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전하는 삶의 지혜
사방이 푸른 4월, 나무의 깊고 묵직한 울림을 예찬하는 책.
내 속에는 나무가 자란다
수마나 로이 / 바다출판사
식목일이 끼어 있는 4월이다. 나무는 오랫동안 존재 자체를 뽐내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삶을 지켜낸 든든한 밑바탕이 되어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갖가지 명목으로 나무는 잘려 나갔고, 그사이 인간의 삶은 황폐해지기 시작 했다. 나무를 지키는 것이 곧 우리 삶을 지키는 것임을 실감케 하는 일이 우리 주변에 널렸다. 여기 소개하는 나무를 예찬한 책들은, 나무를 아끼고 가꾸자는 그렇고 그런 레토릭을 넘어 성찰적 삶은 물론 새로운 모험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기에 충분하다.
인도 시인 수마나 로이의 <내 속에는 나무가 자란다>는 ‘나무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사는 시인의 나무 예찬론을 담은 책이다. 나무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으며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산다. 하지만 인간은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한다. 그러니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 수밖에 없고, 그런 삶은 빠르게 흘러가고야 만다. 이런 세태 속에서 저자의 바람은 오직 하나다. “나는 속도에 질려버렸다. 나무의 시간을 살고 싶었다.”
시인은 우리 선조들은 분명 “나무와 같은 리듬으로 움직이며 나무와 같은 시간을 살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당연히 나무의 리듬은 오늘을 사는 우리 본성에도 분명 내재되어 있을 것이고, 다시금 그렇게 살고자 하는 순수한 욕망 또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욕망과 본성은 글을 쓰는 시인의 삶에도 영향을 주었다. 나무처럼 글을 쓰는 일을 모색하는 것은 시인의 바람, 즉 ‘나무가 되고 싶다’는 소원과 잇닿아 있다. 계급이 엄연히 존재하는, 명예 살인이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성차별과 폭력이 만연한 모국의 슬픔을 극복하는 길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류의 차별적 언행은 사람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는 모태였을 자연을, 하여 나무마저도 차별하고 배제한다. 이를테면 인간은 나무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열매와 꽃을 착취한다. 사람은 고금을 막론하고 그랬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그것이 무엇이든 착취해왔다. 나무를 바라보는 우리의 편협하고 차별적 시선을 거둘 때 주변 이웃의 삶이 보이지 않겠는가.
시인은 병약했던 어린 시절, 창문 틈으로 드리운 야자수 이파리에서 나무의 리듬을 경험한 기억을 고백한다. 그러면서 눈에 훤히 보이는 나무줄기보다는 뿌리를, 달콤함을 선사하는 열매보다는 그것을 지켜내는 잎사귀를, 나무 자체보다 그 그림자를 관찰함으로써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추구하자고 권한다.
인간은 나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처럼 명확한 일도 드물다. 하지만 그 삶의 방식, 즉 나무의 느림을 받아들일 수는 있다. 들끓는 욕망 보다는 나무가 되겠다는 욕망을 품을 수만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이 그 가치에 동의한다면 세상은 지금처럼 삭막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내 속에는 나무가 자란다>는 나무를 예찬하는 데 머물지 않고, 삶의 방식을 재조정하는 적잖은 힘을 전해주는 책이어서 더욱 가치 있다.
나무의 시간
김민식 / 브.레드(b.read)
나무에 얽힌 역사 그리고 사람
내촌목공소 대표 김민식의 <나무의 시간>은 나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역사, 건축, 과학, 문학, 예술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40년 넘게 목재 관련 일을 하면서 좋은 나무를 찾기 위해 수많은 나라를 다녀왔다. 비행 여정만 4,000,000km가 넘는 길을 다니면서 저자는 “이 세상 모든 기억해야 할 역사에는 언제나 나무가 인간과 같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레바논 국기에 그려진 삼나무가 성경에 등장하는 백향목이라는 사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 사랑이 뽕나무 아래서 끝났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런가 하면 먼 타지에서 온 낯선 젊은이가 소개한 합판을 사주던 미국 테네시 제재소 영감님의 선의등 나무와 얽힌 인연도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가문비나무의 노래
마틴 슐레스케 / 니케북스
삶의 근원적인 법칙을 노래하는 나무
독일의 바이올린 장인 마틴 슐레스케의 <가문비나무의 노래>는 바이올린 제작 과정에서 체득한 나무의 한결같음을 담아낸 책이다. 고지대에서 비바람을 이겨낸 단단한 가문비나무를 찾는 일부터 고된 일이다. 하지만 그 나무는 곧 ‘노래하는 나무’가 되고,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물한다. 나무의 오롯한 삶이 곧 인생과 다르지 않음을, 즉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울림을 가진 악기임을 저자는 담담한 필치로 적어간다. 사실 나무는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어떤 교훈이나 비결을 말하지 않는다. 나무는 다만 “삶의 가장 근원적인 법칙을 노래”할 뿐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 또는 소명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기쁨이라는 것을 말이다.
화가가 사랑한 나무들
앵거스 하일랜드, 켄드라 윌슨 / 오후의 서재화가에게 영감을 준 나무들
자연, 그중에서도 나무는 화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존재였다. 영국 작가 앵거스 하일랜드와 켄드라 윌슨이 함께 쓴 <화가가 사랑한 나무들>은 21명의 화가가 그린 나무 그림 1백1점을 소개하는 책이다. 고흐는 정신병원 입원 중에도 사이프러스 나무를 그리는 데 몰두했는데, 동생 테오에게 “나무는 내가 상상 할 수 있는 것 중 정확하게 표현하기가 가장 어려운 대상”이라 고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잎이 무성하고 열매가 무르익어 떨어지기 일보 직전”인 나무를 자주 그렸는데, 배나무를 특히 많이 그렸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할리우드정원’에서 수영장 주변으로 바나나 나무와 용설란을 배치했는데, 이들이야말로 그림의 활력을 더해준다.
writerJang Dongsuk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출판평론가
intern editorKang Juhee
photographerPark Seong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