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문화의 원류를 찾아서’는 광주신세계에서 지난 1998년부터 개최해온 대표적인 연례 전시로 남도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예술, 자연환경을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예술인들이 해당 지역의 전문가와 함께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답사한 후, 그곳에서 느낀 각자의 생각과 영감에서 비롯된 작품과 다양한 결과물을 모아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열아홉 번째 테마인 올해 전시의 답사지는 연꽃을 닮은 섬 ‘보길도’입니다. 전라남도 완도군에 속한 보길도는 뛰어난 자연 경관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섬이기도 하지만 부용동 정원이라 불리는 고산 윤선도의 유적이 있어 더욱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섬의 아름다운 경관에 매료되어 이 곳에 머문 고산은 섬의 산세가 피어나는 연꽃과 닮았다 하여 ‘부용동(芙蓉洞)’이라 이름을 지었습니다. ‘세상 밖인 듯 아름다운 경치(物外佳境)’를 품은 보길도에서 고산은 당시 시끄러웠던 세상과 멀리하며 ‘세상 밖에 사는 듯 한가로운 사람(物外閒人)’의 삶을 살고자 무릉도원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윤선도의 유적지로 알려진 그 곳에서 우리가 보고 느낀 것은 비단 고산에 관한 역사만이 아닙니다. 독특한 지형의 섬 안에 담겨진 자연과 직접 찾아간 고산이 남긴 유적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현재 섬의 일상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섬 속의 낙원 보길도에서 자신만의 이상향을 꿈꾼 고산의 발자취를 쫓다 보니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 곳의 과거 역사와 문화, 현재의 자연과 생활 속에 들어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동백꽃이 지는 봄날 떠난 이번 답사는 보길도에서 남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고, 고산에게서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답사를 함께 한 작가들은 살아 숨쉬는 역사와 일상이 제공하는 주제들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차분하고 솔직하게 묘사하였습니다. 370여 년 전 고산 윤선도가 터를 잡은 보길도에서 받았던 감동을 이번 전시에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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