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열정이 깃든 집
THE DIVERSITY
FOR INSPIRATION
2022/01 • ISSUE 43
이탈리아의 건축가 로베르토 바치오키의 세컨드 하우스는
패션과 예술, 건축의 경계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건축가 로베르토 바치오키Roberto Baciocchi의 디자인은 흑백영화를 연상시킨다.
40년간 럭셔리 브랜드 프라다와 함께 여러 아트 프로젝트를 이끌어왔다. 서정적이고 클래식한 동시에 모던한 결을 지닌 그의 스타일은 전 세계 프라다 매장의 파사드와 인테리어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세 개의 커다란 창이 압도적 설치 예술을 떠올리게 하는 서울 프라다 플래그십 스토어의 외관, 프라다 본점인 밀라노 에마누엘레 2세 갈레리아 비토리오 GalleriaVittorio Emanuele 2의 우아한 자태, 베네치아에 자리한 18세기 궁전에서 열린 프라다 재단의 전시 프로젝트 등 예술적 디자인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밀라노의 폰다치오네 프라다Fondazione Prada에 있는 카페 루체에서 세계적인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Wes Anderson과 협업해 탄생시킨 유쾌한 공간 역시 자주 회자된다.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을 새로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이 지닌 정신을 해치지 않고, 소생시키는 것입니다. 저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요소와 재료를 더해 그 공간을 비추는 빛을 연구하며, 마치 꿈에서 본 듯한 공간으로 만들곤 하죠."
그는 여전히 현역에서 활동하며 더욱 노련한 방식으로 공간을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좋은 공간의 핵심은 ‘자연’이다. 그것은 산천초목과 유유자적하려는 선비의 마음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려는 관용의 마음에 가깝다.
그리고 이런 철학은 그의 세컨드 하우스에 가장 잘 녹아 있다.
오래된 마을 속 현대적 가구와 고미술품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
로베르토 바치오키는 유리와 대리석이 빛을 반사하는 각기 다른 방식, 포근한 패브릭과 거친 돌 벽면이 자아내는 독특한 공간감이 주는 자극으로 자신의 건축 철학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서는 중이다.
그의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어디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내가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일 방”이라고 대답했다.
“이 고택을 앞으로 제가 갖게 될 수집품과 영감으로 가득 채우기를 기대합니다.”
그는 곧 완공될 수영장에서 가족, 친구들과 토스카나의 전통 요리를 즐길 봄날을 준비하며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전한다. (이를 위해 아름다운 접시와 커트러리, 유리잔 등을 열정적으로 수집하는 그의 일상은 SNS에서 시시각각 확인할 수 있다.)
1천 년의 세월을 간직한 이 건축물이 ‘아직 완성되는 중’이듯,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 하우스의 스타일을 함께 일군 70대 노건축가의 실험도 여전히 진행 중으로 보인다. 결국 그의 취향과 건축 신념은 ‘본연의 아름다움을 지키며 끝없는 변주로 고색창연을 찾는일’ 이 아닐는지. 이는 곧 세계가 사랑하는 이탤리언 디자인의 정수일 것이다.
건축가 자신은 물론 세계의 디자인 애호가들에게도 영감을 전해줄 이 집의 무한한 변신을 기대해본다.”
writerKim Kyungshin
editorLim Jimin photographerKim Mine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