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EN’S ICON FROM MOVIES
때론 강렬하고, 때론 낭만적인 영화 속 패션을 들여다봤다.
자연이 만든 대서사시
시대를 정의하는 로맨스 영화들이 있다. 1950년대는 <로마의 휴일>, 1960년대는 <남과 여> 그리고 1970년대는 <러브 스토리>와 <추억>일 것이다. 그렇다면 1980년대는? 여러 답변이 나올 수 있겠지만, 역시 시드니 폴락이 연출한 1986년 작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꼽지 않을 도리가 없다. 덴마크 여성 소설가 카렌 블릭센의 자전적 장편소설을 토대로 한 이 영화는 식민 지배를 당하던 1910년대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비극적 사랑 이야기다. 카렌(메릴 스트리프)은 아프리카 케냐에 있는 자신의 커피 농장에서 약혼자와 결혼식을 올리고 사는 덴마크 출신 여성이다. 남편은 매주 사냥을 나가 며칠씩 돌아오지 않고, 카렌은 외로움에 점점 지쳐간다. 그러던 어느 날, 카렌은 기차에서 우연히 만났던 데니스(로버트 레드퍼드)의 방문을 받는다. 둘은 함께 사파리 여행을 떠나 점점 사랑에 빠져들지만, 자유분방한 삶을 즐기는 데니스는 카렌에게 정착할 생각이 없다. 남편과 이혼한 카렌은 결국 데니스와 결혼을 약속하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이 영화는 개봉 이후부터 패션계에서 끊임없이 인용되고 차용되어왔다. 아웃 포켓이 잔뜩 달린 재킷과 베이지 컬러 셔츠, 챙 넓은 모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파리 룩’의 전형이다. 거친 아프리카 대륙에서 편안히 입을 수 있도록 유럽인이 군복을 기반으로 발전시킨 스타일이 바로 사파리 룩이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사파리 룩은 1910년대의 산물이지만 2023년에 입어도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아이템들은 세월의 무게를 견디고 영원히 살아남는 법이니까.
감독: 시드니 폴락
출연: 로버트 레드퍼드, 메릴 스트리프 등
시드니 폴락
시드니 폴락은 1980년대 할리우드를 상징하는 이름 중 하나다. 〈추억〉(1973), 〈콘돌〉(1989) 등 수많은 대표작을 남겼다. 영화감독으로 도전한 그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성공 이후 그만한 작품을 내놓지 못했고, 이후 배우로서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매장에서 만나요
FEDELI by BOONTHESHOP CAMICIE 셔츠 • 88만원
FUMAGALLI by MAN ON THE BOON • 스카프 • 29만원
사파리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장소
DUBAI HATTA
www.visithatta.com/en
SASAKWA LODGE
세렝게티 국립공원 안에 있는 리조트 사사콰 로지. 기린, 버펄로 등 다양한 야생동물을 바라보며 식사하거나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사파리 투어는 물론 언덕 꼭대기에 있는 관측소를 방문해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도 있다.www.singita.com
어리숙한 청춘의 기록
소년들에게 인생이라는 건 참 쉽지 않다. 2020년대에도 쉽지 않다. 2010년대에도 쉽지 않았고, 2000년대에도 쉽지 않았다. 1990년대라면? 당신의 1990년대를 한번 떠올려보시라. 인터넷은 시작 단계였다. 스마트폰은 없었다. 소셜 미디어도 당연히 없었다. 그래서 1990년대 소년들은 나가서 놀았다. 또래와 싸우고 부딪치며 성장했다. <미드 90>은 1990년대 중반 미국을 배경으로 사춘기를 통과하는 열세 살 소년 스티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스티비의 가정은 부유하지도 화목하지도 않다. 엄마와 형은 그를 아이 취급하며 폭력적으로 대한다. 도피처는 스케이트보드다. 스티비는 스케이트보드 타는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매일매일 보드 연습을 한다. 친구들과 함께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자신감을 얻은 스티비는 결국 자신을 정신적·육체적으로 억압하던 엄마와 형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미드 90>은 많은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뒤 <머니볼>(2011)과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4)를 통해 연기파 배우로 변신한 배우 조나 힐의 감독 데뷔작이다. 그는 1990년대 LA에서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온몸으로 겪으며 성장한 자신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냈다. 특히 당신이 1990년대에 소년 시절을 보냈다면 <미드 90>은 무시무시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 틀림없다. 주인공들이 입고 나오는 의상은 1990년대 스타일의 정수라고 할 만하다. 오버사이즈 티셔츠, 바닥을 질질 끄는 데님 팬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꼭 써야만 했던 비니, 아디다스 슈퍼스타 스니커즈와 플란넬 셔츠. 물론 그 모든 것은 Y2K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오는 중이다.
감독: 조나 힐
출연: 서니 설직, 캐서린 워터스턴 등
서니 설직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재능 있고 유망한 10대 배우를 꼽으라면 서니 설직이라는 이름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킬링 디어〉(2018)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이 2005년생 배우는 첫 주연작 〈미드 90〉에서 아역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에너지와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다.
감독의 음악적 취향을 담은
〈미드 90〉 OST
영화감독인 조나 힐은 본인의 음악적 취향을 <미드 90>의 OST에 가득 채웠다. 영화를 대변하는 주제곡이라 할 수 있는 너바나의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와 1990년대 록과 힙합 팬의 향수를 자극하는 모리세이, 미스피츠, 사이프레스 힐, 우-탱 클랜 등의 명곡이 줄줄이 흘러나온다. OST 자체만으로 1990년대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매장에서 만나요
3 AMBUSH by CASESTUDY • 네크리스 • 49만원
매장에서 만나요
스케이트보드를 즐길 수 있는 국내 스폿
뚝섬 한강공원 X 게임장
ADD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427-27
리버티
대형 볼 형태로 이루어진 공간과 계단을 보유했으며,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쓰이는 등 스타일리시한 장소를 찾는다면 추천.ADD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하조대2길 48-54
감각적인 미스터리 추리극
탐정 브누아 블랑(대니얼 크레이그)이 미스터리 작가의 살인자를 찾아내는 <나이브스 아웃>(2019)은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미스터리물이 거의 사라져버린 영화계에서 고전적 후더닛 추리극이 주는 즐거움을 재현했다는 점은 꽤 놀라운 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로 공개된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은 전편의 성공을 이어가면서도 약간의 변주를 주는 속편으로, 브누아 블랑이 억만장자의 섬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전편이 고색창연한 저택에 모인 작가의 가족을 주인공으로 클래식한 스타일을 선보였다면, 속편은 극도로 모던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그래서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의 프로덕션 디자인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역시 코스튬 디자인이다. 코스튬 디자이너 제니 이건은 라이언 존슨 감독의 요구를 명확하게 파악했다. 그리스의 섬이라는 글래머러스한 휴양지에 어울리면서 각각의 캐릭터가 지닌 성격을 대사 한마디 없이도 보여줄 수 있는 의상을 창조하는 것. 특히 눈에 띄는 캐릭터는 탐정 브누아 블랑, 모델 출신 디자이너 버디(케이트 허드슨) 그리고 억만장자의 동업자 앤디(저넬 모네이)다. 제니 이건은 버디를 화려한 프린트의 전형적인 휴양지 드레스와 과할 정도의 액세서리로 치장한다. 정교한 테일러링으로 완성한 슈트와 실크 블라우스, 넥타이로 마무리한 앤디의 의상은 모던함의 극치에 가깝다. 또 전편에서도 즐거운 패션을 보여준 브누아 블랑의 의상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다. 사파리 재킷, 핑크색 셔츠와 줄무늬 여름 셋업은 휴양지 남성 스타일의 진수라 할 만하다.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은 코스튬 디자인이라는 영역이 한 영화의 성격을 만들어내는 데 얼마나 큰 공헌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드문 할리우드 영화다.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대니얼 크레이그, 저넬 모네이 등
프랭크 시내트라
코스튬 디자이너 제니 이건이 브누아 블랑의 의상을 위해 참조한 인물은 프랭크 시내트라다. 그는 당대 스타일 아이콘으로도 유명했는데, 값비싼 맞춤 턱시도와 핀 스트라이프 슈트, 근사한 스카프와 중절모에 아낌없이 돈을 썼다. 영화 속 브누아 블랑의 스타일은 프랭크 시내트라의 스타일에 대한 헌사에 가깝다.
매장에서 만나요
2 FUMAGALLI by MAN ON THE BOON • 스카프 • 39만원
3 AUDEMARS PIGUET •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셀프와인딩 워치 • 4천9백만원대
4 JACQUEMUS by BOONTHESHOP MEN • 팬츠• 78만원
5 BAUDOIN&LANGE by BOONTHESHOP CAMICIE • 슈즈 • 78만원
6 (왼쪽부터) PT TORINO by SAN FRANCISCO MARKET • 스윔 팬츠 • 28만원대
HERMÈS • 스윔 팬츠 • 60만원대
매장에서 만나요
지중해 위에서 즐기는 요트 프로그램
CAPRI LUXURY BOATS 7DAYS TOUR
www.capriluxuryboats.com
CONCEPTUM MEGA YACHT
콘셉텀 메가 요트는 결혼식, VIP 파티 등 바다 위 선상에서 특별한 축하 파티를 하기에 좋은 장소다. 고급 크루즈를 타고 그리스 에게해를 누비는 꿈 같은 시간을 누릴 수 있다.www.megayachtevents.gr
writerKim Dohoon 영화평론가
editorYu Jieun, Lee Moonji
photographerLee Jonghoon, Kim Jeongheun
stylist Roh Kyungeon
©Alamy, Album, Getty Images, Shuttersto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