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여는 희망 메시지
새로운 시작, 모두의 힘찬 출발을 응원하는 긍정 에세이.
나와 타인을 번역한다는 것
줌파 라히리 지음 / 마음산책
해가 지고 해가 떠오르는,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지만 새해의 해를 맞이하는 일은 경건하기까지 한 의식과도 같다. 그 새로운 해를 마주하며 사람들은 소망 혹은 희망을 기원한다.누군가는 건강을, 어떤 이는 대박을, 또 다른이는 소박한 나날을 꿈꾸기도 한다. 희망은 이처럼 마음자리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여기새해를 맞아 희망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소개한다.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우리 모두의희망이 전부 이뤄지기를 소망하면서!
“인도계 혈통으로 런던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한”, 지금은 이탈리아 로마에 거주하면서 이탈리아어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줌파 라히리의 나와 타인을 번역한다는 것은 번역이라는 일이 삶과 어떻게 직조되는지 보여주는 시적 에세이다. 저지대 등의 작품을 통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가지만, 줌파 라히리는 모국어라 할 수 있는 벵골어도 아니고, 태어나면서부터 사용한 영어도 아니라 이탈리아어로 ‘달아나는 도전’을 감행한다. “왜 이탈리아어인가요?”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자유로움을 느끼기 위해”라는 간단한 대답을 되풀이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내가 출발한 하나의 은유가 다른 은유로 이어지고, 다시 거기서 또 다른 은유가 이어졌다.”
“더디지만 꿋꿋하게”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글을 쓰는 과정은 그에게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을 찾는 일이었다. 물론 새로운 언어로 작품을 쓴다고 해서 거기에 통달한 것은 아니다. 그는 “이탈리아어에 접목돼 있는 지금도” 걱정스럽다고 말한다. 결국 “이 접합을 더 단단히 하기 위해” 사전을 끼고 살고, 공책에 새 단어를 적고, 못 알아듣는 단어가 있으면 친구의 말을 끊는 일도 잦다. “안정적으로 접목돼 있지 않으면 파열이 일어날까 봐 불안”하지만, “문을 열려고, 다르게 보려고, 나 자신을 다른 존재에 접목해보려고” 하는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어쩌면 줌파 라히리는 언어 혹은 그것이 무엇이든 갈라진 틈에 서서 둘 사이를 잇고자 하는 희망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번역을 일러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변환”이라고 말한다. 단지 말이나 문자를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과 글을 쓰는 사람들의 삶과 역사, 문화 같은 것들이 함께 번역되기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번역은 “계속해서 현재의 요구에 적응”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독자에게 도달하는 것, 동시대 청중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번역의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이다.
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아어로 작업을 이어가며 번역이라는 현상에 천착하는 이유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인식, 즉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탈리아어는 나에게 제2의 삶, 또 다른 인생을 안겨주었다”고 말하며 글쓰기와 번역에 관해 보인 그의 집요한 성찰은 결국 새로운 삶에 적응하고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희망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류이치 사카모토 지음 / 위즈덤하우스
시간의 유한함에 맞서 남긴 예술
2023년 봄, 세상을 떠난 일본의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2022년 7월부터2023년 2월까지 일본 문예지 <신초>에 그가 연재한 칼럼을 엮은 책이다. 특별 부록으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일기 일부도 함께 수록됐다. 2014년 중인두암에 이어 2020년 직장암이 재발했음에도 그의 창작 의욕은 꺾이지 않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동시에 삶의 희망도 놓지 않았다. 영화 <마지막 황제>, <레버넌트> 등의 작품을 통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그는 섬망 증세에 시달리는 투병 생활 중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명징한 음악을 찾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결국 예술을 통해 시간의 유한함과 생의 소중함, 무엇보다 삶의 희망을 밝게 드러냈다.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한동일 지음 / 이야기장수
나를 일으킨 단 한 줄의 희망
한국인 최초로 로마 교황청 대법원 변호사가 된 한동일의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은 가장 어려운 시절에 붙잡은 한 줄의 라틴어 문장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책이다. 운명에 지지 않고 운명을 가지는 자의 문장, 절망의 한복판에서 새기는 희망의 문장,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나를 흔들어 깨운 새벽의 문장,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한 최후의 문장 등 7개의 주제로 나눠 자신의 “생의 응원가이자 반딧불이 되어준 라틴어 문장들”을 소개한다. “벡사티오 스토리아 피아트Vexatio storia ) at, 아픔이 스토리가 되게”라는 문장에서 보듯 “아픔이 숙성되어 스토리가 되면 한 사람의 생을 증언하는 역사가 된다”며 우리네 인생이 곧 희망임을 오롯이 전한다.
인생은 순간이다
김성근 지음 / 다산북스
삶이라는 타석에서 지켜온 철학
‘야신’이라 불리며 82세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는 야구 감독 김성근의 에세이. 야구를 통해 배운 삶의 지혜와 인생 조언을 담은 책이다. 사람들의 추켜세움과 달리 야구에 신 같은 것은 없다며 자신 역시 아직 야구를 모른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매 순간에 한 결정과 행동이 쌓이고 쌓여 인생이 되는 것처럼 단 한순간도 허투루 보내선 안 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강조한다. 20대 초반 혈혈단신으로 조국에 돌아와 조롱받으면서도 자신만의 야구를 추구하며 프로 통산 1천3백84승을 이뤄낸 명장임을, 그는 오히려 소소한 삶의 지혜를 통해 들려준다. “도전할 수 있는 발상, 도전하는 행동, 도전을 계속하는 힘, 도전하는 열정”이야말로 삶에 희망의 근거가 될 수 있음을.
writerJang Dongsuk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출판평론가
intern editorKang Juhee
photographer Ryu Ho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