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담은 시계
기능적 측면을 넘어서 하나의 예술품으로 추앙받는 메티에 다르 워치.
숙련된 장인의 손길을 거쳐 탄생하는 장식 예술의 경지를 확인할 시간이다.
하이엔드 워치의 미학을 생각하면 케이스백을 통해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계식 워치의 메커니즘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진정한 하이엔드 워치라면 시계의 기능적 면을 넘어 예술적인 면을 간과해선 안 된다. 메티에 다르 워치는 예술성을 표방하는 워치로 장인들의 손길에서 다채로운 공예 기법을 통해 탄생한다. 오랜 시간 동안 가마에서 여러 번 굽는 과정을 통해 선명한 색을 입힐 수 있는 에나멜링, 작디작은 금속을 조각하는 인그레이빙, 가죽이나 텍스타일을 오차 없이 짜 맞추는 마케트리를 비롯해 모자이크, 젬 세팅, 그래뉼레이션 등 그 기법도 다채롭다. 워치 브랜드에서는 이런 아트피스를 완성하기 위해 예술 공예 장인을 물색하고 이들을 양성하는 데 워치메이킹 못지않게 공들이고 있다. 메티에 다르 워치를 통해 각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살펴보고, 손목 위에서 펼쳐지는 예술의 확장성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살펴보자.
BULGARI
디바스 드림 하이주얼리 워치
주얼러이자 워치메이커인 불가리의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탈리아 남부의 생명력이 넘치는 해양 생물에서 영감받아 마치 아쿠아리움을 손목 위에 옮겨놓은 듯한 돔 글라스가 인상적이다. 그 속에서 아네모네와 반짝이는 조개 그리고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물고기가 유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찬란한 수중을 표현하기 위해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파라이바 투르말린, 블루와 핑크 사파이어, 루비, 루벨라이트, 에메랄드, 만다린 가넷 등 진귀한 보석을 사용했고 하이주얼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불가리의 기술력과 독창성을 집약했다.
PIAGET
알리투라 워치
칼세도니, 소달라이트, 피터사이트, 블랙 오팔 등 각양각색의 스톤을 다이얼에 짜 맞춘 피아제의 메티에 다르 워치. 이질적 소재를 사용해 불규칙하게 조합한 모자이크 다이얼에서 브랜드의 실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한 이 워치는 자연의 다면적 모습을 담고자 했으며, 베젤에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다이얼을 돋보이게 강조했다. 인하우스 무브먼트 430P 울트라 신 핸드 와인딩 무브먼트를 탑재해 워치메이킹의 노하우까지 담았다.
VACHERON CONSTANTIN
메티에 다르 레전드 오브 차이니즈 조디악-용의 해&트리뷰트 투 익스플로러
바쉐론 콘스탄틴은 에나멜링과 인그레이빙 장인의 기술을 결합한 메티에 다르 워치 컬렉션을 내놓았다. 먼저 메티에 다르 레전드 오브 차이니즈 조디악의 끝을 알리는 용의 해 에디션은 딥 블루 컬러의 그랑 푀 에나멜 다이얼 위에 장인이 조각한 용을 얹었고, 생동감을 주기 위해 몸통에만 3백 개의 비늘을 장식해 인그레이빙 장인의 기술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메티에 다르 트리뷰트 투 익스플로러 내추럴리스트는 비글호에 승선했던 19세기 자연주의자들의 모험에서 영감받아 탄생했으며, 이들의 여정을 마스터 장인의 손을 빌려 4개의 워치 에디션으로 내놓았다.
1 메티에 다르 레전드 오브 차이니즈 조디악-용의 해.
2 메티에 다르 트리뷰트 투 익스플로러 내추럴리스트 카보베르데.
A. LANGE&SÖHNE
1815 라트라팡테 퍼페추얼 캘린더 한트베르크스쿤스트
다이얼에 에나멜 아트와 인그레이빙을 결합한 최초의 시계다. 먼저 양각으로 별 모양을 인그레이빙하고 그 위에 딥 블루 에나멜을 칠해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다이얼에 담았다. 크리스털 케이스백을 보호하는 큐벳에는 달을 테마로 양각과 트렘블라주 인그레이빙 기법(특수한 끌로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긁어내는 양각 기법)을 적용해 달의 여신 루나를 세공했다. 또 시계의 심장인 무브먼트에도 예술적인 장식을 가미했는데, 오퍼레이팅 레버, 크로노그래프 브리지 등에 별 모티브를 인그레이빙한 것. 워치의 앞면과 뒷면 그리고 캡에까지 메티에 다르 터치를 더한 셈이다.
VAN CLEEF & ARPELS
레이디 아펠 카디널 카민 워치
반클리프 아펠은 동식물의 아름다움과 자연에 대한 찬사 그리고 사랑을 주제로 미학적인 워치메이킹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다이얼 속 색과 소재의 대비가 특징인 이 워치는 매혹적인 홍관조를 손목 위에 담았다. 활기찬 날갯짓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 깃털을 미니어처 기법으로 구현했고, 하늘에서 바라본 듯한 푸른 대지는 와이오밍 제이드, 제이다이트, 바리사이트 등의 하드 스톤을 상감세공해 디테일을 살렸다. 케이스백에는 또 하나의 새를 양각으로 새겨 반클리프 아펠의 서정적 스토리를 연상시킨다.
JAEGER-LECOULTRE
리베르소 원 듀에토 주얼리
1931년 출시한 리베르소 워치는 직사각형 케이스를 회전시키는 독창적 실루엣으로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그 뒤 양면에 다이얼을 적용할 만큼 워치메이킹이 발전했고, 여기에 발맞춰 미적 코드를 추가하며 다양한 라인업을 완성했다. 그 가운데 하이주얼리와의 조화가 돋보이는 리베르소 원 듀에토 주얼리는 총 7백19개의 다이아몬드를 아틀리에 장인이 직접 세팅해 하이주얼리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그레인 세팅한 3백35개 다이아몬드를 케이스에서 볼 수 있으며, 브레이슬릿에도 다이아몬드 3백84개를 장식해 찬란한 광채를 선사한다.
CHOPARD
임페리얼 컬렉션
“매일 아침 태양이 연꽃 화관에서 솟아올라 밤이 되면 연꽃잎으로 돌아간다”는 이집트의 전설에서 영감받아 탄생했다. 자연의 섭리를 시계로 옮기기 위해 보석 장인은 윤리적으로 채굴한 18K 로즈 골드로 연꽃 모양을 세공했다. 채움과 비움의 미학이 돋보이는 기술로 연꽃을 완성하고 그 아래 회전 디스크를 매치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늘이 바뀌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회전 디스크에는 금가루로 별을 표현하고 정교한 청색 래커 칠을 더해 시간의 흐름을 시적으로 표현했다.
CARTIER
메티에 다르 워치 컬렉션
라쇼드퐁에 메종 데 메티에 다르는 예술 공예가 사라지는 것을 막고 잊힌 오래된 기법을 개발하기 위해 까르띠에가 만든 곳이다. 이곳에서는 아주 작은 크기를 적용해야 하는 예술 공예에 초점을 맞춰 금속을 활용한 필리그리부터 800℃가 넘는 고온에서 굽는 에나멜링, 여러 조각을 정교하게 구성하는 마케트리 등 다양한 기법을 연구하고 재현하며 워치메이킹을 미학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까르띠에는 이곳 장인의 노력으로 해마다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잇는 메티에 워치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2022년 선보인 크래시 티그레 워치는 아프리카 야생동물의 생명력을 전하고자 최고 수준의 에나멜 기법을 적용했다. 다이얼부터 베젤까지 이어지는 에나멜은 반투명 또는 불투명하게 표현하기 위해 고온의 화덕에서 10번 이상 굽는 과정을 반복한 끝에 자연스러운 그러데이션 컬러로 탄생했다.
1 샹트베 에나멜로 팬더를 표현한 끌레 드 까르띠에 워치.
2 스톤 모자이크 다이얼이 돋보이는 산토스 뒤몽 워치.
3 그러데이션 에나멜링이 돋보이는 크래시 티그레 워치.
BREGUET
클래식 미닛 리피터
미니멀한 다이얼이 특징인 클래식 미닛 리피터는 메티에 다르 워치의 고정관념을 깨는 현대미술 같은 발상이 돋보인다. 현란한 기법으로 이목을 끄는 대신 원초적 접근으로 궁금증을 유발한다. 흑연의 어둠과 같은 블랙 다이얼은 소수 장인만이 구사할 수 있는 그랑 푀 에나멜 기법을 적용했고, 한 겹씩 칠할 때마다 굽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원하는 색을 끌어냈다. 또 시계 뒷면의 크리스털 케이스백을 통해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데, 수작업 디테일을 장식해 시계 앞·뒷면이 다른 반전미를 선사한다.
1 기요셰 다이얼이 특징인 클래식 투르비용 퍼페추얼 3797.
2 클래식 미닛 리피터.
3 사파이어 크리스털 백케이스를 통해 감상할 수 있는 수공 무브먼트.
editor Lee Min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