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부르는 예술서
초록이 움트는 계절에 함께하고 싶은 봄을 닮은 예술서.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데이비드 호크니, 마틴 게이퍼드 / 시공아트
봄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하여 봄의 아름다움은 화가들에게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찰나의 시간일 수밖에 없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혹은 순식간에 지나가는 봄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담아, 봄을 그린 예술가들의 작품이 수록된 책들을 소개한다.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부터 한국 현대사의 물줄기를 판화에 담아내고 있는 판화가 이철수, 평생 무명이었으나 이제는 캐나다 국민 작가로 불리는 모드 루이스 등의 작품이 담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절로 마음이 따뜻해지리라 믿는다.
봄을 기다리는 거장의 성실함
‘시대와 함께 숨 쉬는 예술가’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와 미술 평론가 마틴 게이퍼드가 예술이라는 진중한 주제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직면한 어려움을 감당하며 데이비드 호크니가 선택한 주제는 ‘봄’이다. 2019년부터 프랑스 노르망디의 한적한 마을에 머물면서 창작 활동에 매진한 호크니는 자연의 변화만큼 신비로운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어쨌든 시간은 흐르고 봄은 온다면서, 모든 인생이 겪고 있는 어려운 시간도 잦아들고 봄날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한다.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호크니의
사진부터 간단한 스케치, 흔하지만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담아낸 작품까지, 읽는 재미와 함께 눈이 호강할 수 있어 손길이 가는 책이다.
호크니가 영국 런던을 떠나 노르망디로 이주한 이유는 ‘빛’ 때문이었다. 대담집의 화자 마틴 게이퍼드는 “미술가들에게 빛은 여행을 위한 최고의 이유가 된다”고 말하면서 슬며시 고흐의 이야기를 덧붙인다. “반 고흐를 남쪽 아를로 유혹한 것은 프로방스의 태양이었다.” 노르망디 여행길에서 호크니는 “순간적인 충동으로 집을 구입하기로 결심”했고, 2019년 봄을 그곳에서 맞이했다. 호크니는 노르망디에 대한 기대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노르망디는 훨씬 다양한 꽃이 핍니다. 사과꽃, 배꽃, 벚꽃뿐 아니라 야생 자두나무, 산사나무도 있죠. 그래서 나는 무척 기대가 됩니다.”
거장 호크니의 삶은 단순하고 소박했다. 오히려 그 모습이 거장임을 증명하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해가 뜨면 일어나 작업을 시작하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들었다. 지인들이 오면 차 한 잔의 여유와 함께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60년 넘게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화가임에도 호크니를 호크니답게 만든 것은 그 성실함이었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나는 항상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늘 그림을 그리고 싶었죠. 나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 나의 직업이라 생각하고 60년 넘는 시간 동안 그 일을 계속해왔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호크니의 작품 외에도 그에게 영감을 주었던 피카소, 고흐, 모네 등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시공을 초월해 만난 거장들의 모습과 호크니의 모습을 견주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묘미 중 하나다. 호크니의 예술적 시선을 더욱 세심하게 관찰하고 싶
다면, 현재 라이트룸 서울에서 진행 중인 미디어아트 전시 <David Hockney: Bigger&Closer(not smaller&further away)>도 함께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호크니의 60여 년 예술 세계를 총망라한 전시로 사진, 회화, 오디오 비주얼을 감상할 수 있으며, 호크니가 직접 기획에 참여해 더욱 의미 있다.
전 지구를 휩쓴 최악의 팬데믹 속에서도 호크니는 스스로의 자리에서 묵묵히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그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책 제목처럼,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내 사랑 모드
랜스 울러버 / 남해의봄날
모드 루이스의 눈으로 바라본 찬란한 계절
캐나다에서 가장 사랑받는 국민 화가 모드 루이스의 생애를 기록한 최초의 책이다. 캐나다의 한 시골에서 평생을 살아온 모드 루이스는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하지만 어둡고 초라한 오두막에서 30년 넘게 그려낸 아름다운 그림들은 이제 캐나다 국민은 물론 세계 곳곳 사람들이 사랑하는 작품이 되었다. 그녀는 늦은 나이에 남편 에버릿을 만나 결혼했지만 여전히 가난했고, 그럼에도 붓을 놓지 않았다. 선천적 기형으로 힘겨운 삶이었지만 미소를 잃지 않았던 모드의 이야기는 2017년 샐리 호킨스와 에단 호크 주연의 영화 <내 사랑>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그림자 없는, 오로지 빛과 아름다운 채색으로 가득한 모드의 그림들은 온갖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봄에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작품이다.
네가 그 봄꽃 소식 해라
이철수 / 문학동네
종교적 가르침으로 그려낸 봄꽃 소식
우리 시대 탁월한 민중 판화가로 알려진 이철수가 한국의 자생 종교인 원불교의 가르침을 판화 2백3점에 담아낸 작품집이다. 3여 년간 원불교 경전을 깊이 탐독해 그 뜻을 목판에 새기고 종이에 찍어내 채색했다. 특정 종교를 드러내기보다는 친숙한 생활 언어로 풀어낸 진리를 그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 일품이다. “천하 사람이 다 행할 수 있는 것은 천하의 큰 도요, 적은 수만 행할 수 있는 것은 작은 도라”라는 구절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행하는 도야말로 ‘참도’라는 깨달음을 전해주기도 한다. 모두에게 평등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누구에게나 봄꽃 소식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열망하는 가르침이 돋보인다. 삶에 지친 이들의 마음 밭에 봄꽃 하나 피워 올리기를 기원하는 작가의 정진이 놀라울 따름이다.
명화 큐레이션 북: 봄의 환희
미술문화 편집부 / 미술문화
생동하는 봄의 장면을 포착한 명화집
봄을 그린 화가들의 그림 16점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작품집이다. 오귀스트 르누아르부터 칼 라르손까지, 다양한 사조를 아우르는 작품을 골고루 선정해 봄을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살바도르 달리의 ‘나비 문양의 여자들’은 사물을 비논리적 방식으로 변형하는 스타일에서 벗어나 “장식적이며 서정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며 봄소식을 전한다. 빈센트 반 고흐의 ‘유리병 속 꽃 핀 아몬드나무 가지’는 조카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고흐의 노력이 담긴 작품으로 밝고 희망찬 색채가 돋보인다. 이 외에도 앙리 마티스의 ‘금붕어’, 피에르 보나르의 ‘난간 위의 고양이들’, 장 프랑수아 밀레의 ‘봄’ 등 미술계 거장들의 작품을 한번에 만날 수 있다. 고급 제본 방식을 사용해 한 장씩 떼어낼 수 있어 집 안 곳곳을 화사하게 장식하기에도 좋다.
writerJang Dongsuk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출판평론가
intern editorKang Juhee
photographerRyu Ho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