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에서 1960년대 이후 유럽미술계를 선도해 온 작가 중의 한 사람인 피에르 알레친스키(벨기에, 1927- )의 석판화 50여점을 소개하는 “Pierre Alechinsky - 피에르 알레친스키와 판화공 페테르 브람센의 40년”展이 4월6일(수)부터 5월 11일(수)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알레친스키가 시도했던 다양한 장르의 작품 중에서도 그의 자유로운 필획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장르인 석판화 50여 점을 선보이는데, 판화를 찍은 ‘페테르 브람센’ 공방과의 첫 작업(1963년作)에서부터 최근 작품에 이르기까지의 변화 과정을 살펴 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피에르 알레친스키는 국제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작가로 남아있는데, 1948년 파리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이성적인 미술에 대항하여 결성된 아방가르드 그룹인 ‘코브라’ (Cobra : 소속작가들의 출신지-Copenhagen, Brussels, Amsterdam-의 머릿글자를 조합하여 명명됨)의 멤버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는 미술가의 사명을 대중의 창조적인 잠재력을 일깨우는 자발성의 표현이라고 주장하며, 어린이의 그림이나 낙서와 같이 충동과 본능을 강조하는 작품 세계에 몰두해왔다.
그는 코브라가 해체된 이후에도 같은 멤버였던 시인이자 화가인 크리스티앙 도트르몽 등과 교류하면서 ‘코브라 스타일’로 알려지게 된 격정적인 터치와 강렬한 원색이 화면을 압도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가 작품에서 다루는 주제는 매우 다양하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공통된 요소는 바로 우주의 자연스러움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알레친스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화산 폭발’의 장면들은 원초적인 파괴적 자연스러움을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하늘, 해, 화산, 뱀, 바다 등 자연의 요소를 통해 창조와 파괴의 원천을 단순화된 추상적 기법으로 그려낸다.
알레친스키 작업의 또 다른 특징은 문체, 텍스트가 작품에 자주 차용된다는 점이다. 이미지와 텍스트, 상상과 현실을 오가는 알레친스키의 자유로움은 이미지의 세계와 글의 세계를 만나게 함으로써 보다 원형적인 이미지를 드러내려는 독창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동양과 서양적인 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명상적이면서도 서정적인 표현주의 작가인 알레친스키는 회화 뿐 아니라 판화, 벽화, 도예, 삽화, 글쓰기 및 동양의 서예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영화를 제작할 만큼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석판화는 알레친스키의 힘있는 붓터치를 여실히 보여주는 매체로, 여타의 판화들과는 달리 요철이 아닌 물과 기름이 분리되는 성질을 이용하여 그 어떤 판화기법보다 제작이 자유분방하다.
마치 종이 위에서 그림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장점으로 가지고 있어 그가 1963년 처음 석판화를 시작한 이래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그러나 열정적으로 매달린 매체이기도 하다.
이 긴 세월 동안 그의 곁에는 언제나 그가 돌 위에 남긴 섬세하고도 빠른 붓놀림과 강렬한 색채를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 판화공 페테르 브람센(Peter Bramsen)이 있었다.
파리에 있는 브람센의 아틀리에 클로(Clot)에서 요즘엔 구하기 힘든 육중한 석회석 위에 알레친스키의 브러쉬가 지나가고 나면 알레친스키와 브람센은 서로 상의한 후 2톤이나 나가는 거대한 부아랭(Voirin) 프레스기를 거쳐 마침내 세심하게 고른 종이 위에 최종의 결과물 즉 작품이 안착하게 된다.
이처럼 알레친스키의 영감과 터치를 완성시키는 브람센은 기술자 또는 조력자 이상의 관계이며 판화의 예술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시 <<Pierre Alechinsky: 피에르 알레친스키와 판화공 페테르 브람센의 40년>>展 은 그들이 40년 동안 만들어낸 예술적 여정 혹은 작품 속에 녹아든 우정까지 느낄 수 있는 석판화 50여점을 소개하는 전시로, 세계적인 예술가 피에르 알레친스키와 최고의 판화공 페테르 브람센이 함께 탄생시킨 위대한 석판화의 세계와 조우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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