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YSTAL MOMENTS
2021/02 • ISSUE 33
빈티지와 논 빈티지, 블랑 드 블랑과 블랑 드 누아, 엑스트라 브륏에서 드미섹까지. 풍부한 기포를 담은 샴페인에 대한 상식과 좋은 글라스, 페어링 푸드 등 샴페인의 충만한 매력.
editorKim Jihye
writerCho Soomin 소믈리에, 샴페인 클럽 대표
“ 1994년에 비로소 샴페인은
프랑스 상파뉴 지역의 스파클링 와인에 한해 붙일 수 있는 고유한 이름이 된다. ”
샴페인 트렌드
한국은 2018년 샴페인 ‘밀리언보틀 클럽Million-bottle Club’에 가입했다. 현재 전 세계 샴페인 수입량 16위 국가다. 이제 와인 애호가들은 단순히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는 게 아니라 프랑스의 샴페인을 마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샴페인을 즐기는 문화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흔히 샴페인 하면 “펑” 소리와 함께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장면을 떠올리곤 하는데, 오늘날에는 어떻게 하면 샴페인을 더 멋있게, 그리고 제대로 즐길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진다.
현재 샴페인을 생산하는 상파뉴 지역은 전체 포도밭의 43%가 유기농,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통해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 덕분에 포도나무는 더욱 건강하고 좋은 환경에서 열매를 맺고, 지속 가능한 고품질 샴페인으로 재탄생할 수 있게 됐다. 또 샴페인 애호가들이 늘어나면서 고숙성 샴페인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으며, 저품질이라 생각되던 피노 뫼니에 품종의 도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형 생산자에게 포도를 판매하던 농부들이 직접 소규모로 샴페인을 제조하는, 독립 병입 생산자들의 개성 있는 스타일도 경험해볼 수 있다.
상파뉴 지역에서 생산하는 샴페인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너도나도 스파클링 음료에 샴페인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고, 1994년에 비로소 샴페인은 프랑스 상파뉴 지역의 스파클링 와인에 한해 붙일 수 있는 고유한 이름이 된다. 그리고 그 이름을 쓰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상파뉴 지역의 와인 규정에 부합해야만 한다.
레이블에서 알 수 있는 정보
샴페인 레이블에서 먼저 확인할 것은 포도 품종. 샴페인의 종류는 크게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과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s로 나눌 수 있다. 블랑 드 블랑은 영어로는 ‘화이트 오브 화이트’라는 뜻으로, 청포도만 이용해 만든 샴페인에 이 표기를 사용할 수 있다. 청포도의 신선한 산도와 상큼함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블랑 드 누아는 영어로는 ‘화이트 오브 블랙’으로 검은 포도 품종을 이용해 화이트 샴페인을 만들면 레이블에 이 문구를 사용할 수 있다. 간혹 검은 포도로 어떻게 화이트 샴페인을 만드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먹는 검은 포도의 과즙은 투명하다. 붉은 색소는 껍질에 있기 때문에 과즙만 이용해 와인을 만들면 검은 포도로 화이트 샴페인을 생산할 수 있다. 입에서 느껴지는 구조감이 좋으며, 리치한 것이 특징이다.
논 빈티지와 빈티지, 도사주
상파뉴는 프랑스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와인 생산 지역으로 날씨가 춥다. 그러다 보니 포도 농사가 잘 되지 않는 해가 있기도 해서 항상 일정량의 원액을 보관했다가 다음 해 와인에 섞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여러 해의 와인이 섞여 있을 경우 특정 수확 연도를 표기하지 않는다. 이미 숙성된 여러 해의 원액이 섞여 있기 때문에 바로 마셔도 좋은 스타일이 논 빈티지 샴페인이다. 크루그에서는 ‘멀티 빈티지’라 부르기도 한다.
빈티지는 논 빈티지와는 반대로 특정 해에 생산한 포도로 만들며 레이블에 포도를 수확한 연도를 기입한다. 포도 수확 연도의 날씨나 특징을 그대로 담아낸 빈티지 샴페인은 매년 생산하지 않으며, 생산자마다 출시 빈티지가 다를 수 있다. 숙성된 원액을 섞지 않기 때문에 논 빈티지 샴페인보다 더 오래 숙성한 후에 출시한다.
샴페인의 레이블을 보면 ‘Brut’라는 단어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샴페인은 워낙 산도가 높아 최종 와인을 병입할 때 밸런스를 위해 약간의 당을 첨가한다. 이때 첨가한 당의 양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데, 당도를 드라이에서 스위트 순으로 나열하면, Brut Nature - Extra Brut – Brut - Extra Dry - Sec - Demi Sec – Doux이다. ‘Brut Nature’라는 용어가 쓰여 있으면 당을 첨가하지 않거나 리터당 3g 미만으로 첨가한 샴페인이라는 뜻이다. 영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칼로리가 낮아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샴페인 병 오픈 TIP
샴페인 병 속에 평균 6~7 기압의 탄산 압력이 있어 자칫 오픈하다 많은 양의 샴페인이 밖으로 흘러넘치거나 튀어 나갈 수 있다. 코르크에 다칠 수 있으니 주의하자.
제대로 칠링, 흔들지 않도록
샴페인을 칠링할 때는 병이 충분히 잠길 만큼 얼음과 물을 채워야 온도를 맞출 수 있다. 샴페인이 과도하게 흔들렸다면 잠시 세워두거나 온도를 낮춰 내부 압력이 안정되기를 기다리자.
코르크 방향을 주의하자
여름철에는 샴페인의 와이어를 벗기는 동시에 코르크가 총알처럼 튀어 나가는 장면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실제 영국에서는 샴페인 코르크에 눈을 맞아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와이어를 벗기지 말고 오픈한다
샴페인 병을 오픈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와이어를 손으로 쥐고 있는 상태에서 오픈해야 한다는 것이다. 캡슐을 벗긴 후 씌워놓은 와이어를 그대로 벗기면 코르크가 튀어 나갈 수 있다.
샴페인 페어링
산도 높고 섬세한 샴페인
‘폴 로저 뀌베 써 윈스턴 처칠’은 프레스티지 퀴베로, 지속감 있는 버블과 섬세한 산도, 미네랄리티가 일품이다. ‘떼땅져 레 폴리 드 라 마께트리’는 사과, 배, 약간의 레몬 계열 향과 상쾌한 피니시가 특징이다.
POL ROGER • 폴 로저 뀌베 써 윈스턴 처칠 • 750ml,
68만원
TAITTINGER • 떼땅져 레 폴리 드 라 마께트리 • 750ml,
26만8천원
플루트 글라스
샴페인의 차가운 온도를 유지하기 좋으며, 끊임없이 쏟아지는 버블을 눈으로 즐기기에 적합한 글라스다. 입구가 좁아 샴페인을 쏟는 일이 적고, 신선하고 상큼한 샴페인을 즐기기에 좋다.
BACCARAT • 아코어 이브 플루토 • 2pcs, 55만원
CHRISTOFLE • 그라픽 샴페인 잔 • 11만원
어울리는 음식
신선한 굴, 흰 살 생선 카르파초, 캐비아와 특히 조화로운 페어링을 이루며, 가볍게 만든 핑거 푸드와도 잘 어울린다.
사진: ©Irina Naoumova / Alamy Stock Photo
밸런스가 잘 맞는 샴페인
‘아르망 드 브리냑 브륏 골드’는 프랑스의 카티에르사에서 프라이빗 퀴베로 만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힙한 샴페인 중 하나다. 플렉스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데, 실제로 향이 아주 풍부하며, 쿠페 글라스와 함께할 때 리치한 풍미가 극대화된다. ‘파이퍼 하이직 레어’는 마릴린 먼로가 사랑한 샴페인으로 유명하다. 매혹적인 버블과 섬세한 향이 돋보이며, 밸런스가 아주 좋은 샴페인이다.
ARMAND DE BRIGNAC • 아르망 드 브리냑 브륏 골드 • 750ml, 1백10만원
PIPER HEIDSIECK • 파이퍼 하이직 레어 •
750ml, 62만원
쿠페 글라스
일반 샴페인 잔과는 다르게 낮고 넓은 것이 특징이다. 샴페인 타워를 만들기 쉬워 주로 파티에 사용하지만, 요즘은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좋아 홈파티에도 많이 사용한다.
BACCARAT • 마세나 쿠페 • 2pcs, 70만원
어울리는 음식
포지르 비스킷, 버터에 구운 관자, 크림소스를 살짝 올려 오븐에 구운 랍스터, 킹크랩과 좋은 페어링을 이룬다.
사진: ©The Picture Pantry / Getty Images
향이 풍부한 샴페인
크룩의 ‘그랑 퀴베’는 최소 14개의 빈티지 샴페인을 블렌딩해 만든 멀티 빈티지 샴페인이다. 출시한 직후부터 15년까지 숙성 가능하며 풍부한 향이 특징이다. ‘아무르 드 도츠 로제’는 도츠의 프레스티지 라인으로, 실제 레드 와인을 소량 블렌딩해 화이트 샴페인에 더 가까운 특징을 보인다. 장미 향과 자몽, 잘 익은 사과 향이 특징이며, 풍부하고 섬세한 향에 적당한 볼 넓은 글라스를 추천한다.
KRUG • 크룩 그랑 퀴베 •
750ml, 36만2천3백원
AMOUR DE DEUTZ • 아무르 드 도츠 로제 •
750ml, 1백5만원
볼이 넓은 글라스 또는 튤립 글라스
볼이 다소 넓은 샴페인 글라스나 튤립 모양 글라스는 샴페인 특유의 풍부한 향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이런 글라스를 쓰는 샴페인은 너무 차갑게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SAINT-LOUIS • 트위스트 1586 샴페인 잔 • 21만원 /
폴리아 샴페인 잔 • 26만7천원
어울리는 음식
프렌치프라이, 튀김, 치킨과도 조화를 이루며, 팬에 구운 바다장어 요리와 잘 어울린다. 크루그 그랑 퀴베는 소금을 살짝 뿌린 구운 장어, 도츠 로제는 간장 소스를 발라 구운 장어와 궁합이 좋다.
사진: ©Westend61 / Getty Images
구조감이 좋은 타닌 샴페인
돔페리뇽에서 생산한 로제 샴페인은 약간의 스파이시함과 바이올렛 꽃향이 특징이다. 날씨가 더운 해에 주로 생산하며, 잘 익은 검은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을 블렌딩한다. 구조감이 좋고 장기 숙성이 가능하다. 뵈브 클리코의 ‘라 그랑 담 로제’는 풍미가 진하다. 레드 와인 블렌딩 비율이 높아 진한 색감을 띠며, 붉은 체리, 라즈베리 향이 일품이다.
DOM PÉRIGNON • 돔페리뇽 로제 빈티지 • 750ml,
58만4천원
VEUVE CLICQUOT • 뵈브 클리코 라 그랑 담 로제 • 750ml, 57만3천6백원
로제 글라스
향이 다소 진한 로제 샴페인을 마실 때는 입구가 너무 넓지 않고, 높이가 낮은 작은 글라스를 사용하길 추천한다. 레드 와인의 타닌 성분이 약간 포함되어 있어 한 번에 많은 양을 마실 경우 텁텁함을 느낄 수 있다.
BACCARAT • JCB 패션 샴페인 글라스 • 2pcs, 60만원 / JCB 패션 샴페인 디캔터 • 1백45만원
어울리는 음식
재료를 얇게 슬라이스한 샤부샤부, 비프 타르타르와 페어링이 좋으며 약간 기름진 참치 다다키, 연어와 스모키한 향이 나는 치즈와 잘 어울린다.
사진: ©SimpleImages /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