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 THINGS
건축가 데이비드 네일은 19세기 페데레이션 퀸 앤 스타일의 건축물에 현대적 감성을,
21세기 현대적 공간에는 클래식한 분위기를 삽입해 시공간을 초월하는 집을 만들었다.
부부가 커미션한 아티스트 케이트 엘시의
‘뱅크시아 심포니’ 작품이 걸려 있는 거실.
펠리컨 체어는 핀 율, 커피 테이블은 아르테메스트,
데이 베드는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찬 시리아노의 작품이다.
호주 멜버른 외곽 지역 호손Hawthorn에는 유독 아름다운 길이 있다. 페데레이션 퀸 앤Federation Queen Anne이라고 부르는, 옛 영국 19세기 건축 스타일로 지은 고풍스러운 주택들로 즐비한 거리다. 건축가 리처드 노먼 쇼Richard Norman Shaw가 창작한 이 스타일은 주로 1890년부터 1915년경 유행하던 것으로, 화려한 무늬의 목재 지붕, 넓은 포치(지붕이 있는 출입구), 밖으로 돌출된 창, 피라미드나 원뿔형 탑 기둥 등이 특징이다. “처음에는 보존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어요. 하지만 부부는 ‘복원’이 아니라 ‘혁신’에 대해 이야기했죠. 의미와 가치는 남기되 현대적 흐름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부활되길 원했습니다.” 보통 집 뒤편을 증축하거나 파사드만 남기고 완전히 새로운 집을 다시 짓는 것이 시간과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지만 건축가 데이비드 네일은 도전적인 방법을 택했다. 과거와 현대의 조각을 굴려보며 고심한 끝에 그는 시간에서 탈피한 쌍둥이 같은 집을 짓기로 했다.
쌍둥이 같은 집이 탄생한 이유
똑같은 외형의 집 두 채를 짓겠다는 그의 결론은 사실 ‘상상력’이 아닌 ‘계산력’에서 나온 것이다. 건축가는 땅을 유심히 관찰 했다. 빛과 그림자의 방향과 흐름, 땅 위에 서서 보았을 때의 풍경 등을 감안했다. 특히 옛집이 북향을 바라보고 자동차가 다니는 길을 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집 전체의 무게중심을 남쪽, 즉 뒤쪽으로 전환하기로 결심하고 신축 건물을 옛 건물 뒤편에 배치했다. 또 남쪽으로 비치는 햇살을 북쪽까지 끌어오기 위해 앞뒤로 큰 통창을 냈다. 신축이므로 원한다면 옛집보다 더 높이 지을 수도 있었으나 키 높이를 정확히 맞췄다. “계단 한두 개 차이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 공간의 흐름을 좌우합니다. 그래서 현관, 집, 정원까지 땅 높이를 정확히 맞춰 내 외부 전체가 하나의 넓은 공간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그의 설명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을 받은 이유를 대변하는 듯했다. 현관에서 뒤편 집의 거실 창문까지 일자로 이어진 길 사이에 상쾌한 빛과 푸른 녹음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안과 밖의 경계에서 바라보는 남다른 세상
집 곳곳에 숨어 있는 수많은 디테일은 많은 사람과의 협업으로 완성되었다. 건축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시모네 하그Simone Haag와 함께 건축학적 ・ 디자인적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모든 과정에 책임감을 가지려 노력했다. 현관 문손잡이부터 침대까지 담당했던 시모네 하그는 19세기 페데레이션 퀸 앤 스타일의 흔적과 부부의 취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예를 들어 현관 창문을 19세기 스테인드글라스 스타일로 디자인 하면서 색상은 부부가 아티스트에게 의뢰한 거실 그림에서 차용했다. 부부는 이사하기로 결정한 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티스트 케이트 엘시Kate Elsey에게 작품을 의뢰했는데, 거실에 걸려 있는 화려한 그림 ‘뱅크시아 심포니Banksia Symphony’가 그 작품이다. 시모네 하그는 아트 워크와 디자인 가구 매칭 작업이 학습 과정 같았다고 고백했다. 시각적 조화뿐만 아니라 의미, 목적, 가치를 고려하며 예술 작품과의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해 미술사, 디자인사를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디자이너 핀 율Finn Juhl의 빈티지 작품뿐만 아니라 현재 가장 인 기 있는 디모레 스튜디오Dimore Studio, 대니얼 보댐 갤러리Daniel Boddam Gallery의 가구를 선정했다. 이렇게 각 분야 최고의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컬렉션으로 완성된 인테리어는 이곳이 교외에 있는 외딴 주택임을 잊게 만들었고, 실내외가 매끄럽게 이어지는 개방적 공간과 그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가족의 생활은 더욱 풍성해졌다.
writerGye Anna
editorKim Minhyung
photographerTom Blachf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