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창, 수학
수학은 세상을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다. 수학의 참모습을 전해주는 책들을 만나보자.
‘수포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학은 어렵기만 한 그 무엇이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개념조차 해독할 수 없고, 각종 수식 혹은 공식으로 가득한 수학은 많은 사람에게 유행가 가사처럼 ‘가까이할 수 없는 당신’인 셈이다. 그럼에도 수학은 일상 곳곳에 존재하며 우리 삶에 다양한 영향을 준다. 손안의 세상 스마트폰이 작동하는 기본 원리도 수학에서 나온 것이고, 성큼 다가온 것만 같은 우주여행도 수학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수식이 아닌,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수학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책을 만나보자.
수학의 위로
마이클 프레임 지음 / 디플롯
비탄을 잦아들게 하는 위로의 수학
미국 수학자 마이클 프레임의 <수학의 위로>는 숫자와 공식만 난무할 것 같은 수학의 다양한 개념을 통해 인간 삶의 단면, 즉 상실과 부재의 경험에 위로를 더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모순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인간의 삶과 그 안을 부유하는 여러 가지 아픔을 수학이라는, 일종의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해보자고 권한다. 한마디로 수학의 위로이자 위로의 수학인 셈이다.
저자는 점, 선, 면을 기초로 하는 기하학을 언급하면서 비탄(grief)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비탄은 그저 단순한 슬픔이 아니다. 슬픔은 곧 잊힐 수도 있지만, 비탄은 마음에 깊은 자국을 남긴다. 저자에 따르면 비탄은 ‘돌이킬 수 없고, 엄청난 무게를 지니며, 초월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저자에게 어머니의 죽음이 그랬다. 나이 지긋한 노교수임에도 어머니의 죽음은 평생 잊히지 않는 비탄이었다. 저자는 그때 수학이 적잖이 위로가 되었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이를 돌이킬 수 없이 잃는 참담한 순간에, 나는 어떤 평행 우주나 어떤 먼 미래에 비탄의 불길을 누그러뜨릴 방법을 찾은 또 다른 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좀 위안을 얻었다. … 하지만 아마 언젠가는 내가 그 사람이 될 것이다. 또는 당신은 또 다른 자신이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아주 유용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비탄은 소멸을 전제로 하는 모든 생에게는 필연적인 일이다. 하지만 사랑과 결부되어 있어 우리 삶에 더 큰 영향을 준다. 삶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우리 삶의 점과 선, 면에 포진해 있고, 그 요소들의 결합으로 사랑이 완성된다. 사랑의 자리 끝에 비탄이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꼭 기하학일 필요는 없다. 삶의 여러 자리에는 우리에게 조용히 위로를 건네는 것이 무수히 많다. 소설, 영화, 체스, 요리, 춤 등.
물론 비탄에 너무 오래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 저자는 아이들과 함께 퍼즐을 맞추거나, 나무 장난감을 만들어주는 이웃의 모습을 상상하며 비탄에서 조금씩 벗어났다. 그리고 말한다. 비탄은 타인을 도울 수 있는 행동으로 자신의 삶을 내줄 기회를 제공한다고. “고통에 대한 최선의 해답은 이것일 수도 있다. 비탄은 우리에게 대담한 걸음을 뗄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수학은 어떻게 문명을 만들었는가
마이클 브룩스 지음 / 브론스테인
인간의 문명과 역사를 이끈 수학
영국의 과학 작가 마이클 브룩스의 <수학은 어떻게 문명을 만들었는가>는 문명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수학의 역할에 대해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서구 열강이 배를 타고 세계를 정복한 배경에는 기하학 등 각종 수학 원리를 몸으로 체득한 선원들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또 한국 상인이 현대의 회계장부 기록법인 복식부기를 가장 먼저 사용했다는 점도 밝힌다. 11세기 중국·아라비아 상인과 교역하던 한반도의 상인은 ‘개성부기’라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이것이 바로 인류 최초의 복식부기라는 것이다. 저자는 수학 지식을 바탕으로 한 문명의 태동과 발전 등을 유려한 문장으로 설명하면서, 수학의 쓸모가 무궁무진함을 밝힌다.
수학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
오구리 히로시 지음 / 바다출판사
아버지가 딸에게 들려주는 수학으로 세상 읽는 법
일본의 물리학자 오구리 히로시의 <수학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은 딸에게 수학을 통해 세상 읽는 방법을 전해주는 책이다. 수학은 어려운 수식이 아니라 일상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소수는 인터넷 쇼핑이나 결제를 할 때 암호 시스템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다. 삼각형과 원, 지수와 로그, 미분과 적분 등 무의미해 보이는 기호와 도형도 삶 도처에 뿌리내리고 있다. 저자는 수학 공부가 “말할 수 없었던 것을 말하고 풀 수 없었던 문제를 풀 수 있는” 언어를 얻은 것과 같다고 말한다. 사물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만든 언어가 바로 수학인 셈이다. 저자는 어려운 수식이 아닌 평이한 말로 수학과 세상의 함수를 오롯이 전한다.
미술관에 간 수학자
이광연 지음 / 어바웃어북
수학과 명화에 담긴 새로운 상상력
수학자 이광연의 <미술관에 간 수학자>는 복잡한 수식 없이 명화名畵에 숨겨진 수의 원리를 파헤치며 수학적 지식을 넓혀주는 책이다. 화가들은 점, 선, 면은 물론 원근과 대칭의 원리를 활용해 그림을 그렸는데, 그 모든 것에 수학적 지식이 담겨 있다.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원근법을 이용한 착시를 통해 “평행선은 서로 만나지 않는다”는 유클리드기하학을 반박했다. 그런가 하면 르네상스 미술의 대가로 불리는 알브레히트 뒤러는 “나는 수數를 가지고 남자와 여자를 그렸다”고 할 정도로 황금비에 정통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수학자는 화가”라고 하는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수학과 명화에 담긴 새로운 상상력을 만날 수 있다.
writer Jang Dongsuk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출판평론가
intern editorKang Juhee
photographerRyu Ho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