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젊은 뇌
뇌는 생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존재한다. 질병과 노화의 극복은 뇌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다.
뇌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 신체·정신·정서적인 것을 모두 통제하는 ‘컨트롤 타워’다. 생명과 직결된 심장박동·혈압·호흡·수면·배고픔·갈증을 통제하며, 무엇을 말하고 선택할지 등의 인지 행동에 관여한다. 시각·청각·후각 등의 감각 정보를 해석하고, 우울·불안 등의 감정도 느끼게 한다. 뇌가 관여하는 영역이 방대하고 복잡하다 보니 뇌 연구는 ‘인류 최종 과제’라 불릴 만큼 늦게 시작됐고,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많다. 인류의 재앙이라 불리는 ‘치매’만 해도 그렇다. 뇌의 노화로 발생하는 치매는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앓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지만 아직 치료 약이 없다. 예방이 최선인데, 전문가들은 평소 뇌 기능을 단련해 노화를 지연시켜야 치매를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엔 노인의 경우 뇌 신경세포가 새로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최근 연구에서 60대 이상 노인의 뇌에서도 새로운 신경세포 연결이 일어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기계를 쓰지 않고 두면 녹슬듯 뇌 신경세포를 새롭게 만들려면 뇌를 많이 써야 한다. 책을 많이 읽고 운동을 쉬지 않으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등 끊임없이 뇌를 자극해주어야 한다.
뇌 구조와 작용 원리
뇌는 몸 전체와 화학적·전기적 신호를 주고받는다. 서로 다른 신호가 서로 다른 프로세스를 제어하고 뇌가 각각을 판단한다.
대뇌는 전체 뇌에서 80%를 차지한다. 가장 바깥 부위는 대뇌피질이다. 대뇌피질은 크게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 측두엽으로 나뉜다. 대뇌 가장 안쪽에 해마·시상하부 등이 있는 부위는 ‘변연계’, 전체 뇌의 가장 안쪽에 있으며 생명을 좌우하는 부위는 ‘뇌간’이라 한다.
뇌간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호흡·혈압·맥박·체온 유지 기능을 담당해 ‘생명의 뇌’라 불린다. 뇌간이 망가지면 뇌사腦死 상태에 빠진다.
대뇌피질은 대뇌 표면을 싸고 있는 1백억~2백억 개 신경세포의 집합이다. 고도의 정신 기능과 창조 기능, 학습과 기억을 관할해 ‘이성의 뇌’라 불린다.
변연계는 흥분, 공포 같은 감정을 주관하고 이 감정을 기억과 연관시켜 불러일으키는 등의 역할을 하므로 ‘감정의 뇌’라 불린다. 변연계에는 기억에 관여하는 부위로 유명한 해마도 포함된다. 온몸을 진두지휘하는 호르몬의 분비를 관장하는 시상하부도 변연계다.
뇌와 몸은 연결돼 있다. 온몸을 도는 혈류가 그 증거다. 동맥경화 등의 이유로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면 치매의 원인이 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같은 독성 단백질이 배출되지 않아 뇌세포가 파괴되고 치매가 생긴다. ‘장뇌축(gut-brain axis)’ 이론이라는 게 있다. 장과 뇌 사이에 신경 회로가 존재한다는 이론인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가 안 되는 것이 대표 사례다.
CHECKLIST뇌 노화 진단하기인지 기능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 자기가 놔둔 물건을 찾지 못한다. □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한다. □ 약속을 하고서 잊어버린다. □ 물건을 가지러 갔다가 잊어버리고 그냥 온다. □ 물건이나 사람의 이름을 대기가 힘들어 머뭇거린다. □ 대화 도중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 반복해서 물어본다. □ 길을 잃거나 헤맨 적이 있다. □ 예전보다 계산 능력이 떨어졌다. □ 성격이 변했다. □ 이전에 잘 다루던 기구 사용이 서툴러졌다. □ 예전보다 방이나 주변 정리 정돈을 하지 못한다. □ 상황에 맞게 스스로 옷을 선택해 입지 못한다. □ 혼자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목적지에 가기 힘들다. □ 옷이 더러워져도 갈아입지 않으려고 한다. RESULT15개 문항 중 6개 이상 해당하는 경우 치매 진단과 검사를 권한다. *출처: 한국판 치매 선별 질문지 KDSQ-C |
뇌 활용도 높이기
플러스 발상을 하면 뇌에서 엔도르핀이 나온다. 엔도르핀이 나오면 뇌세포가 활성화되고 젊은 뇌를 유지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20대까지 성장하고 40대가 되면 서서히 노화한다. 뇌의 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뇌의 부피다. 보통 성인 뇌의 부피는 최대 1,350cc 정도지만 세월이 흐르면 부피가 점점 줄어들어 65세가 되면 20세와 비교해 10% 정도 줄어든다. 나이가 들면서 뇌가 줄어드는 이유는 신경세포 수상돌기가 줄고 신경세포 간의 시냅스 연결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1천억 개가 넘는 뇌 신경세포는 서로 연접하면서 정보 전달이 이뤄진다. 정보 전달이 이뤄지는 지점이 바로 시냅스다. 뇌 기능이 좋다는 것은 시냅스 연결이 잘돼 신경세포 간 네트워크가 잘 작동한다는 것을 뜻한다. 시냅스가 손상되면 연결된 신경세포가 약해지고 파괴되면서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느낀다.
앞에서 언급했듯 과거에는 뇌 성장이 끝난 성인이 되면 새로운 뇌 신경세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 밝혀졌다. 60대는 물론 80대에도 새로운 뇌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다.
POINT 1 뇌 노화를 막는 영양소를 섭취하라
항산화 영양소가 세포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과일과 녹색 채소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루테인과 베타-크립토잔틴, 알츠하이머 같은 병의 발병 위험을 줄이는 오메가 3, 신경세포 기능을 높이는 비타민 B·D군을 섭취하면 효과적이다.
POINT 2 좌·우뇌를 동시에 훈련시켜라
뇌는 구석구석 써야 뇌 기능이 높아지고 뇌 전체가 활성화된다. 이를 위해서는 좌뇌, 우뇌를 동시에 쓰는 훈련을 해야 한다. 좌뇌는 말하고, 읽고, 쓰는 언어적 능력과 계산을 주로 맡는다. 좌뇌를 자극하려면 매일 한자를 공부하거나 일본어·영어·중국어 같은 외국어를 몇 문장씩 외우면 좋고, 전화번호를 중얼거리며 외우는 등의 언어적 암기를 하면 좌뇌가 활성화된다. 시공간 능력과 감정을 담당하는 우뇌를 자극하는 데는 그림 그리기나 색칠하기, 종이접기나 만들기 등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활동이 좋다. 평소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를 외워 부르기를 하면 좌·우뇌가 모두 훈련이 된다. 가사를 외우는 것은 좌뇌, 음정은 우뇌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POINT 3 새롭고 낯선 일을 하라
뇌 기능을 향상시키려면 새롭고 어려운 일에 도전해야 한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좋고 새로운 운동을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 평소 익숙하지 않은 동작을 해보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일에 도전해야 뇌가 자극받아 양쪽 뇌를 동원해 적극적으로 과제를 수행하려 노력한다. 그 순간 스냅스에 변화가 생기면서 뇌가 활성화된다.
똑똑한 뇌를 위해 필요한 영양소
카로티노이드 루테인, 제아잔틴, 베타크립토잔틴 같은 카로티노이드 계열의 항산화 영양소가 뇌 노화로 인한 치매를 예방한다.
오메가 3 DHA, EPA 같은 오메가 3 지방산은 혈류의 흐름을 좋게 해 뇌 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염증 감소에도 도움을 준다.
프로바이오틱스 위장관에서 도파민, 가바, 세로토닌을 포함해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이 잘 생산되게 도와준다.
비타민D 신경세포 기능을 높이고, 우울증 같은 기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칼슘 수치의 완충을 돕는다. 또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에 축적되는 것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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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불러온 뇌 위기
코로나 팬데믹으로 뇌도 타격을 입었다.
브레인 포그, 인지 기능 저하, 우울증 등 뇌 건강이 악화됐다.
브레인 포그는 ‘안개 낀 뇌’라는 뜻으로 질병은 아니지만 뇌 신경의 미세한 염증으로 집중력 장애, 기억력 저하, 피로감, 졸림 등의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최근 국내 연구 팀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걸린 뒤 냄새를 잘 못 맡는 ‘후각 저하’가 있었던 사람의 경우 이후 브레인 포그나 기억력 저하 등 신경학적 후유 증상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브레인 포그 증후군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가장 효과적이다. 우리 몸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노폐물이 생기는데, 운동을 하지 않으면 노폐물 배출이 잘 안 되므로 결국 뇌에 노폐물이 쌓여 염증을 유발한다. 운동을 할 때는 일주일을 기준으로 중강도 운동은 1백50분, 고강도 운동은 75분 이상 과도하지 않게 적절히 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 관리, 담배·술 피하기, 7시간 이상 수면은 기본이다.
코로나 3년간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걱정되는 것은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다. 팝콘 브레인은 스마트폰의 게임·동영상에 자주 노출되어 빠르고 강한 정보에는 익숙하고 현실 세계의 느리고 약한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는 뇌를 말한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정보대학원의 데이비드 레비 교수가 수년 전 처음 주장한 이 현상은 뇌 발달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어린아이에게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 실제로 하루 평균 2~3시간씩 스마트폰 게임에 몰두하는 11세 초등학생과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같은 나이 학생의 뇌 기능을 테스트해보았다. 일정하게 깜빡거리는 불빛과 소리에 맞춰 손뼉을 치거나 발을 구르도록 했더니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는 어린이는 반응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느렸다. 불빛·소리처럼 강도가 약한 시청각 자극에 대한 반응 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팝콘 브레인을 예방하려면 스마트폰에 몰입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특히 청소년은 2시간 이내로 제한해야 하고, 성인도 하루 10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포함한 인터넷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뇌를 활성화하려면 나이가 들어도 사람을 많이 만나고 소통해야 한다. 누군가를 만나 대화하면 뇌 기능 감소에 대한 저항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혼자 외롭게 지내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1.5배 높고, 매일 지인들과 만나는 사람은 치매 발병 위험이 40%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TIP명상이 인지능력을 향상시킨다?
나이가 들면 일반적으로 대뇌피질 두께가 감소한다. 그런데 3년간 매일 꾸준히 명상을 한 사람의 경우 대뇌피질 감소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명상을 오래 해온 사람들은 명상을 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뇌가 더 크고 뇌 기능도 더 잘 발달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명상을 하면 온몸이 이완되면서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돼 스트레스 조절에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는 뇌를 직접적으로 공격한다.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계속 분비돼 기억력에 관여하는 해마를 공격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이유다. APP뇌 훈련을 돕는 애플리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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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Lee Geumsook 〈헬스조선〉기자
editorJoo Hyobin
illustratorKim Jay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