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C DRIVING
짜릿한 자동차 여행의 묘미가 길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다. 여기 담대한 모험 정신과 탁월한 드라이빙 실력이 필요한 로드 트립을 소개한다.
SWISS ALPINE PASS
스위스의 대표적 고갯길 세 구간의 급커브를 통과하며 산악 마을과 알프스의 비경을 거머쥐는 드라이빙 루트다. 남부 티치노주의 아이롤로Airolo를 출발해 생 고타드 패스St. Gotthard Pass를 오르고, 발레주의 푸르카 패스Furka Pass를 달린 후, 베른주의 그림젤 패스Grimsel Pass를 지나 종료한다. 가장 유명한 고갯길은 푸르카 패스다. 영화 〈007 골드핑거〉의 드라마틱한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한 후 전 세계 드라이버들이 푸르카의 커브를 동경하게 된 것. 고갯길은 해발 2,429m까지 오르고, 알프스의 뾰족한 봉우리와 산악 빙하를 한눈에 담는다. 간혹 산비탈을 가로지르는 열차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질주를 펼치면 007 영화의 긴장감이 그대로 전해질 것만 같다. 거리 약 7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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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카 패스의 급커브에 서 있는 호텔 벨베데레Hotel Belve´de`re는 스위스의 아이코닉한 건축물 중 하나다. 호텔은 영업을 종료했지만,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에 나올 법한 건물은 그대로 남아 수많은 SNS 피드에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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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최고의 스키 숙소로 선정되며 럭셔리 알파인 호텔의 계보를 잇고 있는 더 체디 안데르마트The Chedi Andermatt. 알프스 목조 건축에서 영감받은 외관이 인상적이다. 1박 7백50프랑부터. CONTACT www.thechediandermatt.com
THE ATLANTIC ROAD
애틀랜틱 로드는 바다 위를 달린다. 이름 그대로 노르웨이 대서양 연안의 작은 섬과 바위를 연결하는 약 8.3km의 자동차 도로로 8개의 다리와 여러 개의 둑길을 가로지른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가 꿈틀거리듯 수면 위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도로 디자인은 시각적으로도 매우 강렬하다. 계절에 따라 바뀌는 주위 환경은 애틀랜틱 로드를 여러 번 찾게 만드는 요소. 노르웨이 본토에서 아베뢰위Averøy섬까지 창밖으로 펼쳐지는 피오르해안의 절경을 감상하며 즐기는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은 잊지 못할 여행 경험으로 기억될 것이다. 거리 약 8.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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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 끝자락에 아슬아슬하게 설치된 아스케보겐Askeva°gen 전망대에서 대서양의 거친 파도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엘후쇠위아Eldhusøya섬에선 150m 길이의 고가 트레일을 걸으며 ‘세상의 끝자락’을 마주한 듯 독특한 풍광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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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된 어촌의 예스러운 풍광과 오랜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하홀멘 하브스투르Ha°holmen Havstuer에 묵어보길 권한다. 저마다 특색 있게 꾸민 목조 캐빈 객실에서 멋진 바다 전망을 즐길 수 있다. 1박 3천 크로네부터. CONTACT www.haholmen.no
CHIANTI ROAD
넘실대는 구릉을 따라 올리브나무 숲과 포도밭, 돌로 지은 농가 저택과 로마네스크 양식의 소박한 시골 성당,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내는 르네상스 시대의 우아한 빌라와 멋들어진 성채….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상징과도 같은 풍경이다. 그 안에 깃든 문화와 역사를 경험하려는 이들에게 ‘키안티자나Chiantigiana’는 황금 티켓이라 할 수 있다. ‘SR 222’라는 이름의 길을 따라 피렌체에서 시에나까지 달리며 토스카나의 속살을 누벼보자.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동화 같은 마을이 안식처가 되어주고, 키안티 지역 최고의 와인과 미식이 자꾸만 발길을 붙잡는다. 거리 약 7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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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베 인 키안티Greve in Chianti와 판자노 인 키안티Panzano in Chianti에서 지역 장인의 공예품을 구매하고, 자이올레 인 키안티Gaiole in Chianti의 전망 좋은 와이너리에서 키안티 클라시코를 맛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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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나 중심부에 위치한 그랜드 호텔 컨티넨탈Grand Hotel Continental은 16세기 궁전을 개조한 호텔로 오리지널 샹들리에 장식과 프레스코 천장화 등 화려함의 절정을 이룬다. 최근 궁전의 중세 탑 지하에서 13세기 와인 저장고가 발견됐다. 1박 4백50유로부터. CONTACT www.collezione.starhotels.com/en
WILD ROUTE
보츠와나 와일드 루트는 4개의 동물 보호구역을 깊숙이 탐험하며 아프리카 거친 야생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오직 사륜구동 차량으로만 이동 가능하고, 충분한 식수와 먹거리, 비상 연료와 캠핑 장비도 필수로 준비해야 한다. 보호구역에서는 되도록 가이드를 대동해 정통 사파리를 체험하자. 모레미 가메 보호 지역과 12만 마리가 넘는 코끼리 서식지 초베 국립공원(Chobe National Park)에서는 인상적인 야생의 에너지와 마주할 것이다. 거리 약 38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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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방고 삼각주(Okavango Delta)에서 야생동물의 대이동을 목도하자. 경비행기 투어에 참가해 내려다보는 풍경이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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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티 엘리펀트 로지Savute Elephant Lodge에 묵는다면 어디에서나 코끼리 무리와 조우할 수 있다. 1박 4천50달러부터. CONTACT www.belmond.com
RUTA 40
루타 40은 로드 트립의 전설로 꼽힌다. 아르헨티나를 종단하는 이 국도는 11개 주와 20개의 국립공원을 관통하는데, 사막의 비포장도로와 해발 5,000m의 고개를 넘으며 지구상 가장 열악한 환경과 극적인 풍경이 맞물리는 자동차 여행을 경험하게 된다. 황무지 한복판에서 미아가 되지 않으려면 자동차 정비에도 능숙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준비됐다면 일생일대의 루타 40 로드 트립을 떠나보자. 파타고니아의 한복판을 통과해 남쪽의 막막한 해안에 다다르면, 한 편의 자서전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거리 약 5,2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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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하고 울창한 숲이 펼쳐진 곳. 로스 알레르세스 국립공원(Los Alerces National Park)에서 보트 투어로 호수를 가로지르거나, 장거리 하이킹과 캠핑 등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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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 헥타르의 부지를 홀로 지키고 있는 호텔 에올로EOLO의 모든 객실에서 변화무쌍한 파타고니아 대지를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 2박 2천7백 달러부터. CONTACT www.eolopatagonia.com
SEA TO SKY HIGHWAY
시 투 스카이 하이웨이의 여정은 밴쿠버부터 스키 천국으로 유명한 휘슬러 마을까지 이어진다. 대도시의 활기찬 분위기와 로키산맥의 청정 자연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드라이빙 코스. 하늘과 맞닿을 듯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며 바라보는 태평양 바다는 짜릿한 환호성을 올리게 한다. 한 폭의 그림 같은 고속도로 풍경을 눈에 담은 후 대자연이 만든 놀이터로 이동해보자. 스키, 골프, 카야킹 등 다채로운 액티비티 활동을 통해 에너지 넘치는 기운을 얻을 수 있을 것. 특히 암벽 등반과 하이킹의 성지로 불리는 스쿼미시Squamish에 들러 화강암 바위산을 누벼보자. 대자연의 위엄에 넋을 잃을지도 모른다. 거리 약 12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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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쿼미시 인근의 ‘시 투 스카이’ 곤돌라 체험도 빼놓을 수 없는 일정. 산 정상에서 와인 한잔과 함께 감상하는 피오르 해변이 진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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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년에 개장한 로즈우드 호텔 조지아Rosewood Hotel Georgia는 밴쿠버 최초의 럭셔리 호텔. 호화스러운 객실과 다이닝 경험을 선사한다. 1박 5백95달러부터. CONTACT www.rosewoodhotels.com/en
WILD ATLANTIC WAY
아일랜드 서쪽의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드센 파도는 해안을 복잡한 퍼즐 조각처럼 깎 아놓았다. 가파른 절벽과 해변이 어우러지고, 황량한 산줄기 아래 에메랄드빛 호수가 일렁이며, 고개 숙인 수풀 사이로 양 떼의 울음이 들린다. 석기시대 유적부터 할리우드 영화의 배경까지 가야 할 곳이 도처에 있다. 좁고 굽이진 도로에서는 운전 실력을 증명해야 하고, 급변하는 날씨 앞에서는 초연해질 필요가 있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해안 마을의 숙소에 짐을 풀고 현지인과 함께 펍에서 목을 축이는 일도 이 여정의 묘미다. 거리 약 2,6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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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을 향해 솟아오른 모허 절벽(Cliffs of Moher)은 높이 200m에 달하는 해안 절벽이 이어져 숨 막히는 장관을 연출한다. 남서쪽 항구 마을 인근의 스켈리그 마이클Skellig Michael에 들러도 좋다. 영화 〈스타워즈〉의 배경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된 자연의 보고로 청정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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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저택과 수도원을 보수한 럭셔리 숙소 글렌로 애비 호텔Glenlo Abbey Hotel에서 특별한 휴식을 취해보자. 실제 오리엔탈 특급의 객차 2량을 개조해 조성한 레스토랑 풀먼Pullman에서 맛보는 색다른 다이닝 요리도 놓치지 말 것. 1박 5백9유로부터. CONTACT www.glenloabbeyhotel.ie
writer Hur Taewoo〈피치 바이 피치 매거진〉 편집장
intern editor Kang Juhee, Jung Na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