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의 발견
마지막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사찰음식의 특징은 육식을 철저히 금한다는 것이다. 불살생不殺生과 생명 존중이라는 불교의 사상적 기반에 근거한 채식 요리는 정신적으로는 상생의 식생활을, 물질적으로는 현대사회가 야기한 여러 병폐에 노출된 식생활을 구원할 대안이다. 또 사찰음식은 한 그릇의 음식을 만들기까지 모든 존재의 인연법을 생각하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알려주는 환경 중심적 음식 문화이자 자연 친화적인 문화다. 어떤 맛일까가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으로 먹어야 하는가를 되새기며 다른 이의 공덕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대한다면 먹는 행위 자체는 수행의 일부가 된다.
냉이밥
봄이면 짙은 향을 내는 냉이는 이파리부터 뿌리까지 버릴 것이 없다. 다른 산채류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높고 아르기닌, 프롤린, 메티오닌 등의 아미노산은 물론 칼슘, 아연, 망간 등의 미네랄도 풍부한 것이 장점. 냉이밥을 지을 때는 냉이와 당근을 손질해 작게 다져두고, 표고버섯을 불려 집 간장과 참기름으로 밑간해 팬에 볶아 준비한다. 솥에 불린 쌀을 안쳐 채수로 밥물을 맞춘 뒤 표고버섯을 넣어 밥을 짓다가 끓기 시작하면 당근과 냉이를 넣고 불을 줄여 뜸을 들인다. 양념장은 집 간장과 참기름, 채수, 다진 고추를 넣어 만든다.
이른 봄의 사찰음식
재료의 맛과 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것이 사찰음식의 매력.
꽁꽁 얼었던 땅이 풀리기 시작하는 이른 봄에 만나보면 좋을 사찰음식을 소개한다.
봄나물 쌈밥
두릅전
쑥 완자탕
봄나물 콩죽
쑥 수제비
가지 된장 구이
사찰음식의 탐구
오랜 역사를 지닌 사찰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더 알고 싶을 때 펼쳐보면 좋을 콘텐츠와 일상에서 사찰음식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사찰음식 쿠킹 클래스,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숨 가쁜 도심에서도 정갈한 사찰음식에 대한 탐구를 이어갈 수 있다. 종로구 안국동에 자리한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는 사찰음식과 관련한 여러 전시와 식문화 체험, 강의에 참여할 수 있다. 사찰음식 조리법에 관련된 전문 서적 열람과 안내뿐만 아니라 매달 계절 변화에 맞춘 사찰음식 만들기 강좌도 연다. 일일 체험으로 발우 공양과 사찰음식 만들기, 전통 다식 만들기, 스님과의 차담 등도 경험해볼 수 있다. 한국 전통 사찰의 공양간 모습도 재현해두어 사찰음식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두루 해소하고 싶을 때 방문하면 좋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39 안국빌딩 신관 2F
문의 02-733-4650
사찰음식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
한국 사찰음식에 대해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된 계기는 넷플릭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Chef’s Table)〉 시즌 3에 정관 스님의 이야기가 소개되면서부터다. 〈셰프의 테이블〉은 음식 전문 다큐멘터리 감독 데이비드 겔브가 연출한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유명 셰프들의 음식과 철학을 다룬다. 그런데 정관 스님은 이례적으로 셰프가 아닌 수행자로서 출연한다. 다큐멘터리는 전라남도 장성 백양사에서 정관 스님이 공양을 준비하는 과정과 사찰음식에 대한 마음가짐을 꾸밈없이 전해 화제가 됐다. 요리는 수행의 일부이고 실은 밭에서 채소를 기르는 과정부터 교감이 이루어진다는 정관 스님의 이야기를 통해 사찰음식의 맛과 영양뿐만 아니라 거기에 깃든 정신적 가치까지 생각해보게 한다.
유구한 역사 속 사찰음식의 맛,
발우공양
사찰음식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사찰음식 전문 레스토랑 ‘발우공양’에서는 오랜 시간 사찰에서 면면이 전승되어온 전통 조리법으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신선한 식재료를 바탕으로 메뉴를 꾸리며 사찰에서 직접 만든 두부, 장아찌 등을 가져와 사용한다. 미슐랭 가이드 ‘서울’ 편에서 별을 받아온 레스토랑이며 산중 사찰 못지않게 차분하고 단정한 공간과 분위기에서 선식, 원식, 마음식, 희식, 법식 등 다섯 가지 코스 요리로 구성된 담백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56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5F
문의 02-733-2081
정관 스님의 음식 철학을 담은 공간,
두수고방
두수고방은 정관 스님의 음식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곳으로 철마다 장 담그기, 김장 등의 행사는 물론 채식 기반의 한식 수업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올해부터는 ‘두수고방 채식 라이브 다이닝’ 프로그램을 선보이는데,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를 탐구해볼 수 있다. 식재료에 대한 셰프의 설명과 시연은 물론 이를 활용한 요리도 즐길 수 있다. 또한 정관 스님이 직접 담근 각종 전통 장과 과일 청도 있으니 정성 어린 사찰 식재료를 구하고 싶을 때 방문해보자.
주소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호수공원로 80
문의 031-548-1912
계절의 야생초를 맛보다,
산촌
편안한 분위기에서 사찰음식을 접하고 싶다면 종로구 관훈동에 있는 ‘산촌’을 방문해도 좋다. 은은한 빛을 내는 연꽃 모양의 등 아래서 풍성한 산채 요리를 맛볼 수 있고, 저녁에는 전통문화 공연이 펼쳐지기도 해서 다채로운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정산 김연식 스님은 오랜 시간 사찰음식 연구가로 활동하며 구전되어오던 사찰음식 조리법을 기록하고 전파하는 등 활발한 음식 연구를 해왔다. 특히 깊은 산속에서만 자라는 야생초와 효소 등을 활용한 건강 요리에 주력하는데, 점심과 저녁 단일 정식 메뉴를 주문하면 평소 쉽게 접하지 못했던 여러 종류의 산채 나물을 만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30-13
문의 02-735-0312
다채로운 조합의 사찰음식,
도반
주소 서울시 서초구 마방로6길 7-27
문의 02-1644-1803
writer 성화 스님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지도법사
editor Kim Joohye객원 에디터
recipe&advisor 한국불교문화사업단
photographer Sim Yunsuk
food stylist Kim Jin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