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마의 손 같은 곳을 사진으로 찍을 때 나는 그 아름다움과 크기, 스케일을 포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경관을 제대로 나타내고 싶지만, 오랫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어떤 경관도 제대로 표현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관은 여러 분위기를 지닌다.”
스마트폰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다. 사진도 마찬가지여서 이제 커다란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그럼에도 사진작가가 사라지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다. 작은 앵글에 자기만의 관점을 담고자 하는 사진작가들의 열정은, 그 자체로 예술의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이라고 해서 어려운 것도 아니다. 모든 사진은 일상을 담아내며 삶을 기록하는 하나의 방편이기도 하다. 일상을 복원하는 삶의 기록인 사진의 세계를 다양한 책을 통해 만나보자.
지미 친의 <거기, 그곳에: 세상 끝에 다녀오다>는 그의 모험 사진 대표작을 한데 엮은 사진집이다. 지미 친은 2019년 제91회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작가는 이 책에서 극한의 모험 등반을 추구하는 자신의 모습을 극적으로 담아낸다. 그는 서문에서 책을 통해 모험 세계에 입문했다고 강조한다. “위대한 모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미국 미네소타주 맨케이토에 있는 우리 집 뒷마당을 넘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자라났다.” 에베레스트산 정상에서 스키를 타고 하강하고, 남극대륙 울베타나봉을 등정하는 등 작가가 20여 년 동안 숱한 도전에 나서고, 그것을촬영하고자 했던 마음은 그렇게 싹텄다.
작가가 극한의 환경에 도전하며 사진을 남기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자연에 대한 외경과 그 마음을 후대에도 전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나는 사진이 자연 세계와 그 안에서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영역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확장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지구의 아름다움과 그 안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자리를 공유함으로써, 후대뿐 아니라 그 자체의 가치를 위해서도 지구를 보호하고 보존하고자 하는 책임감이 커지기를 바랐다.” 최고 수준의 등반가이기도 한 저자는 7대륙 최고봉을 포함해 전 세계 수많은 산을 등정했다. 1999년 파키스탄 카라코람산맥이 첫 등정지였다.
한 번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크기도 하고 가파르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하여” 등정이 쉽지 않은 파티 타워에서 두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세상에서 제일 하고 싶지 않은 일”임에도 세 번째 등정 만에 성공한 저자는 당시의 감동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그 전까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바위 바다를 구불구불 오르면서 우리는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산은 때론 인간의 도전을 불허하지만, 때론 그 도전 앞에 길을 열어주며 새로운 깨달음을 전해준다. 거기 산이 있기에 오른다는 산악인들의 말은, 그 자체로 진리인 셈이다.
작가는 자신의 등정 외에도 20여 년 동안 함께 산에 오른 산악인들의 활약상도 앵글에 담았다. 함께 성공하고, 함께 실패하며 서로를 향한 끈끈한 정을 느낀 산악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연을 향한 외경, 동료와의 우정, 함께 도전한 모든 일이 사진 속에 선명하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