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 영화처럼
〈마션〉 속 화성을 닮은 붉은 사막
WADI RUM
요르단 남쪽 와디럼은 여행자를 화성의 복사판 같은 장소로 안내한다. 영화 〈마션〉(2015)의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가 바라보던 바로 그 붉은 사막의 풍경 속으로 말이다. 아라비아 유목민의 땅이었던 이곳은 20세기 초부터 탐험가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오늘날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세계적 명소가 되었다. 이제 와디럼에서는 표류한 우주 비행사처럼 외로울 일은 없다. 알 하사니 듄스Al Hasany Dunes, 지혜의 일곱 기둥(Seven Pillars of Wisdom) 등 영화에 등장한 불가사의한 자연을 배경으로 숱한 모험의 세계가 열리니까. 지프와 낙타를 타고 단체로 붉은 사막을 탐험하거나, 암벽등반이나 트레킹, 열기구 비행에 참가해 아드레날린을 뿜어내보자. 해가 진 후에는 베두인Bedouin족의 전통 캠프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며 고요히 잠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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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시티 캠프Sun City Camp는 〈마션〉의 화성 기지를 모티브로 세운 글램핑 숙소다. 돔형 구조의 독채 객실은 에어컨 등 편의 시설과 개별 테라스를 갖췄고,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CONTACT www.suncitycamp.com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 신비로운 중세 마을
SIRMIONE
1983년 어느 눈부신 여름날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8). 열일곱 소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와 스물넷 청년 올리버(아미 해머)가 함께한 단 한 번의 여름이 우리에게 아름답고 아련한 기억으로 남는 데는 이탈리아의 반짝이는 한여름 풍경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두 주인공이 처음 서로에 대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시르미오네는 유럽인이 사랑하는 호반 휴양지답게 영화 속에서 보석처럼 빛난다.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서 생긴 가르다호(Lago di Garda)를 배경으로 풋풋한 두 주인공처럼 투명한 호숫물에 발을 담그고 기원전 1세기경 세운 고대 로마의 별장 카툴루스 동굴(Grotte di Catullo)을 탐험해보자. 반도 끝자락을 감싼 자메이카 해변(Spiaggia Giamaica)에서 일광욕을 즐긴 뒤 아쿠아리아 천연 온천수(Aquaria Thermal Spa)에 몸을 담그고 이탈리아식 사우나까지 체험하면 여행을 완벽히 마무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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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저택에 들어선 빌라 코르티네 팰리스 호텔Villa Cortine Palace Hotel은 탁 트인 전망과 프라이빗한 휴식을 동시에 선사한다. 분수와 조각상, 산책로가 어우러진 5헥타르 규모의 공원이 호텔을 감싸며, 빈티지한 매력을 간직한 객실에서는 가르다호가 한눈에 담긴다.
CONTACT www.hotelvillacortine.com
〈인터스텔라〉의 얼음 행성
VATNAJÖKULL
회색 바다 위로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고, 발을 딛는 모든 장소가 얼어붙은 행성. 〈인터스텔라〉(2014)의 우주 비행사가 착륙한 외계 행성들은 지구인의 상상을 뛰어넘어야 했다. CG 사용을 극도로 절제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이런 자연환경을 어디에서 찾을지 고심했을 터. 다행히 아이슬란드 스카프타펠 국립공원의 초현실적 풍경이 그의 기대를 만족시켰다. 〈인터스텔라〉의 외계 행성 장면은 대부분 아이슬란드 바트나예퀴들 국립공원에서 촬영했다. 12,000km2에 달하는 거대한 공원에는 빙하와 얼음 동굴, 깎아지른 폭포와 굽이치는 협곡 등 드라마틱한 풍경이 가득하다. 영하 80℃에 육박하는 끔찍한 얼음 행성을 촬영한 스비나펠스예퀴들Svl´nafellsjo¨kull 빙하 위를 걷고, 1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얼음이 떠다니는 해안을 산책하면 이 행성의 비밀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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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호텔 글레이셔 라군Fosshotel Glacier Lagoon은 바트나예퀴들의 아득한 풍경 속에 천연덕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스카프타펠Skaftafell 폭포, 예퀼사우르들론Jo¨kulsa´rlo´n 빙하, 스비나펠스예퀴들 등 주요 명소와 가깝고, 모던하고 환경친화적 객실과 스파 시설을 갖췄다.
CONTACT www.islandshotel.is
〈레버넌트〉 속 캐나다의 장엄한 대지
KANANASKIS
서부 개척 시대의 냉혹함을 다룬 스토리처럼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는 90%가 넘는 분량을 거친 야외 장면으로 채웠다. 영화 속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휘젓고 다니던 주요 무대는 캐나다 앨버타Alberta주의 카나나스키스. 로키산맥의 대표 관광지 밴프Banff와 대도시 캘거리Calgary 사이에 있는 이곳은 서부 개척 시대의 자연을 간직한 곳이다. 침엽수가 빽빽하게 우거진 숲, 로키산맥의 한껏 굽이치는 봉우리와 계곡, 영화에도 종종 등장한 보강Bow River의 때 묻지 않은 풍경 덕분에 현지인은 카나나스키스를 마음의 안식처로 여기곤 한다. 휴양 로지의 아늑한 벽난로 앞에 앉아 체스를 두다가 가죽 부츠를 신고 밖으로 나가 곰과 엘크 같은 동물이 어슬렁거리는 숲에서 야생을 만끽해보자. 인근의 밴프나 캔모어Canmore에 있는 멋진 호텔과 다이닝 레스토랑을 들락거리며 오랫동안 로키의 매력에 빠져보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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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 호텔Fairmont Banff Springs Hotel은 로키산맥을 앞마당으로 둔 유럽의 고성과 같은 곳이다. 1백2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하고, 천연 야외 온천과 골프 코스를 포함한 다양한 휴양 시설을 구비했다.
CONTACT www.fairmont.com/banff-springs
〈007 스카이폴〉의 광활한 자연
SCOTTISH HIGHLANDS
자욱한 안개 사이로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낸 황무지와 무뚝뚝한 봉우리. 마치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 황량한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의 풍경은 007 시리즈에 등장한 그 어느 곳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정체성의 위기를 마주한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의 심경을 그보다 더 잘 대변할 수는 없었으리라. 극 중 본드가 유년 시절을 보낸 스카이폴 로지Skyfall Lodge가 자리한 글렌코Glencoe는 화산 폭발로 형성된 골짜기다. 스코틀랜드의 웅장하면서도 거친 자연을 마주하려는 등반가와 하이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A28 도로를 따라 글렌코를 가로지르는 드라이브는 가장 클래식한 하일랜드 여행의 백미로 손꼽힌다. 드라이브 마니아라면 본드가 ‘애스턴마틴 DB5’를 타고 달리던 글렌 에티브Glen Etive가, 위스키 마니아라면 오반Oban과 벤 네비스Ben Nevis, 달위니Dalwhinnie 등 글렌코 주변에 퍼져 있는 위스키 양조장이 여행의 흥을 더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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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에 지은 대저택을 개조한 글렌코 하우스Glencoe House는 하일랜드의 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사랑스럽게 복원한 8개의 고전적인 스위트와 약 40,000m2에 이르는 멋진 정원을 갖췄다.
CONTACT www.glencoe-house.com
〈피아노〉의 음악이 흐르는 바닷가
KAREKARE BEACH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은 피아노 연주와 매혹적인 뉴질랜드의 자연이 스크린에 펼쳐지는 영화 〈피아노〉(1993). 주인공 에이다(홀리 헌터)의 피아노가 덩그러니 놓인 막막한 해변은 실제로 뉴질랜드 북섬의 카레카레Karekare에서 촬영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잿빛 해변을 감싼 물안개와 빗방울, 그리고 파도가 섬세한 선율처럼 몰려와 신비로움을 자극한다.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에서 차로 1시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에 주말 휴양지로 유명한데, 〈피아노〉를 촬영할 당시의 고요한 풍광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그대로다. 해변 뒤편으로 펼쳐진 와이타케레산맥(Waitakere Ranges)의 하이킹 트레일에 오르면 오클랜드 카레카레를 포함한 서부 해안의 시원한 장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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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오클랜드SO/Auckland는 다소 심심했던 오클랜드의 호텔업계에 힙한 디자인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곳이다. 로비부터 화려한 디자인으로 치장했고, 와이테마타 항구(Waitemata Harbour)를 내려다보는 멋진 바다 조망을 자랑한다.
CONTACT www.so-hotels.com
writerHur Taewoo 〈피치 바이 피치 매거진〉 편집장
intern editorKang Ju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