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집, 차박
파도 소리, 풀벌레 소리, 낮게 스며드는 달빛을 바로 옆에서 느낄 수 있는 캠핑은 낭만 그 자체다. 하지만 캠핑을 즐기기 위해 감당해야 할 부분도 있다. 트렁크 안에 한가득 준비해야 하는 짐과 매번 텐트를 치고 접는 일도 여간 수고로운 게 아니다. 낭만은 좋지만 번거로움은 사양이다. 차 한 대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차박이 대세가 된 이유다. 무엇보다 캠핑의 ‘미니멀’ 버전으로 친환경적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차박은 새로운 취미로 떠오르고 있다.
차박 vs 오토캠핑
친환경 아웃도어 라이프, 차박
AUTOCAMP IN CARAVAN
차박에 유리한 차종이란 차 안에서 잠을 자기 위해 시트를 접었을 때 바닥이 평행을 이루는지, 또는 누울 공간이 얼마나 넉넉한지가 관건이다. 이런 점에서 캐러밴으로 즐기는 차박이라면 안전성이 더욱 보장된다. 미리 캠핑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둘 수 있고, 쾌적한 잠자리와 화장실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캠핑을 떠나는 이들이 급증했을 때, 캐러밴의 이러한 강점이 캠핑 트렌드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외에도 기온에 많은 영향을 받는 캠핑카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여름의 에어컨과 겨울의 히터 또한 적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주차할 곳을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만 덜 수 있다면 캐러밴은 모든 차박을 아우르는 이상적인 답이기도 하다.
RECOMMENDED CARAVAN
ERIBA TOURING 820
에리바 투어링 820은 마이너스 몰딩 처리한 인테리어를 적용했으며, 각종 창과 조명을 설치하고 천연 가죽 소파와 고급스러운 소재로 벽면을 마감해 최고급 요트 내부 수준의 품질을 제공한다. 또 전면 창 위로 크기가 큰 2개의 상부 캐비닛장이 자리한다.
ERIBA TOURING 530
낮은 중량과 콤팩트한 사이즈로 사랑받는 유럽 캐러밴 브랜드 하이머 에리바. 아담한 사이즈지만 좁거나 한정적인 공간에서도 주행이 안정적이다.
AUTOCAMP IN SUV
2열 시트가 접히는 왜건과 SUV 차량 또한 차박에 적합하다. 차박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포드 익스페디션은 대형 SUV로 그 이름에 걸맞게 차량 내 거주성이 훌륭하다. 뒤쪽에 버튼이 있어 시트를 접을 때 한 번에 폴딩되어 편리하고, 2열 시트 끝부터 트렁크 끝부분까지 약 2m 길이로 차 안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여느 차량에 비해 압도적으로 넓기까지 하다. 랜드로버 디펜더(롱보디) 역시 이에 뒤지지 않는다. 2열 시트 폴딩 시 풀 플랫이 가능하고 대형 SUV답게 거주성이 우수하다. 볼보 크로스컨트리 V90은 SUV와 왜건의 중간 형태로 차박 시 트렁크 쪽에서 타고 내릴 때 비교적 편리하다. 또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 모델도 차박에 적합한 차량으로 각광받는다. 특히 테슬라 모델Y는 풀 플랫이 가능하고 2열을 폴딩했을 때 약 1.8m 공간이 확보된다.
DEFENDER 110 P400 X
어떠한 험한 길에서도 뛰어난 주행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컴포트, 에코, 스노, 머드, 샌드, 암석 모드 등 주행 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
RECOMMENDED SUV
TIGUAN ALLSPACE 2.0 TDI
중형 SUV보다 큰 크기를 자랑하는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IQ. 드라이브-트래블 어시스트, 긴급 제동,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 IQ. 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램프 및 주간 주행등, 다이내믹 코너링 라이트 등의 기능을 갖추었다.
NEW FORD BRONCO
강력한 퍼포먼스와 스마트한 주행 능력이 돋보이는 뉴 포드 브롱코. 어떠한 지형적 환경에서든 안정적인 주행 능력을 갖춘 4도어 하드 톱 아우터뱅크스 모델로 출시되었다. 브롱코의 루프와 도어는 편리하게 탈착 가능하며 야간 주행에 도움을 주는 오토 하이빔 기능을 포함한다.
NEW LINCOLN NAVIGATOR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 충돌 경고 시스템 등 다양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갖추어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또 오토 하이빔, 힐 디센트 컨트롤, 전방 감지 시스템을 적용한 3백60도 카메라 등을 탑재했다.
먹는 즐거움, 차박 메뉴
오토캠핑에서는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이 이상적이다. 차박의 취지에 맞게 가벼우면서도 힘이 나게 하는 건강한 식사 한 끼가 필요한데 조리의 간편성, 화기 사용의 최소화, 쓰레기 배출의 최소화가 그 조건이다. 직접 조리해 먹는 것을 선호하는 캠퍼라면 재료 손질 단계부터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고 물도 많이 사용하는 복잡하고 화려한 음식보다는 한 그릇으로 조리해 든든하고도 가벼운 밀키트 간편식 메뉴를 시도해보면 어떨까. 이지밥 핫앤쿡은 비화식의 대명사로 봉지 자체에 발열 팩이 내장돼 있어 별도의 장비 없이 물만 넣으면 어디서든 따뜻한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인기다. 피코크 의정부식 부대찌개는 뜨끈한 국물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이 외에도 소불고기 전골, 샤부샤부 요리 재료, 알탕, 대구탕 등 종류가 다양하고 피코크 감바스, 태양초 즉석 떡볶이 등 식사와 간식을 겸할 수 있는 메뉴도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다.
ITEMS FOR CAR DINING
베오사운드 A1
BANG&OLUFSEN
• 41만원
휴대하기 좋은 사이즈의 블루투스 스피커. 풍부한 사운드 전달과 강력한 방수 기능으로 고장 염려가 적다.
티타늄 싱글 머그
SNOW PEAK • 3만2천~3만8천원
불 위에 직접 놓고 사용할 수 있다. 평소 물을 마시거나 국을 먹거나 데우는 등 여러 용도로 사용 가능하다.
필드 바리스타 그라인더
SNOW PEAK • 11만9천원
차박에 감성을 더하는 커피는 필수. 스노우피크 필드 바리스타 그라인더는 언제 어디서나 직접 원두를 갈아 신선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해준다.
크레모아 울트라 미니
CLAYMORE • 5만9천원
크기가 작아 가지고 다니기 편하고, 밝기까지 훌륭해 차박 할 때 차량 내부 및 외부 조명으로 사용하기에도 좋다.
기간별 차박 스타일
차박이 좋은 것은 나만의 취향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어 좋다. 날이 좋으면 좋을수록 인기가 치솟는 캠핑장 무한 예약 경쟁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장점. 갑자기 여행을 떠나서도 원하는 곳에 머물 수 있으니 자유롭게 일정을 계획할 수 있다. 퇴근 후 차박을 떠난다는 의미의 퇴근박부터 2박 3일, 7박 8일 등 기간별 차박은 현대인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차박 문화를 보여준다.
퇴근박&1박 2일
일몰과 일출이 깃든 코스
고된 업무를 마치고 훌쩍 떠나기로 결심했다면 부담 없는 목적지를 찾아보자. 충청남도 당진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특히 일몰과 일출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왜목마을에서의 하룻밤을 제안한다. 퇴근 시간인 저녁 6~7시, 저녁 식사를 테이크아웃해서 당진으로 이동한다. 오작교가 보이는 왜목마을에 들어서면 해양경찰서 옆으로 석문산 입구가 나온다. 해돋이 장관을 보기에 최적의 장소. 일출 포인트는 왜목마을 선착장과 오작교다. 경기도 화성과 평택을 마주하는 당진의 위치적 특성을 고려해 코스를 구성해보는 것도 좋겠다.
COURSE 왜목마을-안산-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시화호 조력발전소
2박 3일
가족과 함께 주말 차박
오로지 우리 가족에게만 집중하는 여행.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가 풍부한 인천은 가족 여행의 성지다. 해수욕을 즐기는 것을 시작으로 갯벌 체험과 삼림욕을 모두 할 수 있는 실미유원지로 떠나보자. 낙조를 감상하고 인근 맛집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실미해수욕장에서 차박을 한다. 둘째 날 아침 식사 후에는 무의바다누리길 트레킹을 추천한다. 아침과 점심 사이 적정한 시간의 트레킹은 입맛을 돋운다. 점심 식사 뒤에는 선녀바위해수욕장을 거닐어도 좋다. 왕산해수욕장에서의 갯벌 체험과 해수욕을 마지막 코스로 차박 일정을 마무리한다.
COURSE 인천-실미유원지-선녀바위해수욕장-왕산해수욕장
3박 4일 또는 일주일
푸른 해변을 거니는 제주도
3박 4일에서 일주일 정도 허락된다면 이동 거리에 조금 욕심을 부려 제주도로 떠나도 좋다. 우선 무료 야영지가 있는 금능·함덕·이호테우해수욕장에서 즐기는 제주도의 푸른 밤을 만나보자. 첫날 제주항에 도착, 이후 함덕해수욕장에서 차박을 한다. 둘째 날 일출을 감상한 뒤 서우봉 해안산책로, 월정리해수욕장에 들른다. 이후 용눈이오름 트레킹을 하고 성산일출봉, 큰엉해안경승지와 쇠소깍을 둘러본다. 셋째 날 차박지는 중문색달해수욕장. 송악산 둘레길을 산책하며 수월봉전망대, 월령 선인장군락지에 들러 일몰을 감상한다.
COURSE 함덕해수욕장-성산일출봉-송악산 둘레 길-월령 선인장군락지
CHECK POINT
Q. 어느 곳에서나 차박을 해도 될까?
A.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전국의 도립·시립·군립 공원과 국립공원, 사유지, 해안 방파제에서는 차박을 할 수 없다. 스텔스 모드로 휴게소에서 차박을 하더라도 불을 사용한 취사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Q. 차박지 명당을 엄선하는 기준은?
A. 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차박의 특성상 위생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물 사용이 자유로워야 한다. 화장실 사용과 간단한 세수 및 양치질을 하기 위해서는 물 사용이 제한적이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늘이 필수다. 차 안에서 머무르는 차박이니만큼 차창에 내리쬐는 햇볕을 고스란히 받는 상황만큼 힘든 것도 없다. 차량 내부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려면 솔밭, 숲속, 나무 아래 등의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좋다.
writerHong Eujinn여행 작가
editorKim Minhyung
참고 도서 〈오늘부터 차박캠핑〉 시공사 / ©Stefan Widua,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