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이 포착한 평범한 순간의 이미지들은 되풀이되는 일상의 단조로운 궤적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채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남아있는 흔적들을 의식의 표면 위로 떠오르게 합니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913)에서 마들렌과 홍차를 통해 잊혀졌던 고향을 떠올린 것처럼, 전시장에 구현된 작업들은 과거의 기억들을 불러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환기되는 당시의 감정들은 현재의 나와 소통함과 동시에 새로운 감정을 소회하여 다시금 선명한 기억으로 새로운 의미와 이야기를 생성합니다.
참여작가 5인은 단편적인 삶 속에서 자신의 언어로 재해석한 일상의 이미지들을 펼쳐 보이며 보편적 이야기의 이면 속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회상되는 ‘마들렌 모먼트’, 즉 관람자의 기억 전경을 선사합니다. 박지혜 작가는 일상에 스며든 반려동물의 모습을 포근하고 사랑스럽게 그려냅니다. 화폭 위로 부드럽게 퍼지는 담채 기법은 반려동물의 존재와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을 담아냅니다. 오수지 작가는 일상의 이미지 중에서도 주변의 공간이나 소품을 통해 조금은 사적인 이야기들에 주목합니다. 타인을 규시하는 듯한 작가만의 시선을 백토와 분채의 재료로 그려낸 특유의 분위기는 주관적 정서의 객관화를 야기하여 관람객의 동화를 이끌어냅니다.
정지윤 작가는 일상을 포착한 사진 이미지를 소재로 모노톤의 회화를 선보입니다. 색채를 제거한 작가의 작업은 조형성과 회화 매체에 집중하여 색채가 부여하는 감성을 배제하고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둡니다.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병치하여 그림일기의 형식으로 작업하는 조장은 작가는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내용으로 결혼, 육아 가족 등의 이야기를 그려내어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선보입니다. 황혜선 작가는 무심코 스쳐 지나간 듯한 이미지들을 수집하여 삼차원의 공간에 이차원의 드로잉으로 선보입니다. 다양한 재료를 통해 공간에 펼쳐지는 드로잉 선과 반짝이는 조명은 일상을 서정적으로 그려내어 작품과 마주한 관람객의 추억에 뭉근하게 다가갑니다.
전시장에서 마주하는 작업들은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을 다루어 특정 기억에 대한 심리적인 요소들을 은유적으로 작품에 투영합니다. 그 속에서 발견하는 나의 이야기를 통해 평범하고 사소한 하루 하루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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