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테마로 한 드로잉 기획전, Floating Petals(부유하는 꽃잎들)가 신세계갤러리 본점에서 열린다. 전시에 참여한 14명의 작가들은 꽃과 그리기라는 평범하지만 미술의 핵심적인 소재와 표현법을 작가 개인의 개성적 시각과 작업방식에 따라 다채롭게 표출하고 있다. 꽃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들을 현대의 다양한 매체들로 담아내 드로잉 영역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랜 역사에 걸쳐 가장 친근한 자연의 소재이자 종교문화적 상징, 그리고 인간의 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상으로 표현되어 왔다. 꽃은 자연적인 생명력과 아름다움으로 다양한 예술의 소재로서 꾸준히 사랑 받아 왔는데, 특히 신비롭고 다양한 색채와 형태 그리고 독특한 조형성을 가지고 있기에 많은 예술가들이 외형적 재현뿐만 아니라, 정신적, 주관적 대상으로 재해석하여 그 이미지를 구체화하여 표현해 왔다.
참여한 작가들은 이러한 꽃이라는 테마를 매력적이고 담백한 질료를 통해 흩날리는 꽃의 단상으로 펼친다. 종이 위, 때로는 공간을 바탕 면 삼은 부유하는 꽃잎들은 드로잉과 꽃이 담고 있는 찰나적 면모로 혼합된 것이다. 유기적 형상과 구조들은 선, 간결한 형상, 색채로 이루어져 부유하고 흐르는 작가의 상상세계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드로잉을 단순한 선(線)적인 표현 수단으로 간주해온 전통적 시각을 넘어, 작업을 위한 발상에서 실천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는 개념으로 받아들여 드로잉이라는 영역으로 묶어 볼 수 있다. 현대미술에서 드로잉은 습작과 같은 완성적인 보조수단이나 하위장르를 의미하지 않으며 작가의 미적 인식과 개념을 풀어내는 하나의 독립적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작가적 상상력을 생생하게 즉흥적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표현의 수단으로, 완성도의 잣대나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솔직한 행위로, 더 나아가 예술가가 세상을 조우하는 접근태도로서 드로잉인 것이다. 작가가 만들어낸 창작의 결과물로 고정되기 이전의 과정을 더 깊이 예측 공감 상상할 수 있다는 점, 과정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가능성과 실험정신을 느껴볼 수 있다는 점도 드로잉만의 매력이다.
꽃으로 자연과 인간과 작가 자신의 내면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드로잉 작품들은 생명체의 이미지이자 환영으로 조만간 소리 없이 다가올 봄의 싱그러움을 담고 있다. 출품된 꽃 드로잉 작품들을 통해 자연과 일상의 친근한 소재인 꽃의 다양한 면면을 새롭게 발견하고, 시각문화의 맥락 안에서의 이미지와 상징적 의미를 되새기거나 각 개인의 경험과 기억에 비추어 꽃에 얽힌 이야기를 떠올려 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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