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회화의 본질에 대한 난해하고 분분한 질문과 개별적이고 매력적인 답을 동시에 제시하는 중견화가 강요배, 공성훈, 김지원의 전시입니다.
이들의 그림에는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는 격정적인 바다, 해안선이 아름다운 잔잔한 수면, 어두운 숲 속 바위와 시커먼 잿빛 구름에 눌린 갯벌 등 자연 속 풍경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무엇을 그렸는지 선명히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아주 사실적인 회화입니다. 그러나 곰곰히 들여다보면 작가들이 대상으로서의 자연에서 한발 떨어져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화가가 그림의 대상물에 거리감을 둔다는 것은 상황과 사물을 충실하게 묘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 의도와 태도를 보여줍니다. 그들의 풍경그림은 ‘그림을 그린 것’ 이라는 결론 보다는, 화가들이 ‘그림을 그린다는 것’ 이라는 회화적 원인과 이유, 그 충동적 동기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과 해답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선택한 소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들의 그림을 보십시오. 캔버스 표면 위 물감들이 작가의 붓놀림에 흩어져 자리를 잡으면서 드러나는 형상들의 조합이라는 ‘그리기’의 뻔한 과정과 결과물이 왜 이토록 사람들의 마음과 머리를 흔드는지 자문하게 됩니다. 도대체 회화성이란 무엇이며, 그 의미들이 얼마나 더 개별적일 수 있는지, 갈래 잡을 수 없게 충동적이며 산발적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어쩌면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질문과 답이 혼돈스럽게 회전하는 이 지점이야말로 회화가 펼치는 신비한 마술의 근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작가에 의해 취사 선택되고 생략되거나 과장되며 버무려진 풍경 속 세계는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곳입니다. 안팎에서 그 성격을 특정할 수 없으며, 구조를 설명할 설계도와 해법을 펼칠 지도가 없는 세상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눈과 가슴으로 개별적으로 느끼고 더듬어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마음을 흔드는 숭고함에서 감정적인 미세한 떨림까지, 오래되어 익숙한 정서적 공감에서 언뜻 머리 속을 훑고 지나가며 일상의 관성을 깨는 바람의 서늘함까지. 그런 식으로 회화 속 풍경은 관람자들 안에서 살을 붙이고 피를 돌게 만드는데, 결국은 실제 풍경이나 재현된 풍경과 이 그림들과는 사소한 인연밖에 없는 이를테면 ‘심리적 풍경’으로 완성됩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의 의미를 찾아가는 세 작가들의 작품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여러분도 ‘그림을 본다는 것’의 신비함을 완성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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