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NORMAL
in FASHION
2020/9 • ISSUE 28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패션계도 이를 이어가고 있다. 몇몇 럭셔리 패션 하우스에서는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창의적인 콘텐츠를 진행하기도 하며, 기존에 은밀하고 사적으로 공개되어온 런웨이 패션쇼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기도 한다. 이제 럭셔리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editorCho Eunjung
1. 마테오 가로네 감독이 제작한 디올의 패션 필름 〈테일 오브 테일스〉. 오트 쿠튀르 세계의 환상과 여운을 느낄 수 있다.
2. 개성 넘치고 세련된 여성들과 섬세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각 디지털 영상과 사진에 담아 전개한 샤넬의 2020-21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
뉴노멀 시대에 대처하는 패션 브랜드의 비대면 패션쇼
오프라인 패션쇼가 디지털 세상으로 무대를 옮기며 선택받은 소수의 사람만 참석할 수 있었던 패션 브랜드의 런웨이 풍경이 바뀌었다. 이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전 세계 어디서든 누구나 쇼를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패션쇼가 등장한 것. 매 시즌 인공 해변과 기차역, 슈퍼마켓 등 독특한 장소에서 완벽한 런웨이 무대를 선보여온 샤넬마저 언택트 시대에 맞춰 발걸음을 디지털 세상으로 옮겼다. 지난봄 샤넬 최초로 디지털 크루즈 컬렉션을 전개한데 이어, 이번 F/W 오트 쿠튀르 쇼 역시 디지털을 통해 공개했다. 샤넬의 수장 버지니 비아르는 펑크 프린세스를 떠올리며 굉장히 기이하면서도 세련되게 차려입은, 록 스피릿이 충만한 여인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선보였다. 에르메스는 쇼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긴급한 상황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 라이브 스트리밍 형식으로 공개해 현장감을 그대로 전했다.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전통적인 패션 규칙과 시각을 뒤집은 실험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에필로그 컬렉션을 브랜드 공식 온라인 스토어와 SNS 채널을 통해 12시간 동안 선보였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세계적인 포토그래퍼이자 디지털 작업의 선두에 있는 닉 나이트와 협업해 예술성 높은 사진 이미지로 패션쇼를 대체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디올은 예술적 영상미를 활용한 실험적 도전을 이어갔다. 이탈리아 출신의 감독 마테오 가로네가 디올 메종을 축소해 트렁크에 담아 떠나는 상상 속 마법의 여정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해 영상에 담았다. 쿠튀르의 판타지 세계를 마치 한 편의 동화같이 흥미롭게 풀어낸 디올의 패션 필름처럼 브랜드들은 저마다의 창의성을 표출한 새로운 방식으로 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각각의 창의성을 발휘한 SNS 캠페인
SNS 채널에서는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를 필두로 특정 해시태그와 함께 인증 사진을 업로드해 공론화하는, 일명 챌린지 문화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디지털과 친숙해진 몇몇 패션 브랜드에서는 재빨리 이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했다. 먼저 미우미우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이 시점에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바로 자신의 집에서 미우미우의 신상품이나 소장품과 함께 사진 혹은 영상을 찍고 #Miume라는 해시태그를 걸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챌린지다. 첫 번째 주자로는 영국 스트라우드 출신의 패션 에디터 해리엇 버니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으며, 그 다음은 전 세계 미우미우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바통을 넘겼다. 알렉산더 맥퀸도 대중과 보다 창의적인 방식의 대화를 시도했다. 매주 올라온 이미지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예술적으로 표현한 후 본인 계정에 #McQueenCreators 해시태그를 달아 업로드하면, 브랜드가 이 활동의 결과물을 선별해 SNS에 다시 공개하는 방식! 지미추 역시 그리는 행위를 통해 긍정적인 마음을 전파하고자 슈즈 드로잉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산드라 초이는 “평범한 일상은 멈췄지만 자연은 그 자체의 리듬으로 계속 꽃을 피우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죠”라며 긍정의 의미를 담아 꽃 모티프의 슈즈 스케치를 공개했다. 이를 토대로 자신만의 창의적인 슈즈 드로잉을 #Choosketch 태그와 함께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이 중 5점을 채택해 캡슐 컬렉션으로 제작하고 수익금은 자선 단체에 기부한다.
그런가 하면, 소셜미디어를 통해 문화 예술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도 있다. 디올은 자가 격리로 인해 침체된 사회의 문화적 감각을 다시 깨우고 새로운 활기를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한 디지털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먼저 ‘Dior Talk’라 명명한 디올 하우스의 팟캐스트는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부임한 이후 끊임없이 이야기해온 ‘페미니즘’에 관한 시선, 브랜드의 헤리티지, 각계 예술가와의 만남 등 짧은 시리즈를 연재 중이다. 여기에 명장들의 공연을 통해 즉흥적으로 몇 가지 주요 자세를 익혀볼 수 있는 특별한 댄스 레슨 영상도 공식 사이트에 업로드했다. 멀버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라이브 공연을 즐기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특별한 콘서트장을 마련했다. 인스타그램 라이브 기능을 통해 전세계 뮤지션의 음악 콘서트인 ‘My Local’ 캠페인을 편안하게 안방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