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린 시절에 기념품 가게에서 흔히 파는 스노우글로브를 흔들어보며 손바닥 안에 자그맣게 펼쳐진 눈 내리는 풍경에 빠져들어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을 듯 합니다.
월터 마틴(1953년생, 미국)과 팔로마 무뇨즈<(1965년생, 스페인)는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는 전통적인 기념품인 스노우글로브 형태를 차용하여 유리구슬 안에 눈이 내리는 풍경을 배경으로 이야기의 한 장면을 담은 작품인 <여행자Travelers>시리즈를 2001년부터 협업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무렵 작가들은 뉴욕 브루클린에서 거주하며 작업하다가 도시개발업자에게 작업실을 잃고 때마침 펜실베니아 주의 눈으로 덮힌 매력적인 농장을 발견하고 정착하게 되면서 작품에 대한 영감의 원천을 얻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평화로워 보였던 시골마을에서 작가는 의외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펜실베니아는 전세계에서 총기 소지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한 곳으로, 숲 속에서는 사냥을 위한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으며 장총을 든 이웃들을 만나게 되고, 눈이 녹으면서 이웃의 울타리 너머로 쓰레기 더미를 보게 됩니다. 이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환경과 이웃들에게서 고립감과 두려움을 느낀 작가는 스노우글로브 안에서 기존의 행복에 넘치는 이상적인 장면뿐 아니라, 우물에 아이를 던지려는 어른 혹은 서로 족쇄로 묶인 남녀들이 서로 외면하고 앉아 있는 장면처럼 폭력적이거나 우울한 상황을 묘사합니다. 그리고 절벽에서 위태롭게 포옹하고 있는 남녀가 실제로는 여자가 차디찬 바다로 빠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상황을 묘사하는지 모를 블랙유머의 한 토막 같은 모호한 이야기를 연출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사랑스런 외형의 스노우글로브 안에서는 예상을 뒤엎는 키치적인 전복을 담고 있습니다.
작품제작과정은 매우 인내를 요하는 작업으로, 높이가 20cm도 채 안 되는 작은 유리 돔 안에 존재하는 인물들은 레디메이드 장난감을 변형시키고 채색하여 각각의 상황에 적절히 배치하고 레진, 도자기 등 방수재료로 만들어진 배경에 물을 채워 넣어 제작합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미니어처 세계는 환타지와 악몽이 뒤섞여 있거나, 대중매체에서 접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일면들을 관조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이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과 우리 세상의 도덕적인 면을 언급하는 듯 합니다. 올 겨울 마틴과 무뇨즈의 스노우글로브 및 사진들을 통해 초현실적인 디스토피아의 세계들을 여행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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