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 존엄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렇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인간은 바로 해답을 얻을 수 없는 온갖 질문들을 정신의 선반에 쌓아놓는다. 거대한 그 선반이 존엄성의 근거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존엄하다. 하지만 이 명제는 말로서 아름다울 뿐 실제로 누구나 존엄한 세상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 이유로 수많은 학자들이 인간의 평등과 존엄을 주장했고, 많은 실천가들이 평등한 세상을 위해 행동에 나섰다. 모든 사람의 존엄을 지키는 길은 간단하다. “무엇이든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성인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다.
저마다 반짝이는 존재로 살아가는 길, 〈존엄성 수업〉
인권 변호사 차병직의 <존엄성 수업>은 인간이면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와 권리를 설명하며 인간 존엄의 가치를 밝힌 책이다. 세상이 쉴새 없이 변해도 존엄성은 인간 존재 그 자체라고 할 만큼 중차대한 과제다. 저자는 전래동화는 물론 현대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학작품을 언급하며, 그 안에 담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존엄성 가치를 전해준다. “인간이 존엄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렇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은 바로 해답을 얻을 수 없는 온갖 질문들을 정신의 선반에 쌓아놓는다. 거대한 그 선반이 존엄성의 근거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고 하지만 ‘불평등’이 더 자주 호명되는 세상이다. 실제로 언론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이 자주 오르내릴 정도로 세상은 불평등하다. 불평등하다는 것은 결국 분배가 정의롭게 이루어지지 않고, 사회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그런 점에서 헌법이 명시한 “법 앞의 평등”은 최소한의 장치다. 우리가 할 일을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차이와 차별에 대한 세세한 구별 작업이라도 끊임없이 반복하며 평등의 실현이라는 목표를 미래로 더 밀고 나아가는 행위가 사회적 인간의 운명이자 의무다.”
재판권이 전제하는 재판은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이다. 공정한 재판은 법에 의한 재판과 자격이 있는 사람에 의한 재판을, 신속한 재판은 절차에 따라 이유 없이 지체되지 않는 재판을 의미한다. 당연히 재판을 받을 권리는 아무 재판, 즉 중세의 마녀재판이나 조선시대 고을 원님의 자의적 재판 등은 제외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이런 재판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자격을 갖춘 후보자들 중 누구를 어떻게 법관으로 선발해 임명할 것인가”를 질문하며 우리 시대가 처한 재판권의 향방을 묻는다.
저자가 다룬 주제는 인간의 존엄성, 생명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재판권, 노동권, 아동권 등과 함께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성소수자의 권리, 동물권 등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동물은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지상의 존재”이자 “지구의 식구”다. 때로 동물은 인간의 살아 있는 교과서 역할을 감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일컬으며 동물에게 이중적 잣대를 내민다. <존엄성 수업>은 “저마다 반짝이는 존재로 살기 위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권리를 옹호하는 권리장전權利章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