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중한 시계를 오래 쓰는 법
이렇게 관리하면 아들, 손자에게 시계를 물려줄 수도 있다.
2021/11 • ISSUE 41
writerKoo Kyochul 〈타임포럼〉 편집장 editor
editorJeong Pyeonghwa
©Getty Images
쿼츠식과 기계식의 차이
시계는 무브먼트 방식에 따라 쿼츠식과 기계식으로 나뉜다. 전자의 동력은 배터리, 후자의 동력은 태엽이다. 쿼츠식quartz은 석영에 전류를 가하면 일정한 진동을 내는 성질을 이용하고, 기계식mechanical은 태엽이 풀리는 힘을 이용해 휴대 가능한 진자(밸런스)로 일정한 진동을 얻어 시간을 표시한다. 쿼츠식이 기계식에 비해 압도적으로 정확성이 뛰어난 이유는 1초를 훨씬 높은 진동수로 표시하기 때문이다. 쿼츠식이 1초를 3만2천7백68장의 그림으로, 기계식이 4장의 그림으로 구성한다고 가정해보자. 한 장의 잘못된 그림(비트 에러beat error)이 들어갔을 때 나타나는 오류의 영향은 기계식이 훨씬 크다. 잘못된 그림 한 장이 끼치는 영향을 비교하면, 즉 진동수를 비교해보면 정확성에서 쿼츠식이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기계식 시계에서 잘못된 그림이 나오는 원인은 다양하다. 올바르게 사용하더라도 시계의 포지션과 온도 변화, 파워리저브 변화에 따른 진동각의 변화를 원인으로 들 수 있다. 또 충격이나 자성도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잘못된 그림이 계속 나온다는 것은 약속한 1초를 구성할 수 없다는 의미이므로 오차가 발생한다는 뜻이 된다. 다만 강한 충격이나 자성은 잘못된 그림이 몇 장 나오는 수준이 아니라 고장으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시계를 위협하는 요소
쿼츠식, 기계식은 무브먼트에 따라 위협 요소가 조금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물(습기)에 취약하다. 전자 제품에 가까운 쿼츠식은 말할 필요도 없고 기계식도 물을 만나면 부품이 부식된다. 시계에 따라 방수 능력이 다르므로 그에 맞춰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방수 능력은 종종 오해하는 부분이다. 30m 방수가 되는 시계일 경우, 실제 수심 30m에서 방수가 될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물결이 일지 않는 테스트 환경에서 수심 30m의 수압을 가정한 것이므로 바다나 수영장처럼 유동적인 물과는 다르다. 비를 맞거나 가벼운 손 씻기(직접 시계에 물을 가하지 않음) 정도의 물이 30m 방수에 해당하며, 수영장에서 사용하려면 적어도 100m 방수는 필요하다. 바닷물 같은 염수에 들어갔다면 흐르는 물에 시계를 세척하고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 그늘진 곳에서 말리는 편이 좋다. 케이스나 브레이슬릿이 오염되면 비눗물을 묻힌 부드러운 솔로 가볍게 닦아주는 것을 권장하는 브랜드도 있으나 모든 브랜드의 권장 사항은 아니다. 습기와 열기가 혼재하는 사우나는 결코 시계에 호의적인 환경이 아니다. 열기는 방수용 고무 패킹의 수명을 줄이고 이로 인해 방수 성능이 빠르게 저하할 수 있다.
기계식은 쿼츠식에 비해 좀 더 민감해 충격과 자성에 약하다. 회전과 진동 운동을 하는 부품은 당연히 축을 이용하고, 충격을 받으면 축이 이탈해 구부러지며 심하면 부러진다. 요즘은 충격에 강한 기계식 시계도 나오긴 하지만 태생적으로 극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때문에 과격한 운동은 피하고 손으로 충격이 전달되는 운동도 금물이다. 되도록이면 운동할 때는 스마트 워치를 차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자성은 진자 역할을 하는 밸런스 등 핵심 부품에 악영향을 끼친다. 밸런스를 구성하는 헤어스프링, 태엽 등의 주요 부품은 금속으로 만들므로 자성을 띠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최근 비금속 소재인 실리콘으로 주요 부품을 만들어 과거에 비해 내자성이 향상되었지만, 기본적으로 자성 물질을 가까이하지 않는 편이 좋다. 일상에서는 휴대폰, 노트북, 이어폰의 스피커에 사용하는 자석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 여성용 가방의 자석식 버튼에서도 상당히 강력한 자성이 발산된다.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때는 가볍게 와인딩하면 좋다. 밸런스와 구동축에는 원활한 작동을 위해 윤활유를 도포하며,이것이 흩어져 흐르지 않도록 에필람epilam 처리를 해서 큰 문제는 없지만 가끔씩 작동하도록 하는 편이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좋다.
정기적인 관리 방법
케이스 내부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고무 패킹은 시간이 흐르면 굳어져 본래 기능을 잃어버린다. 즉, 제 역할을 못하므로 1~2년에 한 번쯤 간단히 방수 점검을 받아보면 좋다. 쿼츠식은 무브먼트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로 배터리가 되면 이를 알려주는 경우가 있다. 알림을 보면 배터리를 바로 교환해야 하고, 오래 방치해 배터리 누액이 흘러나와 무브먼트가 훼손되는 일을 피해야 한다. 이런 경우 부분 수리가 아니라 전체 교체를 해야 하므로 수리비가 적지 않다. 기계식 무브먼트의 진동수는 각기 다르지만 시간당 28,800vph(vibration per hour)라고 가정하면 하루에 691,200진동, 한 달에 20,736,000진동, 연간 248,832,000진동을 한다. 무브먼트의 작은 부품은 이렇게 가혹한 조건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기계식 무브먼트는 가혹하게 일하는 기계이므로 오래도록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자동차의 엔진오일을 교환하는 작업과 다소 유사한 오버홀overhaul이 필요하다. 주기는 보통 4~5년, 요즘에는 브랜드에 따라 그 이상의 주기를 권장하기도 한다. 오버홀은 무브먼트를 분해해 세척하고 부품 간의 접촉 포인트와 기어 축 등에 오일을 새로 도포한 뒤 조립하는 작업이다. 브랜드에 따라서는 메인 스프링과 배럴도 교환한다. 간혹 개선된 부품으로 교체하는 경우도 있다. 오버홀 시 케이스 폴리싱이 포함되며, 오버홀에 따른 1년 가량의 보증 기간이 발생한다. 때문에 비용은 사설 작업에 비해 비싸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공식 서비스 센터에 맡기는 편이 좋다. 오버홀 시기가 오면 평소보다 오차 폭이 커지므로 바로 서비스 센터에 예약하도록 한다. 오버홀 시기를 넘겨 계속 시계를 착용할 경우 열화된 윤활유가 기능하지 못해 부품이 마모되고, 마모에 의해 금속 부스러기가 무브먼트 내부를 돌아다니며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므로 기계식 시계에는 오버홀을 필수로 여겨야 한다. 각 무브먼트별 위협 요소를 파악해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기계식 시계는 주기적으로 오버홀을 해주면 소중한 시계를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대를 이어 자신의 자취를 물려주는 것 역시 가능하다. 이는 기본적인 관리법이면서도 최선의 관리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