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은 ‘혼자’가 아니다. 요즘 웹소설 제목으로 ‘나 혼자’, ‘나 홀로’ 시리즈가 유행이다. 다른 사람은 갖고 있지 않은 기회와 능력을 가진 사람이 남들을 누르고 쉽게 거대한 성공을 거머쥐는 이야기다. 말 그대로 판타지일 뿐이다. 일찍이 농부 작가이자 사상가인 전우익 선생은 말했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독립은 ‘따로 또 같이’여야 한다. 인간은 강한 유대와 묵직한 관계 없이 온전한 삶을 누릴 수 없다. 외로움은 삶의 의미를 앗아가고 기쁨을 무너뜨리며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외로울 때 우리는 살아도 산 것 같지 않게 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밀란 쿤데라는 말했다. “짐이 무거울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 가까울수록 우리 삶은 더 생생하고 진실해진다. 지상의 존재로부터 멀어진 인간의 움직임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진다.” 우리는 중력의 존재다.
두 발을 땅에 붙인 채 여기 이곳에서, 세상이 주는 온갖 무게를 견디는 과정 자체가 우리 삶의 깊은 비밀을, 즉 풍크툼을 형성한다. 관계의 무게, 사랑의 중력을 벗어던진 자유는 해방이 아니라 무의미일 뿐이다. 좋은 관계엔 큰 지혜가 필요하다. 지나치게 얽매이고 참을 수 없을 만큼 가까운 관계는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까닭이다. 가족이라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발목을 잡아 독립을 꿈꾸기 힘겨운 관계는 가까울수록 오히려 괴롭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관심과 협력 없는 삶은 불행의 지름길이다. 우애 깊은 삶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감정적 지지를 보내주며, 우리 인생에 궁극의 버팀목을 제공한다. 관계의 무게를 받아들이되 주저앉지 않고 직립하고, 넘어지지 않고 아슬아슬 걸을 줄 알아야 한다. 밀접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고, 때로는 무용수처럼 날아올라 춤출 수 있어야 한다. 디딤 발 없는 인생은 무조건 쓰러진다. 단단히 땅을 딛은 다리만이 현실의 중력을 이기고 눈부신 성취를 이룩할 수 있다. 인류 진화의 역사는 ‘혼자’보다 ‘함께’가 장기적 이득이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현명한 둘은 힘센 혼자보다 언제나 강하다. 이 때문에 수많은 영화와 소설은 홀로 떠났다가 좌절하고 실패한 사람이 고향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관계의 마법을회복하고, 사랑의 힘을 되새기며, 인생을 돌아보는 태도 없이 우리는 좋은 삶을 살 수 없다. 슬픔은 나누면 줄어들고, 기쁨은 나누면 늘어난다. 나만의 인생을 살려고 가족을 떠난 우리가 ‘나 혼자 ○○○’보다 연인과 사랑을 나누고 새로운 관계를, 새로운 가족을 이루는 이유다. 미국 경제학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의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에 따르면, 사랑하고 결혼하는 수백만 쌍을 조사한 결과 가족을 이룬 사람들이 비혼, 이혼, 사별 등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보다 만족도가 높고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비혼율이 극적으로 높아지고 자녀 수는 줄고 있으나 가족은 여전히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가장 강력한 입구다. ‘사랑하라, 두려워 말고 가족을 이루라.’ 이것이 행복의 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