 마늘, 국간장, 멸치 액젓, 소금을 넣어 푹끓인다. 마지막에 바지락 살을 넣어 완성한다.
editorLim Jimin
photographer Sim Yunsuk
stylistKim Jin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