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NATUREOFHOUSE
무엇을 대표한다, 상징한다는 뜻을 지닌 아이코닉iconic은 그 자체로 상당한 무게감이 있다.
때문에 이 수식은 함부로 사용할 수 없으며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역사적 배경과 성취가 뒤따라야만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선택지가 다양한 시대에 강렬한 존재로 각인된 진정한 ‘아이코닉 워치’를 선별했다.
JAEGER-LECOULTRE
리베르소 트리뷰트 크로노그래프
2021년 탄생 90주년을 맞은 리베르소는 이견의 여지 없이 예거 르쿨트르의 시그너처이자 1920~1930년대 유행한 아르데코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사각 시계의 영원한 아이콘이다. 케이스 전면부를 옆으로 밀어 회전시켜 폴로 경기같이 격한 스포츠 활동중에도 시계 다이얼과 글라스를 보호한다는 발상부터 유례없는 것인 데다, 반전 케이스 하나에도 최소 50개 이상의 부품이 필요한 정교하고 복잡한 구조이니 리베르소는 태생적으로 아이콘이 될 운명을 타고난 셈이다. 특히 리베르소 트리뷰트는 1931년 오리지널 리베르소를 계승하는 가장 전통적인 라인으로, 오리지널 리베르소가 그랬듯 전면 다이얼은 의도적으로 절제된 방식으로 시와 분을 표시하고, 후면 다이얼로는 스켈레톤 가공한 무브먼트를 노출시켜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A. LANGE&SÖHNE
자이트베르크
시간을 일반적 형태의 아날로그 핸즈가 아닌 각각의 점핑 디지털 디스크로 표시하는 자이트베르크는 2009년 등장과 동시에 시계애호가들을 매료시켰다. 같은 해 시계업계의 오스카상으로 통하는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 2009)에서 최고 영예인 ‘에귀유도르(황금 바늘)’ 그랑프리를 수상할 만큼 자이트베르크의 독창성은 깐깐한 평론가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특허를 획득한 자이트베르크만의 개성적인 디스플레이는 창립자 페르디난트 아돌프 랑에의 고향인 드레스덴의 명소 젬퍼 오페라 하우스의 유명한 파이브 미닛 클락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었다.
VAN CLEEF&ARPELS
레이디 아펠 퐁 데 자모르 워치
2006년 창립 1백 주년을 맞아 ‘포에트리 오브 타임(시간의 서사시)’을 표방하며 론칭한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컬렉션은 그전까지 주로 주얼러로만 알려졌던 반클리프 아펠을 단숨에 시계업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끌었다. 특히 2010년 발표한 레이디 아펠 퐁 데 자모르 워치는 시(여성)와 분(남성)을 가리키는 연인이 달빛이 드리워진 파리의 한 다리 위에서 하루 두 번(정오와 자정) 만나 입맞춤을 나누고 헤어지는 낭만적인 시계로, 그해 연말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GPHG 2010)에서 여성 시계 상을 수상할 만큼 워치메이커로서 반클리프 아펠 의 위상을 한층 드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VACHERON CONSTANTIN
패트리모니 레트로그레이드 데이-데이트
다이얼 위아래를 양분해 날짜와 요일을 레트로그레이드 형태로 표시하는 시계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시그너처와도 같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31일(날짜)과 일요일(요일)을 기점으로 자정을 넘기면 각 바늘이 마치 멀리뛰기라도 하듯 원점인 1일과 월요일로 재빠르게 복귀하는 복잡한 유형의 레트로그레이드 손목시계를 1940년 대부터 선보여왔다. 2006년부터 현행으로 이어지는 패트리모니 레트로그레이드 데이-데이트는 여러 레트로그레이드 제품 중에서도 단연 바쉐론 콘스탄틴의 아이코닉 워치라 할 수 있다. 한눈에 알 수 있는 특징적 디자인, 기능에 비해 10mm가 채 되지 않는 얇은 케이스, 브랜드를 상징하는 말테 크로스 심벌이 어우러진 우아한 장식적 요소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다.
BULGARI
옥토 로마
팔각형과 원형이 조화를 이룬 옥토는 불가리 시계 제조 역사상 최고의 성공작이자 21세기의 진정한 아이코닉 워치 컬렉션이다. 2012년 론칭한 옥토의 성공에 고무된 불가리는 2014년 두께가 극도로 얇은 옥토 피니씨모를 론칭하며 매년 새로운 기능의 시계로 신기록을 수립하는 등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다. 여기에 2017년 론칭한 옥토 로마까지 큰 성공을 거두며 두 전작과 함께 옥토 컬렉션을 지탱하는 세 갈래 기둥이 되었다. 옥토 로마는 옥토 피니씨모 라인과 비교하면 케이스 보디가 옆으로 좀 더 퍼져 있고 전체적으로 볼륨감 있는 것이 특징. 2023년 재등장한 뉴 옥토 로마는 다이얼 전체에 작은 피라미드 형태의 클루 드 파리 기요세 패턴을 더해 이전 세대의 다이얼과 확실한 차별화를 보여준다.
AUDEMARS PIGUET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20세기 최고의 시계 디자이너 제럴드 젠타의 스케치를 기반으로 1972년 탄생한 로열 오크는 손목시계 역사상 길이 남을 아이콘이자 오데마 피게가 지금까지 독립 브랜드로서 굳건히 건재할 수 있는 버팀목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대 당시만 해도 로열 오크는 손목시계 디자인으로는 유례없이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이었다. 또한 귀금속을 주로 사용했던 당대의 고급 시계 제조 전통을 깨고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현대적 스틸로 제작한 ‘최초의 하이엔드 스포츠 워치’라는 상징성마저 로열 오크의 전설적 등장에 어울리는 타이틀이 되었다. 특히 가장 순수한 형태의 로열 오크를 재해석한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은 사이즈에 관계없이 오 데마 피게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다.
HUBLOT
클래식 퓨전 오리지널
1980년 위블로를 창립한 카를로 크로코는 골드 케이스에 러버 스트랩을 매칭한 당시로서는 파격적 스포츠 워치로 단숨에 업계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프랑스어로 배의 ‘현창’을 뜻하는 브랜드명에서 착안한 듯, 원형의 베젤 위에 강조한 스크루 장식 및 멀티피스 조립 케이스는 등장과 동시에 브랜드를 상징하는 아이코닉한 디자인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 위블로는 42년 만에 브랜드 최초의 손목시계에 바치는 헌사의 의미를 담아 클래식 퓨전 오리지널을 새롭게 선보였다. 클래식 퓨전 오리지널은 기존의 클래식퓨전 과 같은 DNA를 공유하면서 말 그대로 ‘오리지널’에 부합하는 모습으로 거듭났다.
CARTIER
탱크 루이 까르띠에
1917년 탄생한 이래 1백 년 넘게 이어지는 여러 갈래의 전설적 탱크 시리즈 중 1922년 선보인 탱크 루이 까르띠에는 지금까지 세대를 초월해 가장 널리 사랑받는 탱크 워치의 전형으로 꼽힌다. 오리지널 탱크 디자인에서 평행 샤프트 테두리 및 끝부분을 더 완만하게 다듬고, 유광으로 다듬은 상단 면 역시 평평하지 않고 위로 살짝 솟은 형태로 둥그스름하게 마감함으로써 탱크 루이 까르띠에는 이전 탱크보다 한결 부드럽고 우아한 인상을 준다. 현행하는 모든 탱크 루이 까르띠에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적 타임피스 오브제로서 까르띠에가 추구하는 클래식의 정수를 대변한다.
BLANCPAIN
빌레레 퍼페추얼 캘린더
1735년 스위스 발레드주의 작은 마을 빌레레에서 탄생한 블랑팡은 공식적인 기록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제조사다. 브랜드의 고향에서 이름을 딴 빌레레는 1980년대 중반 등장한 일명 ‘6개의 마스터피스’ 시리즈부터 블랑팡을 대표하는 시그너처 컬렉션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기계식 시계가 다시 유행하기 훨씬 전인 1980년대만 하더라도 복잡한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매년 꾸준히 선보이는 제조사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특히 문페이즈를 포함한 컴플리트 캘린더와 퍼페추얼 캘린더는 당시 기대 이상의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평면적이었던 문페이즈 디스크는 해를 거듭할수록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의인화한 달로 변주되었고 빌레레의 상징으로 각인됐다. 최신작 빌레레 퍼페추얼 캘린더는 캘린더 워치 제조에 일가견이 있는 블랑팡의 저력이 담긴 총아다.
writer Jang Sehun 타임포럼 편집장
editor Jung Soon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