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우리 전통주
찾아가는 양조장
1 파주 산머루농원 • 와이너리 견학 및 머루 와인 제조
2 강화 금풍양조장 • 1백 년 역사의 양조장 견학 및 막걸리 제조
3 춘천 예술 • 전통주 빚기 및 누룩 만들기 체험
4 원주 협동조합 모월 • 양조장 견학 및 시음
5 예산 예산사과와인 • 사과 수확 체험
6 청주 화양 양조장 • 견학 및 시음
7 영동군 도란원 • 견학 및 뱅쇼 체험
8 문경 오미나라 • 기념주 만들기
9 김천 수도산와이너리 • 와이너리 견학 및 시음
10 함양 솔송주 • 솔송주 빚기 및 칵테일 만들기
11 해남 해창주조장 • 양조장 견학 및 시음
12 제주 서귀포 고소리술익는집 • 양조장 견학 및 전통주 만들기 체험
재생 혹은 부활의 의미를 담고 있는 ‘르네상스’는 ‘다시’라는 뜻의 ‘re’와 ‘태어나다’라는 뜻의 ‘naissance’가 합쳐진 말이다. 사회 전반에서 새로운 기법의 시도와 실험을 통해 문화 부흥을 이끌어낸 운동으로 현재 주류업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현 중이다. 바로 우리 전통주에서 말이다. ‘전통’이라는 꼬리표를 단 다양한 술이 국내 주류 문화를 흔들며, 가양주 문화를 꽃피웠던 조선 시대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르네상스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6월에 열린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는 이런 전통주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몸소 체감할 수 있는 장이었다. 전통주 부스가 전체 부스의 7할을 차지할 정도로 호응이 높았기 때문. 실제로 박람회가 막을 내린 뒤 많은 방문객이 마치 ‘전통주박람회’를 찾은 것 같았다는 평을 남겼다. 발 디딜 틈 없이 모여든 많은 관람객 가운데서도 젊은이들이 부스마다 길게 줄을 선 모습에 놀랐고, 준비한 전통주가 모두 ‘완판’됐다는 문구를 보고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희소 가치가 있거나 품질이 뛰어난 술은 가격을 불문하고 순식간에 매진됐다. 미리 해당 술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방문한 이들도 많았다는 뜻이다. 부스를 모두 둘러보기까지 무려 이틀이 걸렸는데, 이 모든 과정에서 전통주가 비주류에서 주류로 도약하는 중요한 과도기에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전통주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역사성과 지역 대표성, 우리 농산물로 빚은 술처럼 다소 진부한 이야기를 빼놓고도 언급할 항목이 정말 많다. 우선 가장 큰 장점으로는 맛의 무한 확장성을 들 수 있다. 전통주는 주종, 제법, 주재료, 부재료, 발효, 숙성 방식 등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맛의 스펙트럼이 넓다. 가장 크게 구분 짓자면 탁주와 맑은 부분을 걸러낸 약주, 이를 증류한 소주, 과실을 발효 숙성해 만든 과실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 전국 각지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곡류와 과실, 약재, 허브, 꽃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어지간한 술을 다 맛보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일 정도다.
트렌드에 맞춰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전통주를 소재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전통주계 스타플레이어의 등장도 이런 경향을 가속화한다. 대표적 술이 바로 래퍼 박재범의 원소주. 비록 ‘전통주냐 아니냐’라는 논란의 중심에 있긴 하지만 주세법상 절차를 거쳐 지역 특산주로 시장에 등장한 원소주는 여러 매체의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하며 많은 이의 관심을 전통주로 향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비슷한 예로 백종원 대표의 백걸리, 가수 임창정과 배우 김보성 등 연예인과 협업한 신제품도 나왔다. 한국 태생의 글로벌 셀러브리티 에바 차우Eva Chow가 화요에 의뢰해 출시한 증류식 키Khee소주도 비슷한 예다. 과일 등의 다양한 부재료를 쓴 막걸리도 인기인데, 대동여주도와 같이 양조장과 협업해 출시한 써머 딜라이트 샤인머스캣은
"전통주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역사성과 지역 대표성, 우리 농산물로 빚은 술처럼
다소 진부한 이야기를 빼놓고도 언급할 항목이 정말 많다."
술을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전통주를 한층 젊게 만든 요소다. 지역 농산물로 만든 술은 주세법상 절차만 제대로 밟는다면 특산주로 온라인 통신 판매가 허용되기 때문. 당일 배송, 새벽 배송 등으로 전통주를 선보이는 곳도 늘고 있어 한동안 전국을 휩쓴 ‘홈술’ 트렌드의 열풍에도 큰 몫을 담당했다. 여기에 전통주 전문 큐레이션 숍, 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 채널이 합세해 전통주의 저변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통주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에게 팁을 전한다. 우리 술도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고유의 향과 맛을 지니고 있다. 단순히 맛이 있고 없고로 술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양조장의 특성, 스토리, 재료, 제법 등을 간단하게라도 찾아보고 맛을 본다면 술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맛의 기준이 궁금하다면 전문가의 관능평가를 먼저 찾아보고 전통주를 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색다른 전통주 페어링
<탁주 濁酒>
탁주는 주세법상 물과 누룩 등을 원료로 발효시킨 술덧을 여과하지 않고 혼탁하게 제성한 것으로 정의한다. 곡물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빵, 파스타 등 비슷한 재료로 만든 음식과 궁합이 좋다.
처음에는 위쪽의 맑은 부분을 따라서 향과 맛을 보고, 그다음 잘 섞어서 맛을 보면 각기 다른 질감을 느낄 수 있다.주의 사항
효모가 살아 있는 막걸리는 냉장 보관이 필수. 병이 길쭉하다고 와인 셀러에 뉘어서 보관하면 술이 새거나 터질 염려가 있으니반드시 세워서 보관하자.
손질한 전복은 칼집을 넣어 버터를 두른 팬에 앞뒤로 굽는다. 다른 팬에 올리브유와 버터를 두르고 슬라이스 양송이와 마늘, 다진 샬럿을 넣어 볶는다. 생크림과 치킨 육수를 넣고 농도를 맞춘 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를 갈아 넣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트러플 소스를 넣어 향을 낸 뒤 삶은 페투치네를 넣어 골고루 섞는다.접시에 옮겨 담고 구운 전복을 올려 완성한다.
아홉쌀 막걸리
아홉쌀 막걸리는 제조자인 한아영 대표의 어린 시절 사진을 재치 있게 담아낸 귀여운 레이블이 눈길을 끈다.
500ml, 9%, 1만7천원, 한아양조
강화섬 쌀과 우리 밀로
빚은 전통 누룩을 사용해
총 세 번에 걸쳐 술담금을
하는 삼양주 기법으로 만든
막걸리. 부드럽고 걸쭉한
보디감이 특징이다.
500ml, 10%, 1만8천원
농업회사법인송도향(유)
흑미를 주재료로 사용해 팥죽을 연상시키는 보랏빛 막걸리. 새콤한 포도 향과 구수한 곡물 향이 한데 잘 어우러진다.
750ml, 6.5%, 1만6천원 1932 포천일동막걸리
유기농 찹쌀로 만들어 2개월의 숙성을 거쳐 완성하는 막걸리. 18도라는 높은 도수에 걸쭉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묵직한 질감, 우아한 단맛과 기분 좋은산미가 특징이다.
900ml, 18%, 15만원 해창주조장
<약주 藥酒>
약주란 술을 빚은 뒤 여과해 맑게 만든 술이다. 주세법상 약주와 청주의 명칭은 누룩의 사용 여부에 따라 구분 하는데, 누룩을 1% 이상 쓰면 약주, 1% 미만 쓰면 청주로 분류한다. 약주는 보디감이 묵직하거나 양념이 강한 음식보다는 담백한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우러진다. 싱싱한 해산물 안주가 준비된 날 꺼내자.
스트레이트로 한번에 털어 마시기보단 좁은 화이트 와인 잔에 부어 향을 음미하며 마실 것을 추천한다. 동봉된 월계수잎을 온더록스 잔에 넣고 칵테일처럼 즐기는 방법도 시도해보자.
주의 사항
살균하지 않은 생약주는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맛이 변하니 1~2주 이내에 마시는 것이 좋다.
금태 필레에 소금과 후춧가루, 올리브유를 뿌리고 냉장실에서 마리네이드한다. 단호박과 당근, 자색 양파는 작은 큐브 모양으로 썰어 버터 육수에 익힌다.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그린빈과 큐브 채소를 함께 넣고 소금으로 간한 뒤 살짝 볶는다. 센 불에 달군 팬에 금태 필레를 넣고 화이트 와인을 넣어 알코올을 한 김 날린 뒤 황갈색이 돌 정도로 바삭하게 익힌다. 접시에 미소 소스(미소된장, 익혀서 으깬 감자, 호스래디시, 생크림, 마요네즈, 레몬즙, 소금, 후춧가루)를 바르고 그린빈과 금태 스테이크를 차례로 올린 뒤 큐브 채소를 흩뿌리고 허브를 올려 완성한다.
주교주
국내산 쌀로 빚은 약주로 30일 동안 저온 숙성해 완성한다. 곡류의 담백함과 쓴맛, 신맛 등이 적절하게 밸런스를 이룬다. 500ml, 16%, 2만원, 배다리도가
2017 우리술 품평회에서 약주 부문 대상을 받은 술. 잘 숙성된 누룩향과 은은한 꽃 향, 사과 향이 감돌며 목 넘김이 부드럽고 달달한 여운을 남긴다.
500ml, 15%, 3만8천원 화양양조장
삼양주 맑은 술에 동백꽃 청을 넣어 향긋함이 일품이고 탄산이 주는 청량감이 매력적이다.
식전주나 디저트주로 즐기기 좋다.
500ml, 9%, 3만원 농업회사법인송도향(유)
오메기떡과 누룩, 물을 이용해 빚는 제주 토속 술인 오메기 술을 기반으로 한다.4대에 걸친 명인의 손에서 만들어지며, 풍부한 과실 향과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
500ml, 16%, 3만6천원 제주술익는집
<소주 燒酒>
곡물을 발효시켜 증류한 술을 말한다. 예로부터 불을 가열한다고 하여 ‘화주’, 빛깔이 희고 맑아서 ‘백주’, 이슬처럼 한 방울씩 받아낸다고 하여 ‘노주’로도 불린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록색 병 소주는 증류식 소주가 아니라 주정을 사용한 희석식 소주. 증류식 소주는 기름진 식사 후 뒷맛을 깔끔하게 잡아주기 때문에 우리식 갈비찜이나 중국식 동파육, 비프 굴라시 등 고기 요리와 좋은 페어링을 이룬다.
오랜 저온 숙성 기간을 거쳐 깊고 부드러운 풍미와 과일 향을 느낄 수 있다. 쇼트 잔이나 온더록스로 즐기자.
주의 사항
증류주는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오픈했으니 빨리 마셔야 한다며 술을 없애는 건 안타까운 일. 시간이 지나면서 숙성에 따른 맛의 변화도 느낄 수 있으니 몇 병 사서 쟁여두고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찜기에 대파를 듬뿍 깐 뒤 삼겹살을 넣고 마늘과 양파 다진 것을 올려 찐다. 삼겹살 겉면에 묻은 것을 깔끔하게 제거하고 넉넉하게 기름을 두른 팬에 튀기듯이 모든 면을 바싹 굽는다. 구운 삼겹살을 넣은 냄비에 기본적인 동파육 소스 재료와 매운 고추, 통후추, 마늘을 듬뿍 넣고 푹 졸여 겉면에 색과 맛을 입힌다. 삶은 쌀국수 면을 접시에 담고 대파채를 듬뿍 올린 뒤 소스를 붓는다. 먹기 좋게 썬 삼겹살조림을 올리고 고수잎을 곁들여 완성한다.
여유
여유는 퇴근 후 또는 주말에 집에서 소파에 몸을 맡기고 느긋하게 즐기기 좋은 소주.
향의 지속성이 뛰어나 잔에서 은은하게 올라오는 향에 이끌려 자꾸 마시게 된다.
375ml, 40%, 2만7천원, 양촌양조
100% 국산 보리로 만든 증류식 소주. 오크통에서 1~2년간 숙성시킨 보리 증류 원액을 베이스로 한다.은은하게 풍기는 오크 향과 가벼운 단맛이 특징. 375ml, 33%, 2만원 맥키스컴퍼니
뉴욕 브루클린에서 시작해 지금은 충북 충주에서 전통 제조법으로 증류하는 토끼소주. 23도의 토끼소주 화이트에 비해 한층 스모키한 향과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375ml, 40%3만7천5백원 농업회사법인 토끼소주
셀러브리티 에바 차우와 화요가 함께 선보인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1백80일간 옹기에서 숙성시키며
은은한 꽃 향과 부드러운 목넘김,
달달한 후미가 특징이다.
375ml, 22%, 2만5천원 키소주
<과실주 果實酒>
과실을 발효시켜 만든 술로 대부분 잘 익은 포도·사과·복숭아·딸기·배·머루 등의 열매와 당분 그리고 물을 혼합해 만든다. 과실주는 새콤달콤한 드레싱을 곁들인 전채 요리와 함께하면 입맛을 돋워주고 코스의 시작을 멋지게 열어준다. 과일 샐러드나 해산물 세비체 같은 안주와도 궁합이 좋다.
와인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특별한 날 꺼내자. 차갑게 칠링한 뒤 우아하게 샴페인 잔에 따라 마시면 된다.
주의 사항
샴페인을 오픈할 때와 같이 마개를 열 때 코르크를 잘 잡고 살살 돌려가며 열자. 병을 마구 흔들고 오픈하면 와인이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
화이트 와인과 레몬 슬라이스를 넣은 찜기에 가리비를 넣고 질겨지지 않도록 아주 살짝만 쪄준다. 이후 관자만 분리해 손질을 마친 뒤 올리브유를 두른 예열팬에 올려 겉면을 살짝 노르스름해질 때까지 구운 후 한 김 식혀준다. 가리비 껍데기에 식혀두었던 관자를 올리고 곱게 채 썰어둔 사과와 래디시, 작게 뜯은 프리세, 연어알, 브론즈 딜과 같은 허브를 올려 먹음직스럽게 장식한다. 이후 화이트 발사믹, 귤즙, 라임즙, 올리브유, 소금, 후춧가루로 미리 만들어둔 드레싱을 골고루 뿌려 완성한다.
오미로제 결
국가의 주요 만찬 자리에 수차례 오를 만큼 진가를 인정받았다.
축하를 위한 식사 자리에서 스타터로 준비해보자. 아름다운 컬러와 기포가 모임의 시작을 빛내준다.
750ml, 12%, 11만원, 오미나라
경남 창녕에서 재배한 단감을 100% 사용해 만드는 화이트 와인 스타일의 과실주. 과일의 단맛을 극대화하는 제조 공정을 통해 부드러운 당도와
기분 좋은 산미를 느낄 수 있다.
750ml, 7%, 1만6천원 우포의아침
오미자와 라즈베리, 충주 사과로 만든 프리미엄 애플 사이더. 베리의 달콤하고 산뜻한 맛과 청량감으로 부담 없이 가볍게 마시기 좋은 과실주다.
750ml, 6.4%, 1만7천원 댄싱사이더컴퍼니
세종시 조치원 복숭아를 선별해 저온 발효시켜 만든 복숭아와인. 인위적인 향을 첨가하지 않아 은은하고 달콤한 복숭아 본연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375ml, 12%, 2만원 금이산농원
writerLee Jimin 대동여주도 대표
freelance editor Kim Minjiphotographer Sim Yunsuk
stylist Kim Jinyoung