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신세계갤러리는 우리 삶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야기하는 환경 테마 展 <Greenery Dream>을 통해 자연과 인류의 공존과 이를 대하는 태도를 조망합니다. 18세기 후반 산업혁명 이후 꾸준히 진행된 생산과 소비는 자본주의를 발달시켰고, 전지구적인 대량 생산과 소비 체제를 가동시켰습니다. 인류가 초래한 지금의 기후위기들은 단순히 에너지와 자원 낭비의 결과가 아닌 세계관의 문제로, 풍요에 중독되어 소비를 행복으로 여겨온 삶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지 우리 자신에게 물음표를 던져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본 전시에서 마주하는 8명의 작가들은 자연의 풍요로움을 뒤로한 채, 지구 자원의 한계와 생태계의 현실적 수용력을 받아들이는 다양한 방식들을 이야기합니다.
강영민 작가는 파이프 제조 과정에서 버려지는 PVC 코팅 폐기물을 쌓고, 응축시켜 업사이클링 upcycling 오브제들을 제시합니다. 현대 문명이 토해 낸 산업 폐기물의 잔해들은 독특한 질감과 색채를 드러내며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예술적 실천을 감각적으로 보여줍니다. 버려진 헌 책을 해체하고, 다시 꼬아 조합한 김지수 작가의 작업들은 인간의 문명을 위해 소비된 자연을 함축합니다. 나이키 슈즈박스를 활용하여 리사이클링recycling 가구 오브제를 연출한 이규한 작가는 획일화 된 브랜드 로고를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대량 생산과 기호가치를 드러내어 실제가 아닌 이미지를 소비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역설합니다.
이혜수 작가는 간판을 제작하고 남은 자투리 폐기물을 활용하여 서정적 이미지를 그려냅니다. 수 겹의 레이어가 상호작용하는 색색의 기하학적 도형들은 고유의 색을 선명히 드러내며 아크릴의 재료적 물성에 의미를 더합니다. 포리 작가는 휴대폰, 멀티탭 등 버려진 가전제품을 분해하여 인간과 유사한 형태를 한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과 반려동물 등 생기를 얻은 듯 한 모습으로 재탄생 시킵니다. 포리 작가의 작업들은 폐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무생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꾀합니다.
엄기준 작가는 지구의 자원들을 끊임없이 소비하고, 버리는 무책임한 인류의 행동으로 인해 양산된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의 거대한 태평양 쓰레기 섬을 직설적인 시각적 언어로 표현합니다. 옥현숙 작가의 그물에 촘촘히 엮여있는 씨실과 날실은 삶의 흐름이자, 그곳에서 마주하는 유기적인 생명체들의 망을 의미합니다. 두 작가의 작업은 자연과 인류의 관계망이 결코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합니다. 황다영 작가는 인간이 단 5% 밖에 탐사하지 못한 신비로운 미지의 세계 바다 그 자체에 주목하여, 바다의 낯섦과 예측불허 한 모습을 유기적인 형태의 가구들로 표현합니다. 작가의 오브제들은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용도의 가구라기 보다는 자연이 만들어 낸 바위처럼 사소한 불편함을 전하며, 인간에 의해 재단되지 않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원초적인 감성을 전달합니다.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지구환경과 이에 반응하는 다양한 예술적 방식들을 통해 우리의 삶과 자연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오랫동안 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자연을 대상화하고 착취해 온 우리, 지금이야 말로 쉼의 미학을 갖고 서서히 주변을 되돌아보며 지속 가능한 지구에 대한 의식을 실천해야 할 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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