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며 읽는 책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2023년을 빛낸 책과 함께 영혼을 살찌울 양서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2023년에도 수많은 책이 출간되었고, 독자의 손에 들렸다. 읽는 기쁨을 누린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자부심이 묻어나고, 책에서 얻은 것을 삶으로 살아내고자 애쓰는 이들의 마음에는 큰 기쁨이 쌓였을 것이다. 올해 출간된 책 중 많은 독자의 관심과 사랑을 받은 6권의 책을 소개한다. 현대사회의 병폐를 가감 없이 지적한 책과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담은 책은 물론 소설과 에세이, 과학 서적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한 권의 책이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하루하루 삶의 자양분을 쌓아가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다. 이 사실만큼은 변함없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지음 / 어크로스
스마트폰이 현대인의 집중력을 빼앗아간다는 보고는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영국의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는 멀티태스킹과 만성적인 스트레스, 과각성 상태, 테크 기업의 전방위적 감시 등이 우리의 집중력을 해친다고 지적한다. 반면 수면 시간, 소설 읽기, 몰입의 순간, 영양가 있는 음식 등은 너무 적어서 문제라고. 저자는 몰입의 경험과 함께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끝내주는 인생
이슬아 지음 / 디플롯
이슬아 작가의 에세이 23편을 담은 산문집. 삶은 고난과 고생의 연속이지만, 기어코 끝내주는 인생을 살아내겠다고 다짐하는 순간, 우리 앞에 눈부신 앞날이 펼쳐진다.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우리가 알아온 모든 사람이 그런 삶을 살아냈고, 살아가고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풀어낸다. 담백하게 써 내려간 그녀의 글은 사진작가 이훤의 사진과 어우러져 단아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동네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0년 펴낸 중편을 43년 만에 장편소설로 새롭게 선보인 작품이다. 고교생 에세이 대회에서 만난 남고생 ‘나’와 여고생 ‘너’. 그런데 소녀는 갑자기 사라져버리고, 소년은 언젠가 소녀가 말한 “견고하고 높은 돌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미지의 도시로 향한다. 중년이 된 그 앞에 나타난 또 다른 세계는 진실과 허구란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 등 실존을 묻는 질문으로 가득하다.
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 피카
누구에게나 인생은 낯설다. 프랑스 철학자 로랑스 드빌레르는 그 낯선 인생을 제대로 항해하려면 바다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해는 바다에서 뜨고 지며, 생이 시작되는 곳이자 끝나는 곳도 바다다. 때로 고요하지만, 거침없는 물결은 모든 것을 삼키기도 한다. 저자는 아무리 작아 보이는 일일지라도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면서 “삶을 직접 조종하는 선장”이 될 것을 권한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김상욱 지음 / 바다출판사
물리라는 사실적 세계를 통해 인간 존재의 당위성을 밝히는 책. 저자는 원자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물리에 한정 짓지 않고 다채로운 사유를 펼쳐낸다. 윤동주의 시집 제목에서 따온 주제, 즉 하늘에서는 우주와 법칙을, 바람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별에서는 물질과 에너지를 탐색한다.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보는 우리네 이야기는 지금을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과학 교양서이자 삶의 지침서가 될 것이다.
로마 이야기
줌파 라히리 지음 / 마음산책
로마를 배경으로 한 9편의 단편을 엮은 소설집. 정착해 살고 있음에도 마음의 뿌리는 내리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인도계 미국인으로 이탈리아에 정착해 작가로 살면서 느낀 남다른 정체성을 미학적으로 구현했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나라지만 온갖 차별과 혐오에 이방인은 숨죽인 채 살아가야만 했다. 존재 자체로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에게 울림을 주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writerJang Dongsuk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출판평론가
intern editorKang Juhee
photographerJung So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