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는 2010년에 개점 80주년 기념展인 "선비문화와 목가구"를 통해, 조선시대 선비들의 공간이었던 사랑방에서 쓰였던 목가구에 중점을 두고 한국전통가구의 단순하면서도 격조 높은 조형미를 소개한 바 있다. 올해도 2011년의 끝에서 2012년 새해를 맞이하며 경운박물관과 공동 기획,주관으로 "사각사각_조선시대 함과 소품展"을 준비하였는데, 사각이라는 기본 형태에서 출발한 함과 그 밖의 소품들로 그 아름다운 비례와 다양한 재료와의 만남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국 옛 가구의 아름다움과 특성은 보편성 있는 균제미와 자연미이다. 그 균제미의 기본 틀은 안정된 비례의 사각四角으로 구성된다. 잡다한 소지품을 담아서 주거 공간 내부를 단정하게 정리하고자 하였던 문화의식의 발로로 시작된 사각 상자는 네 개의 선으로 가장 넓은 면적을 만들어 내는 과학성과 안정된 비례로 인하여 주거공간을 경쾌하고 격조 있는 분위기로 연출하기도 한다.
한국 전통가구의 대표인 장과 농도 사각 상자의 조합과 변형이다. 한국 전통문화의 일상생활 필수품이 되었던 사각의 상자들은 한국 전통가옥 안에서 쓰임새가 많은 가재도구로 자리하면서 다양한 크기와 형태, 여러 소재와 빛깔로 장식된 상자로 자리 정착하게 된다. 동양문화권에서는 둥근 원이 하늘을 상징한다면 사각은 대지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사각은 선으로 만들어가는 공간 가운데에 가장 담백하면서도 넉넉하다. 더욱이 다양한 비례를 활용하여 무한한 변화를 이룬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우리의 옛 4각 상자들이 보여주는 편안한 비례와, 다양한 외장의 경쾌함과 조화가 이루어내는 운치는 현대를 넘어 미래와도 소통할 수 있는 전통문화의 미래가치를 보여준다. 우리는 이들 사각 상자의 단순미를 매개체로 하여 전통과 현대, 현대와 미래를 아름다움으로 연계할 수 있을 것이며, 한국 전통문화의 다양한 미래가치를 탐색하는 예술성과 열정의 에너지를 획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순함이 오히려 화려한 불꽃을 연출해내기 때문이다.
절제된 조형미 _ 知와 禮를 어우르다
세계 어느 나라이던지 사각상자는 생활용품을 정리하는 가구의 기본형이다. 다만 그 비례와 외장에서 나라마다의 문화 특성이 보이는 채색과 장식이 다를 뿐이다. 한국 전통가구의 기본형은 모든 각이 90도로 만나는 반듯한 사각상자로 조형되어 깔끔하다. 또한 표면장식을 최대한으로 배제하였기에 자연의 나무결을 살리거나 주칠?흑칠 등의 단순색조로 된 면이 예리하게 만나서 이루는 사각상자는 한국 전통 주거공간에서 쾌적한 구성미를 형성한다. 특히 남성의 공간인 사랑채에서는 담백하고 청빈한 선비의 생활 신조에 따라 간결하고 소탈한 목가구가 선호되었다.
실용의 상자_ 소중함을 간직하다
물건을 넣도록 된 상자류에서 대표적인 것이 함函으로, 대체로 상부 전면을 뚜껑으로 만들어 열도록 되어 있는 형태이고, 비슷하지만 전면이나 상부를 두 면으로 나눠 경첩을 달아 한 면만 열도록 된 형은 궤櫃 라고 칭한다. 함에는 혼인시에 신랑이 혼서지를 넣어 신부에게 보내는 혼례함으로부터 시작하여 안방용으로 의복함, 족두리함, 보석함이 있고 궤에는 낭자궤, 실궤, 돈궤, 패물궤가 있다. 사랑방용으로는 도장함, 문서함, 관복함, 관모함, 돈궤 등이 있는데 사랑방이 서재를 겸하고 있었기 때문에 각종 서책이나 귀중 문서를 넣어 두는 크고 작은 함과 의류수장용 궤가 많다. 대부분 각 가정에서 필요에 따라 만들어 썼으므로 크기와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형태의 균제미를 살리지만 때로는 나무결이 기이하고 화려한 먹감나무, 물푸레나무, 용나무, 괴목근 등을 사용하거나, 고급품으로는 지장紙張, 죽장竹張, 교피鮫皮 등을 이용한 다양한 재료로 만든 함을 제작했다.
다양한 아름다움을 입다
사랑채에서도 때로는 화려한 장식의 소품들로 주인의 사회적 위치와 재력을 과시하기도 했으나, 화각華角, 나전螺鈿, 주칠朱漆 등의 재료는 귀족층의 기호품이나 아녀자들의 호사스런 가구들로 많이 제작되었다. 번잡한 것, 화려한 것, 기이한 것을 기피한 담백한 사랑방 가구와는 대조적으로 표면장식이 특징이며, 길상과 부귀를 기원하는 십장생, 천도, 석류, 모란, 용봉, 포도 등 여러 가지 무늬가 장식된 것이 많다. 기능을 돕기 위해 붙이는 금속장식도 불로초, 수팔련, 연봉, 매화, 제비추리, 나비, 박쥐, 호로병 모양으로 치장되었다.
“온갖 세간 다 나온다. 자개함, 농, 반다지며 용장, 봉장, 궤뒤주, 쇄들금미삼층장, 계자다리, 옷걸이, 쌍봉 그린 빗접고비, 용두머리장, 목비, 놋촛대…”
-흥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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