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
헌법은 한 사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척도다. 헌법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들을 만나보자.
“역사가 법을 만들고 법이 역사를 만든다”는 말처럼, 특히 헌법은 역사의 물줄기와 밀접한 연관 속에서 만들어졌다. 당리당략에 따라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자주 듣지만, 일상적 삶을 규정하는 일은 없기에 그 가치와 쓸모가 종종 희석되곤 한다. 하지만 헌법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온 역사적 토대와 현시점에서 설왕설래하는 온갖 가치를 이해하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결국 헌법의 가치라는 토대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헌법을 흥미롭게 설명한 다양한 책과 함께 그 세계 속으로 한발 깊이 들어가보자.
헌법의 탄생
차병직 지음 / 바다출판사
헌법 그 자체의 무게에 대하여
차병직 변호사의 <헌법의 탄생>은 세계 여러 나라의 헌법이 탄생한 배경을 설명하며 오늘에 이른 과정을 집요하게 탐구한 책이다. 한국은 물론 헌법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영국과 프랑스, 미국, 독일은 물론 일본, 중국, 북한의 헌법이 탄생한 과정을 담아냈다.
또 라틴아메리카와 이슬람 등 2개의 대륙 헌법이 갖는 함의도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헌법은 “인간이 만든 사회의 최종 질서”와도 같다. 다만 그 탄생 과정은 각 나라와 대륙의 정치·사회 등 다양한 배경 때문에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헌법 정신이 탄생한 곳은 영국이다. 오늘날 헌법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는 <마그나카르타>는 1215년 5월 탄생했는데, “사악하고 탐욕스러워 권모술수에 능했던” 국왕 존을 믿지 못한 귀족들은 템스강이 흐르는 한 초원에서 양피지 문서를 내밀었다. 라틴어로 쓰인 이 문서에는 교회의 자율성, 상인 권리 보장, 성직자와 왕실에 관한 규정 등이 담겨 있었다. 사실 <마그나카르타>는 “정치적 궁지에 몰린 무능력한 국왕을 압박해 귀족들이 자기들의 권리를 확보할 목적으로 얻어낸 약속”임에도 “자유민의 자유와 권리에 관한 규정” 등으로 인해 헌법의 원형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헌법의 탄생은 국가의 탄생과 궤를 같이한다. 성문화된 헌법이 탄생한 최초의 국가인 미국은 “대통령과 대통령제”를 이끌어내면서 현대 거의 모든 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식민지에서 탈피하고자 저항했던 라틴아메리카 여러 나라의 헌법이 투쟁의 산물이라는 것과 ‘신이 만든 법 아래 인간이 만든 헌법’이 존재하는 이슬람 헌법의 역사적 맥락도 자세하게 소개한다.
나라를 막론하고 헌법은 근대에 처음 생겨났다. 저자에 따르면 군주의 주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혁명의 징표”가 바로 헌법이라는 것이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명확히 한 징표가 헌법이지만, 그것만으로 국민의 주권이 완벽하게 지켜지지 않는다. 헌법의 가치와 함의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헌법 그 자체에 대한 신뢰를 새롭게 다져가야 민주주의를 지켜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의 탄생>은 헌법을 통해 세계사의 흐름을 조망하는, 필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지음 / 노르웨이숲
정당한 시민권 보장의 밑거름, 헌법
법학자 윤재왕과 윤지영, 차병직 변호사가 함께 쓴 <지금 다시, 헌법>은 헌법 각 조문에 담긴 의미와 각 조문 사이, 즉 행간에 담긴 사회적 의미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설한 책이다. 헌법은 “한 국가의 상징이자 국정 운영의 구성과 절차를 정의한 실체”다. 당연히 시민의 기본권 보장과 그것의 실현으로 담당하는 권력기관의 설치와 운영을 규정한다. 헌법이 제대로만 작동하면 국민주권, 권력분립, 법치주의가 보장되는 민주공화국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헌법은 권력자가 아닌 시민을 위한 권리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정당한 시민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어렵게만 느껴지는 헌법을 일독할 필요가 있음을 <지금 다시, 헌법>은 내내 강조한다.
헌법의 자리
델리아 오언스 지음 / 살림
공동체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헌법
공동체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헌법 제5대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박한철 동국대학교 법학대학 석좌교수가 쓴 <헌법의 자리>는 국가의 역할과 정치의 본질, 국민의 권리를 포괄하는 헌법의 가치를 다양한 헌법재판 사례를 통해 짚어낸 책이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독점 사건을 통해 평등과 자유의 문제를, 낙태죄 사건을 통해 생명권과 자기결정권 문제를 설명하는 등 우리 사회의 첨예한 난제를 통해 헌법의 가치와 의미를 톺아본다. 저자는 헌법재판을 관장하는 헌법재판소가 정치와 권력기관에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사회 통합의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는 물론 사회적 기본권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길잡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영란의 헌법 이야기
김영란 지음 / 풀빛
헌법 본연의 역할에 대한 고찰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의 <김영란의 헌법 이야기>는 헌법의 탄생 배경과 과정을 통해 법의 지배란 무엇인지, 헌법이 시민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보여준다. 묵직하고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헌법을 설명하기 위해 <로빈 후드의 모험>, <레 미제라블>, <주홍 글씨> 등 다양한 문학은 물론 영화와 예술 작품을 예로 들어 이해도를 높였다. 저자는 헌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을수록 꼭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헌법이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며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최종 결정자”인 “진정한 민주 시민”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writer Jang Dongsuk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출판평론가
intern editorKang Juhee
photographerRyu Ho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